SF 작가로 나름 유명한 듀나가 핸드폰으로 소설은 물론 모든 원고 작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요즘 나도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오히려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 직전이다. 엽편의 경우에는 어떻게 누워서 쓸 수 있다. 하지만 장편을 이렇게 친다는 건 인간의 범위를 초월한 것 같다.
예의 내 친구 A는 먼 여행에서 돌아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병원이나 수용소를 배경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 A는 수용소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하루 종일 모국 TV를 봤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수용소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TV 프로그램에 모국의 연예인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캠핑 같은것을 준비하는데 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았다. 마침 개들이 나오는데 당시는 김건희 때문에 개 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A는 개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카지노 게임 추천.
그래서 A는 굿도그 잇 이라고 말했다. 그얘기를 들은 다른 범죄자들이 모국에서 개를 먹으면 바로 잡힌다고 답했다. A는 그들에게 너희들 이미 감옥에 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A는 나에게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A야. 그건 불가능해. 너는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고 한달 넘게 형을 살았어. 이미그레이션에서 입국 거부당한다구. 하지만 A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홍콩이 좋아. 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홍콩에는 삼심제가 없어? 상고를 해서 무죄를 받아야해. 사실 A는 유죄 인정이 아니라 무죄 주장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변호사가 무죄 주장을 할 경우 오천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고 말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는 이미 이천오백만원 이상 썼고 더이상 재판에 거금을 들일 수 없었다.
A는 넌 이해를 못하고 있어. 홍콩하고 내 정신병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내 병은 한국에서 시작해 홍콩에서 심해진 것 뿐이야. 나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서 클락켄플랍을 보지 못하면 이 예술을 더이상 할 수 없다구. 나는 망상으로 미쳐서 이제 무엇이 예술인지 무엇이 망상인지 판단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듀나처럼 얼굴 없는 작가로 살 수는 없다구.
나는 더이상 A를 설득하는 걸 그만뒀다. A의 머릿속에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미 설득이고 뭐고 먹힐 상황이 아니었다. A는 내 친구가 아니지만 눈 앞에서 한국사람이 미쳐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홍콩에 가겠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미친 새끼. 홍콩 입국 거부 당하는데 어쩌잔 거야.
가끔씩 A는 자신의 계획을 귀띔해주었다. 일단 중국에 가서 위조 여권을 사고 홍콩에 밀입국하겠다는 얘기였다. 위조 여권 브로커를 어떻게 찾겠냐고 묻자 예의 OG 우크라이나인 디마 얘기가 나왔다. 그라면 위조 여권 구하는 게 아주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디마가 아직도 감옥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의 여권은 유효기간이 다 돼서 무조건 우크라이나에 돌아가야 하는데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는 순간 디마는 징집대상이었다.
디마가 안된다면 이빨이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홍콩에는 56개의 수용소가 있다. 그 좁은 땅에 그렇게 많은 교도소라니 정말 미친 도시다. 홍콩 오피서들은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도 체포했고 지능이 낮은 저능아도 체포했다. 하루는 병원에 여든세살 먹은 할아버지가 잡혀왔다. 혐의를 물으니 파이팅이라고 안경 소지가 말해주었다. A는 그건 논센스라며 여든 넘은 노인은 누군가와 잡혀갈정도로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안경 소지는 A의 말을 들은 척도 안했다. 아무튼 그게 홍콩의 방식이다. 싫으면 자살하면 된다. A의 머릿속은 자살 생각으로 가득 찼다. 미친 매튜, 발치에 변소를 두고 자야 하는 이인실, 하루종일 켜져있는 티비, 운동시간에 오줌을 지리는 죄수들. 정말 지긋지긋했다.
나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야해. 돈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 항소할거야. 항소해서 내가 무죄란걸 증명해야 해. 이런 식으로 끝날 수는 없다구. 난 무죄야.
난 A에게 말했다. 홍콩이 그렇게 매력적인 나라인줄은 몰랐는데. A는 답했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 후로 더 이상한 도시가 됐어. 하루는 병원-교도소에 대학 교수가 잡혀왔다. 그는 정말 이노센트해 보인다고 주변 외국인들이 떠들어댔다. A는 대학교수를 바라봤다.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그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못할 사람으로 보였다. A가 엉터리 영어로 간신히 알아낸 것은 그 대학 교수가 공문서 위조로 잡혀왔다는 것 뿐이었다. 대학 교수 정도로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 겨우 그런 죄로 구속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뭐만 했다 하면 감옥소행이군. A는 한탄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홍콩이다.
무간도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아니면 중경삼림에 도취됐던가. 병원에서 틀어주는 주말용 영화를 보면서 홍콩의 미디어 시장이 얼마나 퇴락했는지 A는 알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벽을 뚫고 손으로 쇠를 잘랐다. A는 오래된 장르 독자였다. 하지만 A의 눈에 그 홍콩 드라마는 촌스러운 컨벤션의 연속이었다. 홍콩은 정말 끝났군. 그날 잠을 자기 위해 이인실에 갔던 A는 처음 보는 오피서에 의해 거실로 끌려나갔다. 세임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과 같이 자게 해준다는 것이다. 언제나 일곱시면 이인실로 갔던 A는 밤의 거실이 이동형 침상으로 가득한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실의 중국어 방송만 틀어주는 티비 옆에 작은 감옥이 있었다. 그 감옥은 이동형 침상이 얼기설기 들어있어 A는 도대체 침상이 왜 여기 있나 궁금해했다. 그 궁금증이 풀렸다. 밤이 되면 죄수들은 테이블을 중앙에 모으고 감옥에서 침상을 꺼내 배치했다. 그리고 잠을 자는 것이다. 허구헌날 담배나 피우는 그곳에서. A는 황당했지만 다른 죄수들이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거실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동시에 이불 세채와 물컵, 베개를 들고온 A는 빈자리를 찾아봤지만 모든 침상이 주인이 있었다. A가 난처한 표정으로 감방 소지를 바라보자 감방 소지는 말레이시아 페도필리아 죄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그 말레이시아 페도 죄수는 A와 이인실에서 여러번 같이 잤던 죄수였다. A는 나중에야 페도 죄수가 만다린을 할 줄 안다는 걸 알아챘다. 어쩐지 외국인 테이블에 앉지 않더라니.
페도 죄수는 눈치 빠르게 침상을 비웠다. 감방 소지는 A에게 그 침상을 테이크하라고 말카지노 게임 추천. 정말 싸가지 없는 말투라고 A는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데 A가 침구를 내려놓자마자 소지는 경기를 일으키며 침구를 놓지 말고 그냥 테이크하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A는 이불도 베개도 없이 잘 수 없다고 영어로 말했지만 소지의 영어 실력으로는 알아듣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소지는 다른 침상을 가리키며 테이크하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A가 침구를 옮겨놓자 소지는 노라면 페도가 쓰던 침상을 가리켰다. 혼란스러워진 A는 화가 나서 오피서에게 큰 소리로 런 잉글리시! 런 잉글리시! 왓 캔 아이 두 포 유! 왓 슈드 아이 두!라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오피서도 화가 나서 테이크! 테이크!라고 말카지노 게임 추천. 소지도 덩달아 흥분해서 만다린으로 뭐라고 뭐라고 떠들었다. A는 이 모든 것에 화가 나서 목청을 끝까지 울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 A는 미칠 것 같았다.
그냥 이인실에서 자게 놔두면 될 일을 뭐하러 거실까지 끌어내서 한밤중에 이 지랄을 하는가. 그리고 오피서와 감방 소지는 왜 기본적인 영어도 못 알아듣는가. A는 분노해서 왓 캔 아이두! 런 잉글리시! 라고 소리쳤다. 오피서는 몇분간 같이 화를 내다가 오케이 컴이라면 고 아웃 하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A는 이인실로 돌아가자는 얘기라고 알아듣고 다시 침구를 챙겨서 오피서를 따라갔다. 처음에 머물던 이인실과는 다른 이인실에 당도한 A는 침상에 누웠다. 몸에서 열이 나 견딜수 없어서 겉옷을 벗고 웃통을 깠다. A의 눈에 자신의 벗은 상체로부터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감옥에 온 이후로 A가 그렇게 화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때리지는 않는군.
A는 안도하며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