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교도소에 미국인이 새로 들어왔다. 이 미국인은 사연이 아주 길었다. 원래는 포크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데, 그 중에서도 베이시스트인데, 백팩킹을 하다가 잡혀들어왔다. 그런데 술을 마셨는지 마약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웃사이드 하스피털- 퀸 메리 호텔에서부터 소리를 질러대며 변호사를 찾았다. 뭔가를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아서 정말 시끄러웠다. 나는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에게 물어봤는데 이건 미친 미국인이 내는 소리가 맞다고 했다.
로이어라며 외치는 소리가 하루 종일, 밤까지 울려퍼졌고 나중에는 정신병원에 끌려와서까지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대다가 마침내 조용해졌다.
그 미국인 이름은 코디였다. 뭔가를 브로크 업 했다는데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로이어를 외치며 행패를 부렸고 간수들은 그런 그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어떤 약물을 인젝션했다. 주사를 맞고 난 코디는 약간 정신이 이상해진 대신 온순해졌다. 쉬는 시간에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기어오르려고 시도하는 것을 빼면 말이다. 디마는 그런 코디의 행동이 베리 위어드하다고 말했다. 나도 동감이었다. 코디는 주사를 맞은 후로 밥이 맛있다고 했지만 정신병원에서 주는 밥은 안남미로 지은 떡밥과 고기 조금, 청경채 류의 삶은 야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가 다였다. 외국인들은 밥 대신 빵을 먹었는데 빵과 함께 나오는 야채는 버섯이라고도 하고 뭐라고도 하는데 아무도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A는 인도인이 권해서 그 버섯 종류를 먹어봤는데 맛이 좋지는 않았다. 들은 얘기로는 고기가 아니라 야채라고 했다. A 입맛에는 인도인이 나눠주는 커리가 더 좋았다. 그 커리도 한국에서 먹던 카레와는 달랐지만 그나마 맛이 있어서 먹을 만했다. 하지만 병원-교도소에서는 밥이라도 주는 게 다행이지 점심 때면 이상한 죽 같은 걸 주거나 빵 한조각으로 때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배가 고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전에 감옥에 와봐서 기결수로 일을 했던 죄수들은 월급으로 과자나 초콜릿을 사먹을 수 있지만 A 같은 초범은 배를 곯을 수밖에 없었다.
코디는 차를 머리에 뿌리거나 성경책을 찢어서 품에 넣는등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외국인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코디가 처음 외국인 테이블에 앉았을 때 몽골리안과 파키스탄의 혼혈인 칸산은 그가 음식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왓 더 퍽 논 아시안 푸드라며 시비를 걸었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는 음식이 아무리 맛이 없어도 먹는 게 중요했고 그걸 존중하는 것이 일종의 종교와도 같았던 모양이다. 그는 팻 가이를 가리키며 그는 아이큐가 어린아이와 같지만 야채도 꼬박꼬박 잘 먹는다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지만 팻 가이는 안 먹는 음식이 없었고 그의 체중을 유지하려면 뭐라도 먹는 게 중요카지노 게임 사이트. 더군다나 코디는 서양식 식사를 계속 해왔을 테니 아시안 푸드가 입맛에 맞지 않는 건 당연카지노 게임 사이트. 코디는 A에게 오렌지를 나눠주는 등 잘해줬지만 여전히 외국인 테이블에 앉지 않고 겉도는 등 뭔가 주사제를 인젝션 당한 후유증이 꽤 오래 가는 모양이었다.
A는 주사를 마음대로 인젝션하는 모국의 병원-교도소에 휴먼 라잇 따위는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빨이 말해주기로는 과거에 한 재소자가 인젝션을 당했는데 정신이 이상해져서 가족들이 모국 교정당국을 고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소란을 피우면 정신이 이상해지는 주사제를 인젝션한다. 코디는 자신이 인젝션 당한 주사제가 뭔지도 모른채 조용해졌고 위 아 올 크레이지라며 자신에게 손을 대는 사람에게 크게 화를 냈다.
콜롬비아에서 온 브리티시 혼혈인 필리페는 처음부터 교도소-병원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다. 그는 매우 순하게 보였기 때문에, 여전히 A의 영어 발음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차지(혐의)가 뭔지 물어봤다. 그러나 어설트 오피서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오피서를 어설트했다? 거실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니 어설트는 급습했다는 뜻이었다. 간수를 급습한 건지 아니면 경찰관을 급습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폭력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필리페는 코트를 다녀온 후에 갑자기 사람이 밝아졌다. A는 필리페가 다시 거실로 돌아왔을 때 짐짓 자는 척을 했는데 필리페가 A의 등을 때리며 잠은 밤에 자라는 것이 아닌가. A는 주변 죄수에게 어째서 필리페 기분이 저렇게 좋아졌는지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A는 필리페도 뭔가 인젝션 당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사실 필리페는 감옥얘기를 좋아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미국 감옥도 가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모국의 감옥은 문이 뚫려 있어서 개방적인데 미국의 감옥은 창살없이 작은 창만 나 있어서 폐쇄적이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A는 한국에서 감옥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 감옥은 죄수가 자살할까봐 항상 불을 켜놓는다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모국에서는 불을 꺼주는 이인실도 있고 작게 켜두는 일인실도 있었다. A는 이인실에서 지내며 밤에 불이라도 꺼주니 다행이라고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필리페는 A에게서 한국 감옥에 대해 듣더니 리디큘러스하다며 한 방에 몇명이나 머무냐고 물었다. 대여섯명이라고 하지 필리페는 아주 빠른 영어로 대여섯명이 한 사람 자살하는 걸 못 막겠냐며 불을 항상 켜두는 게 웃기다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A는 한국 감옥에 대해 대변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카지노 게임 사이트.
필리페는 나름 인텔리인 것 같았다. 그는 처음에는 영어로 된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더니, 나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읽었다. 이빨은 필리페가 영어를 아주 빨리 읽는다며 자신이라면 페이퍼백 책을 읽는 데 한참 걸렸을 거라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와 A는 어느날 중국인 죄수가 혼잣말을 한참 중얼거리다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조금씩 죽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걸 목격해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시간 넘게 간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혈압을 재거나 중국인 죄수의 자세를 똑바로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명색이 병원인데 중국인 죄수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부를 의사 한명 없단 말인가. A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계속해서 중국인 죄수를 지켜봤다. 한시간이 지나도 중국인 죄수의 안색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가 화장실에서 아주 오랫동안 생활했다고 한다. 칸산이 그의 옷 단추를 끌러주려고 가까이 갔다가 냄새가 지독하다며 물러났다.
A가 다음날 사람이 죽는 걸 처음 봤다고 인도인에게 말하자, 그는 자신이 이 병원에서 5명이나 죽어나가는 걸 봤다고 대답했다. A는 우울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이빨이 다가와서 왜 표정이 죽상이냐고 물었다. A는 어제 중국인 죄수가 죽지 않았느냐고 하자 이빨은 황당해하며 그는 살아있다고 답했다. 병원에서 머무르고 있는데 오피서에게 물어본 것이니 사실이라고 했다. A는 결국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언제든 A 자신도 그 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빨리 병원-교도소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