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잘 멎지 않는다. 멍하니 앉아 있는 그의 머릿속을 채운 문장이었다. 삶을 그만두고 싶어 손목이라도 그었던 것이라면 같은 문장이라도 꽤 먹먹하게 들렸겠지만 그는 그럴만한 담대함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도 그의 원초적인 소심함을 알고 있었다.
다만 소심함의 이유는 그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유년 시절을 되짚어보느라 샌 밤이 적지 않았는데도 아직 정답은 찾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적의 기억은 어떤 남자의 화난 목소리를 피해 방 문을 걸어잠그는 것에서 시작한다. 화장실의 문은 버튼식으로 되어 있어 누르기만 하면 되지만 그의 방문만은 작은 걸쇠를 돌려야만 잠글 수 있었다. 그것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그는 세상에서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었고 바깥의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면 바깥에서는 늙은 여인이 울며 악다구니를 질렀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여자의 몸은 푸르다 못해 검었다. 처음에는 해왕성의 대흑점마냥 멋져 보였다. 다만 그것이 늘어날수록 아름답기는 커녕 지저분하게만 보였다. 당연하게도 방으로 숨어버린 그에게는 해왕성을 지켜낼 방법이란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그의 최초의 기억에서마저도 소심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그런 소심한 인간이 날 선 칼을 들고 손목을 그을 수는 없는 것이니 통조림을 따다가 손가락을 베어버린 사실은 아주 개연성이 높은 축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감싼 휴지는 금세 빨강보다 붉게 변했다. 그러면서도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그는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스팸을 한 술 떠냈다. 그는 오랜 시간 스팸을 씹어 삼켰다. 이어서 찬밥을 입에 떠넣고 더 오래 씹었다. 음식을 먹는다기보다는 욱여넣는다는 것이 옳을 상황 속에서도 피는 칠칠맞지 못하게 계속 흘렀다.
문득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른해졌다. 나른함과 졸림 그 사이의 어중간한 감정 속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피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몸에 생긴 이 소심한 결찰을 통해 아주 많은 것이 빠져나갔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에게서 빠져나가야만 하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가 윗층에서 들리는 싸우는 소리와 발을 쿵쿵 울려대는 진동에 잠을 깼다. 일상보다 일상적인 일이라 화는 나지 않았다. 휴지를 떼니 상처가 지저분하게 벌어졌고 당연하게도 피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