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브래디 미카코, 2020/2022)
느닷없는 계엄령이 선포된 12월 3일에서 12월 4일 사이의 밤,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우물쭈물하다 보니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를 한 뒤에야 국회 앞에 도착했다. 그날 국회와 그 주변에서일어난큰일들은 거의 다 지나간 뒤였고, 가만히 있자니 추워서 네이버 지도가 알려준 대로 24시 카페를 찾아 나섰다. 아마도 그날 국회 주변에 유일하게 24시간 영업을 하던 카페엔 자리도 없고, 주문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태라 문 닫은 상점가를 한 바퀴 어슬렁 돌게 되었는데 젠더노소 여러 사람들 중 카지노 쿠폰들이 유독눈에 띄었다.
카지노 쿠폰들이 눈에 띈 것은 아마도 대비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카지노 쿠폰는 어떤 존재인가. '개저(씨)'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무례한 존재, 불화를 일으키는 존재, 그러면서도 기성 권력을 휘두르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막는 존재, 그래서 환대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카지노 쿠폰들은평소 좀 들으면 좋을 이야기는 안 듣다가 느닷없이 좀 수상쩍은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하면, 뭐를 원하고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서 알 수 없는 고집을 피우고, 다른 감정은 퇴화되었는지 모든 감정을 분노로 표출하고, 대화가 아니라 윽박지르기를 일삼는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바로 그런 '개저'의 최고봉이다.
예비(혹은 이미) 카지노 쿠폰인 나는 카지노 쿠폰에 관심이 많다. 그런 카지노 쿠폰가 될까 봐(혹은 되었을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저 카지노 쿠폰들은 왜 저럴까' 슬쩍 거리 두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다 외로워서 그래(feat. 김목인)'라며 카지노 쿠폰들에게 이입하기도 한다. 계엄의 밤에는여의도 여기저기에 있던카지노 쿠폰들을 보며이 카지노 쿠폰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기 왔는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나 계엄 땐 무엇을 하던 사람들 일지, 지금 주변 사람들에겐 '개저'일지 아닐지, 드문드문 들리는 대화를 주워들으며 제멋대로이들의 삶을 상상했다.
김목인. 그게 다 외로워서래:https://youtu.be/9gaQcMuLSm0
이번 12.3 내란사태에 대한 시민저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어떻게 보아도 20-30대 여성이지만, 여의도에도 남태령에도 함께 구호를 외치고, K팝에 맞춰 춤을 추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 결연히 노래를 부르는 카지노 쿠폰들도 꽤 있었다. 이 카지노 쿠폰들은 조금 겉도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여러 투쟁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삶이라는 긴 투쟁을 해온 이들이우리와 같은 구호를 외치는 편에 있어서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브래디 미카코가 쓴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도 환영받지 못하는 집단이 된 영국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들의 이야기다.1965년 일본에서 태어나 30대에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미카코는자기 주변의 영국 베이비부머 노동계급(1946-64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태어난 노동계급 사람들) 카지노 쿠폰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며, 카지노 쿠폰들이 다 그래 보이고 그럴 때가 많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르고 결국은 서로를 변화시켜 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나 <나의 올드 오크와 많이 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쿠폰들이라고 해서 다 결이 같은 한 덩어리는 아니다. 노동 계급 카지노 쿠폰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대충 하나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어째서냐고? 바로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쿠폰들이 이 세상의 사탄 취급을 받기 전부터 나는 그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가 신의 적대자인 사탄이 될 정도로 대단한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한 명의 사람이며,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다.
(...)
살아 있으니 우리는 모두 친구다. (7-8쪽)
영국에서 베이비부머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들은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을 던져 영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존재로, 젠더감수성은 형편없고 외국인 혐오는 심한 존재로 미움받고 있다. 하지만 미카코는 주변 카지노 쿠폰들을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들이품고 있는 신념, 그리고 그런 신념이 여러 상황과 조건, 사람과 만나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순간을 포착해 보여준다. 그중에는 자세히 보아야만 그 '예쁨'을 볼 수 있는장면도 있다.
로봇에게 일을 빼앗긴다, 이민자에게 일을 빼앗긴다 하며 곧바로 위기감을 느끼고 소란을 피우니 "사고방식이 고리타분하다" "배외주의자다"라며 공격을 받지만, 이렇게 땅바닥에서 외국인 소년의 얼굴에 묻은 초콜릿을 닦아주는 건 항상 제프 같은 사람들이다. (48쪽)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영국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들의 '반전 매력'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여러 모습에는어떤 식으로든 노동운동과 조합, 반-신자유주의 신념과 경험이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신념들은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지라는 결정으로, 외국인 혐오로, 가부장적 태도로 연결되기도 하고, 공동체를 챙기는 실천이나 신자유주의 기업은 거부하는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보수당 정권이 긴축 재정의 일환으로 지역 도서관을 커뮤니티센터 어린이 놀이방 한구석으로 '이전'하자 마치 영화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에서 튀어나온 듯 1980년대의 패션을 30년 넘게 고수한 카지노 쿠폰, 스티브는 빡빡머리에 반팔티를 입고, 닥터마틴 부츠를 신고 어린이 놀이방을 열심히 지킨다. 그는 정부가 "우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에 저항하기 위해"억지로라도 공공 도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거"라고 말한다.
상상해보시라. 키가 꺽다리처럼 크고 빡빡머리에 매서운 눈빛을 한 카지노 쿠폰가 한겨울에도 반팔 티셔츠 한 장에 어정쩡한 길이로 접어 올린 스키니 진을 입고 닥터마틴 부츠를 신은 채 어린이 놀이방 구석 테이블에 진을 치고 앉아 독서에 열심인 모습을 말이다. 그 테이블 옆과 앞에는 고무공을 굴리며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침투성이 아기, 장난감 피아노를 주먹으로 쾅쾅 치면서 "토토토 랄랄라, 베리로로 햐...."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래를 작곡하는 꼬마가 있고, 뒤로는 수유 중인 엄마와 아기가 있다.
(...)
그런 상황에서도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은 채 독서를 하는 스티브를 보았을 때 '과연 이것이야말로 긴축 재정에 항거하는 민중의 모습이로군'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스티브 한 사람의 저항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 뜻을 함께하는 반긴축파인 나도 어린이 놀이방에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스티브 옆에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71-72쪽)
이렇게 신자유주의와 긴축 정책,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보수당과는 반대되는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의 상당수는 2016년에는 극우세력이 주동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카코는 카지노 쿠폰들의 이러한 선택을 그들의 신념,NHS(국가보건서비스) 그리고 탈퇴파의 프로파간다와 연결 지어그 미묘함의 단면을 보여준다.
EU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할 때 "브렉시트를 하면 일주일에 3억 5000만 파운드씩 나가는 EU 분담금을 NHS의 자금으로 돌릴 수 있다"라며 탈퇴파가 유언비어를 흘렸다. 이는 탈퇴파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해외에서도 크게 보도되어 이런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에 속은 영국인들은 바보가 아니냐며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정이 있었다. 'NHS가 개선된다'라고만 하면 설사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영국의 밑바닥 계급은 그것을 믿고 싶고 거기에 기대고 싶을 만큼 비참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
"NHS를 잃는다면 우리는 영국이 복지국가였던 시절의 유산을 전부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 대처에게 지는 거란 말이야."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해머타운의 카지노 쿠폰 세대는 반 대처 기풍이 강하다. 젊었을 때 파업과 시위로 맞섰던 무시무시하게 강력했던 적은 지금도 영국과 EU의 신자유주의 정책 가운데 살아있는 모양이다. 메이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대처에 빙의해 있다고 한다.
(...)
"NHS가 당신을 죽이고 있다고."
"어쩔 수 없지. 그러라고 해."
남편이 대답했다.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이 실은 러브 송이었음을 떠올리며, 나는 포기의 한숨을 쉬었다. 남편 말처럼 이는 NHS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것도, 글로벌리즘에 반대하는 것도, EU 탈퇴도 전부 이어져 있고 얽혀 있다.
해머타운의 카지노 쿠폰 세대는 현 사회에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46-153쪽)
이 외에도 책에는여러 영국 베이비부머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들의 복잡다단한 삶과 신념, 그리고 사랑에관한 이야기가 그들을 애정하는 친구이자, 그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일본 출신의 이민자 여성의 관점에서 가깝게, 때로는 낯설게 전해지고 있다.나는 처음에는 '영국 카지노 쿠폰들을 너무 미화하는 거 아니야?'라고 삐딱한 태도로 읽기 시작했는데, 미카코의 애정 어린 시선을 한번 거쳐 엉망이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 카지노 쿠폰들의 이야기에 저항 없이 많이 웃고 많이 울어버렸다. 그래,카지노 쿠폰들도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자세히 보면 예쁠 수 있다.
다시 한국 카지노 쿠폰 이야기로 마무리를 해보자.한국 카지노 쿠폰들이 가진신념은 무엇일까?12.3 내란사태 이후 광장에 나오는 카지노 쿠폰들이 민주주의 혹은 '국가 위상'을 종종 언급하는 것을 보면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통해 체득한 민주주의가 신념인 경우도 있고,국가 경제성장에 동원되는 과정에서 형성된발전주의적 혹은 성장주의적 민족주의 같은 것이 신념인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혹은 둘 다 공존하는 경우도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이 각자의 역사와 환경, 사람을 만나 계엄의 밤 여의도 앞으로 뛰쳐나오는 카지노 쿠폰를 만들기도 하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온갖 혐오를 내뿜는 카지노 쿠폰를 만들기도 할 것이다.
어느 쪽의 카지노 쿠폰건 마냥 훌륭할 수는 없다. 광장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외치지만, 집에서는 그 자신이 윤석열인 카지노 쿠폰도 있고, 태극기 집회를 나가지만 동네에선 주변을 가꾸는 좋은 이웃인 카지노 쿠폰도 있을 것이다. 카지노 쿠폰든, 카지노 쿠폰가 아니든, 누구든 더 깊이 안다는 것은 그래서 멋진 동시에 무섭기도 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극단으로 갈라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조차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알아갈 용기, 관용, 그리고 인간적인 애정이 아닐까 싶다.<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에 나오는 영국 노동계급 카지노 쿠폰들의 투박한 저항과 실천도 주변 사람들의 관용과 사랑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