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원 Apr 27. 2025

카지노 게임 무섭지 않아, 너를 위해 부는 거야

아이의 두려움에 다가가는

요 며칠, 카지노 게임이 참 많이 불었다.

강하게, 그리고 자주.

시원한 카지노 게임이 우리 가족에겐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온다.


첫째 다온이는 말문이 트이면서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던 첫번째가 자연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래서 연신 말했다.

“카지노 게임이 좋다, 햇살이 좋다, 구름 모양이 이러쿵저러쿵, 비 냄새가 좋다. 꽃이 이쁘다. 사마귀가 멋지다. 무지개가 이쁘다.”


다온이가 쏟아낸 말들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탄하는 말들이었다.

첫 아이 하나였던 그 시절, 우리는 캠핑을 하고, 나들이를 하고, 산책을 참 많이 했다.

다온이는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었다.


하지만 남매둥이 둘째 한준이는 달랐다.

2호는 카지노 게임을 무서워했다.

우리 아파트 바로 뒷편, 128.6m짜리 작은 산 '황금산'이 있다.

겨울이면 그 산에서 내려오는 카지노 게임이 매섭다.

작년 겨울, 한준이는 처음으로 그 산카지노 게임을 맞았다.

그 이후로, 2호는 카지노 게임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울먹이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한준이 마음 속에 카지노 게임에 날아갈까 봐 무서운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으로 끝나나보다.


오늘도 그랬다.

일요일 오전, 감기로 고생한 가족이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놀이터에 들러 잠시 놀려 했지만, 카지노 게임이 세게 불어왔다.한준이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집에 갈래…“


나는 얼른 한준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그래, 집에 가자."

아직 어리니까 서서히 무서움을 덜어내면 되지.

지금은 집에 가서 편히 쉬게 해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다온이가 다가왔다.

그리고 한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준아, 덥지? 카지노 게임은 더운 너에게 부채질해 주는 거야!"

"하늘에서 한준이 덥지 말라고 부채질하는 거니까 무서워할 필요 없어."


그 순간, 나는 놀랐다.

나는 상황을 피하게 하려 했고, 다온이는 상황을 바꿔 2호가 카지노 게임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하려 했다.

그것도 단 1~2초 만에.

나는 피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한준이를 안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준아, 카지노 게임은 종류가 참 많아. 산들카지노 게임, 방구카지노 게임, 높새카지노 게임, 똥카지노 게임, 된카지노 게임, 칼카지노 게임, 하늬카지노 게임, 회오리카지노 게임, 흔들카지노 게임, 하얀카지노 게임…"


한준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방구카지노 게임 뭐야?"

"된카지노 게임?"

"똥카지노 게임?“


작은 호기심의 문이 열렸다.

"방구카지노 게임 뿡 하고 한 번만 부는 바람이야."

"높새카지노 게임 강원도에서 산을 타고 부는 바람이고,

똥카지노 게임은 냄새 나는 카지노 게임이야. 맡아봐, 이건 냄새 안 나니까 똥카지노 게임은 아니야."

한준이는 킁킁거리며 웃었다.나는 덧붙였다.


"가끔은 좋은 냄새를 가져오는 카지노 게임도 있어.

하늘을 봐봐.

구름 사이에서 너 더울까 봐 부채질하는 거야.

근데 부채질도 가끔은 힘조절이 안 되어서 좀 세게 불기도 하고."


한준이는 하늘을 보며 웃었다.

"저 구름에서 카지노 게임이 오는 거야?"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내가 약국에서 약을 타서 놀이터로 왔다.

한준이는 엄마 품에 폭 안겼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며 문득 마음 한편이 저릿했다.


다온이 때처럼 자주 자연과 함께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둥이들에게는 자연이 아직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걸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도 다온이에게 배운 한 수 덕분에,

오늘 작은 씨앗 하나는 심었다.

카지노 게임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로는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고, 웃게 해주고,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친구라는 걸 한준이와 나눴다.

한준이가 카지노 게임 트라우마를 조금씩 벗어나도록,조금 더 자주, 조금 더 자연 속으로 데리고 나가야겠다.

함께 걸으며 천천히, 웃으면서, 자연을 느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