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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r 08. 2025

누가 시카지노 가입 쿠폰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나

명절 전후로 브런치에는 며느리들의 시집살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요. 지난 2월을 지나면서 그런 글을 종종 봤습니다. 이런 글에 달리는 댓글 반응도 흥미롭게 봤는데요, 며느리들의 울분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은 한편으로 다음과 같은 반응도 있더군요.


1) 어차피 옛날 분들이고 바뀌지 않습니다. 이혼할 거 아니면 적당히 맞춰 드려요.

2) 남편은 뭐 한답니까? 남편이 시부모의 부당한 언사에 묵묵히 있으니 더 그러는 거죠. 남편이 중간 역할을 못하고 있네요.

3) 그분들도 자식 키우느라 힘들었으니 기대치가 있는 건데,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시고 그 이상이 되면 선을 그으세요.


네, 어떤 면에서는 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시댁과의 갈등 20여 년차인 며느리가 볼 때는, 일리는 있지만 구리는 놓치는 말이기도 합니다.


1) "어차피 바뀌지 않아."


저도 이 생각으로 오랜 세월 견뎠습니다. 명절 때 시댁에 가면 남자들은 거실에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동안 왜 남의 식구인 여자들만 뼈 빠지게 일하며 부엌에서 못 나가야 할까? 결혼생활이란 건 도처에 이렇게 굴욕감이 깔리는 것일까? 부아가 끓었지만 참았습니다.

남편도 "한평생 저렇게 산 분들이 갑자기 바뀌겠어?"라고 말하며 "대신 내가 집에 가면 명절 집안일은 다할게"라고 양해를 구하니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묻더군요. 왜 남자들은 2박 3일 내내 놀고 있고, 설거지 한 번을 안 하냐고요. 엄밀히 말하면 할머니, 엄마와 숙모는 이 집 조상의 후손도 아닌데 왜 잠시도 못 쉬고 차례 지내고 있냐고요.


"어쩌겠어? 옛날 분들이니 바뀌시기가 힘들어. 차차 바뀌겠지. 너희 때는 좀 달라질 거야."

"흠.. 엄마, 엄마 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는데, 우리 때라고 해서 뭐가 저절로 바뀌어 있을까?"


그 말을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여성 참정권 카지노 가입 쿠폰 얻는데도 엄청난 서프러제트들의 희생이 있었지요.

불공평한 가사 노동의 문제나(우리나라의 경우 맞벌이인데도 평균적으로 여성이 2.5배 더 많은 가사 일을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여전히 계속되는 시댁 위주의 가정 문화(요즘은 일부러 "시가"라고 부르더요. "본가"라 카지노 가입 쿠폰 않고 스스로 "친정"이라 부르면서, 왜 "시댁"은 높여 부르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의 호칭도 국립국어원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구나. 현재의 우리가 아무것도 시도카지노 가입 쿠폰 않았는데 후대의 아이들 세상에서 뭐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거라고 기대한 거지? 아이의 한 마디에 저를 돌아봤습니다.


그 뒤로 작은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가시방석 같았지만, 시댁에서도 어느 정도의 제 할 일을 하고서는 방에 들어가서 안 나갔어요. 음식 차리고, 설거지하고, 부엌 뒷정리까지 다하고 한숨 돌릴라치면 시어머니가, "과일 좀 깎아라"라고 으레 시키셨는데 작은 반항이었지요. 저를 불러도 피곤하다면서 안 나갔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좀 거들라고 했어요.


남편이 거들려 하자 "아이고, 회사 다니기도 힘든 사람이? 쉬어라"라고 만류하시던 시어머니. 저는 주부들이 자신을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안타깝게 작고한 정아은 작가님의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에도 나오지만, 주부의 노동은 화폐 증식에 곧바로 기여카지노 가입 쿠폰 않는다고 해서 가치 없는 것으로 흔히 평가절하되는데 스스로 이런 시선에 휘둘릴 필요는 없겠지요.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맘충들은 맨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논다"고 비아냥대는 이가 나오는데, 회사 다녀도 동료랑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떱니다.

종일 그러진 못해도 휴게시간이란 게 있잖아요. 주부라고 휴게시간이 없어야 카지노 가입 쿠폰요. 저는 직장생활보다 주부 노릇이 15배쯤 더 힘들었어요. 주부는 퇴근도, 휴일도 없이 쉴 때도 쉬는 것 같지 않게, 육아와 살림을 위해 늘 대기 상태로 살아야 하는 고달픈 직종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저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자부심을 가지면서 당당해지니 시부모님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1주일에 두 번씩 하던 전화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전화해 봤자 남편 이야기만 하셔서 제 입장에선 의미도, 재미도 없었어요. 남편 이야기만 할 거면 남편과 통화하면 될 텐데 말이지요.


처음에는 전화 안 한다고 역정을 내셨지만, 계속 "네, 제가 바빠서요."라고 하니까 나중에는 더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보통은 시부모님도 며느리하고 완전히 원수 같은 사이가 되길 원치는 않으세요. 그렇게 심한 파국이 오지 않습니다.


2) 남편의 중간역할?


드센 시부모 때문에 감히 이견을 말할 수 없다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시어머니한테 "너 같은 ##년"이라는 욕설을 듣는 며느리가 있었어요. 이분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아주 평등한 관계셔서 당연히 이런 행태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요. 제가 분개하며 남편은 뭐 하고 있냐고 했는데, 이 분의 대답이 의외였어요.


"남편이요? 남편이 뭐라고 안 해주면 제가 직접 전화해서 저한테 사과하시라고 해요. 당연히 노발대발하셨어요. 그러나 끝까지 지지 않고 제 할 말을 다했습니다. 1시간 동안 통화한 적도 있어요. 남편은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저는 남편한테는 별말 안 했어요. 제가 직접 싸우면 되니까요."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분의 당찬 모습에 저 또한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시카지노 가입 쿠폰님하고 불편한 일이 있을 때 용기 내 직접 전화해서 말씀드렸어요.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오히려 남편한테 "00 애미가 나한테 이런 전화를 다 했다. 어떻게 그러니?"라는 항의를 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버텼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이런 항의를 저한테 전하거나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점차 저한테 과하게 하던 요구나 함부로 하던 말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아버지가 "너는 정리를 잘 못하니까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 같은 거 배워서 익혀라"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실 때도 이제 웃으면서, "아버님, 제가 아버님 어린 딸도 아니고, 그런 말씀하시는 건 선 넘는 거예요"라고 말할 만큼 여유도 생겼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3) 자식의 도리?


3번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야기하자면, 그분들이 키우느라 애쓴 자식은 남편이지 저는 아닙니다. 우리 부모님이 저를 키웠다고, 남편에게 수시로 전화하라고 하거나, 자신들을 애틋이 여겨서 자주 오라거나, 그런 요구를 하지는 않습니다.


간혹 "며느리들이 며느리 노릇 안 할 거면 재산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재산을 물려주신들, 그건 아들한테 물려주는 거지 며느리한테 주는 건 아니잖아요. 딸한테 재산 물려준다고 사위한테 무슨 역할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요.


물론 부모님이 힘들게 모은 재산을 받으면, 며느리건, 사위건 그 덕을 보게 되는 면도 있으니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가족 사업이라도 하거나 깊게 얽힌 분들은 또 다르겠지요.)


하지만 돈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효를 강요하는 건,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그런 식이면 아무것도 안 물려주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는 어떤 고마운 마음도 지닐 필요 없는 건가요?


배우자가 아니었으면 그저 남이었을 고부간에, 효라는 감정은 세월이 흐르면서 친밀감 속에 싹트는 것입니다. 시부모가 내내 홀대하거나 무시했는데 며느리 혼자 무슨 수로 효라는 감정을 싹트게 할 수 있겠어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친부모와 자녀 간에도 척지고 사는 경우가 흔합니다. 친부모라도 자식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면 서로 왕래가 끊기기도 하잖아요.


며느리나 사위에게는 더 조심해야겠지요. 사위만 백년손님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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