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 지방 탐방하기
2월 첫 주, 이틀 연차를 냈다. 영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짧게 여행을 다녀오기 위함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느냐를 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후보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둘 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겨울이라 휴양을 즐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 쿠폰의 옛 수도였다는 톨레도를 갈까, 맛의 본고장이라 불린다는 말라가를 갈까. 그러다 카지노 쿠폰 북부 지역은 아직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구글맵을 키웠다 줄였다 반복하다 이름만 들어본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이름은 '카지노 쿠폰(Bilbao)'. 바스크 지방의 중심이자 카지노 쿠폰에서 10번째로 큰 도시. 뭘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뭘 먹어야 할지는 안다. 당연히 바스크 치즈케이크지! 빵순이 둘에겐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여행 동기가 됐다.
여행 며칠 전, 마드리드 자취방에 나란히 앉아 일하던 우린 충동적으로 기차와 숙소를 예약했다. 그날 오후, 카지노 쿠폰 태생인 동료와 얘기하다 알게 됐다. 이 시기의 바스크 지방은 비가 자주 온다는 걸. 날씨 좋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굳이 날씨 안 좋은 도시를 찾아 여행 가는 우리는 뭘까. 가장 저렴한 환불 불가 옵션으로 통일했기에 낙장불입이다. 그럼 가야지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지노 쿠폰에 있는 2박 3일은 꽤나 즐겁고 보람찼다. 계획 세우는 데엔 게을러도 엉덩이는 가벼운 여행자들이라 발길이 닿는 대로 열심히 먹고, 구경하고, 기록했다.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는 몇 번 못했지만, 밥도 디저트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카지노 쿠폰은 지역색이 강한 나라라는 게 음식에서부터 느껴졌다. 듣기론 쓰는 단어나 어투도 다르다는데, 어떻게 다른지는 카지노 쿠폰어 까막귀인 내가 설명할 수 없다...
① 실내 마켓에서 골라 먹는 핀초, Mercado de la Ribera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향한 곳은 리베라 마켓(Mercado de la Ribera)이었다. 마드리드에서 카지노 쿠폰까지는 기차로 5시간이 걸렸는데,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배고픔에 지쳐 있던 우리는 첫 끼로 뭘 먹으면 좋을지 진지하게 토론했다. 리베라 마켓은 음식 종류도 다양한 데다 2층짜리 고풍스러운 건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시장 구경이라니 놓칠 수 없지!
리베라 마켓은 카지노 쿠폰를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강(Nervion River) 옆에 있다. 외관으로는 시장인 걸 짐작하기 어려웠다. 돌과 대리석으로 된 2층 건물에 아치와 기둥 등의 장식이 돋보였다. 1층은 푸드코트처럼 음식을 파는 부스가 벽을 따라 즐비해있고, 가운데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석이 빼곡했다.
절반 이상의 부스는 '핀초(pinchos)'를 종류별로 팔고 있었다. 핀초는 바스크 등 카지노 쿠폰의 북부 지방에서 먹는 간식인데, 빵 위에 이것저것 올리고 꼬치로 고정한다. 이것저것엔 튀긴 생선이나 닭고기, 오믈렛, 샐러드, 심지어는 절인 올리브까지 포함한다. 작은 오픈 샌드위치 같기도 토핑을 잔뜩 올린 유부초밥 같기도 하다.
고심 끝에 각자 두 개씩 골랐다. 나는 튀긴 대구와 새우 샐러드, 친구는 버섯과 치즈, 그리고 앤초비 샐러드. 생각보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미리 만들어 진열해 둔 것이라 그런지 온기가 부족했다. 그래도 카지노 쿠폰의 새로운 음식을 알게 되고, 다양한 맛을 조금씩 경험해 볼 수 있음에 만족했다.
내친김에 2층도 올라가 봤다. 수산물, 육류, 하몽과 치즈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시장의 모습이었다. 고기와 생선을 사가는 현지인들을 지켜보다 우리도 괜히 빵과 쿠키를 조금 샀다. 역시나 평범한 맛이었지만 우리의 들뜬 기분이 이 순간을 특별함으로 둔갑시켰다.
② 녹진한 치즈케이크 전문점, Charamel Gozotegia
바스크 지방에서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먹는 건 카지노 쿠폰에 오기 전부터 버킷리스트 1순위였다. 윗면은 노릇을 넘어 거뭇할 정도로 잘 구워지고 안은 크리미 해서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떠지는 그 매력적인 질감. 원조는 어떤 모양에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Charamel Gozotegia'는 카지노 쿠폰의 유명한 치즈케이크 전문점이다. 유명세에 비해 가게 외관은 평범했다. 내부도 벽이 울퉁불퉁한 돌벽이라는 걸 빼면 특이할 게 없었다. 모든 특별함은 진열장 안에 있었다. 크고 탐스러운 케이크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오리지널과 피스타치오를 주문하려다 직원의 말에 멈칫했다. "저스트 오리지널? 노 고르곤졸라?"라는 말에. 고르곤졸라 치즈가 들어간 케이크라니, 안 먹어볼 수 없지. 그렇게 두 조각의 치즈케이크를 앞에 두고 우리는 여러 각도로 관찰했다. 예상과 달리 윗면은 가장자리만 살짝 노릇했다. 단면은 무스나 푸딩처럼 입자가 안 보였다.
맛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엄청 녹진한 식감이었다. 씹을 건 없지만 입에는 오래 남는, 꿀이나 가나슈 같은 그런. 피스타치오 맛도 좋았지만 고르곤졸라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입은 모르겠는데 끝맛에서 블루치즈의 꼬릿한 향이 확실히 느껴졌다. 눈이 잔뜩 커진 채로 친구와 나의 포크는 말없이 두 접시를 부지런히 오갔다.
1970년대까지 카지노 쿠폰는 철강과 조선 산업의 중심지였다. 문화와 관광으로 유명해진 건 1990년대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문을 열면서부터였다. 이미지 탈바꿈이 어찌나 효과적이었는지, 특정 건축물이 도시 재생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걸 '카지노 쿠폰 효과'라고 부른다고.
첫날 부슬비가 오다 말다 하길래 구겐하임 미술관 방문은 이틀차로 미뤄뒀었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며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미술관에 도착해서는 우리의 날씨 운에 감사했다.건물 외부가 티타늄으로 마감되어 있어 햇빛을 이리저리 반사했고, 그게 전혀 투박해 보이지 않아 신기했다.
미술관 앞엔 그만큼이나 유명한 강아지(Puppy) 조각상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제프 쿤스의 작품으로, 키는 12미터에 몸무게는 16톤이 넘는단다. 풀이 빼곡하게 덮고 있어 조각이라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짙은 초록색 덤불 사이엔 알록달록한 꽃들이 조롱조롱 피어 있다. 이 대형 강아지는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부 디자인도 예사롭지 않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곡선형 구조물을 중앙에 설치함으로써 건물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설계했다. 그러면서도 층마다 전시관은 뚜렷한 테마로 분리되어 있다. 1층에선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디지털 예술로 표현한 'Paul Pfeiffer' 작가의 특별전을 볼 수 있었다. 3층에선 앤디 워홀, 잭슨 폴락, 제프 쿤스 등 유명한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관람했다.
가장 좋았던 건 2층의 'Hilma AF Klint'라는 스웨덴 작가의 특별전이었다. 영적인 세계를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연작 앞에선 한참을 서 있었다. 작품의 배경이나 메시지를 모르는데도 들여다볼수록 심오함이 느껴졌다. 선도 채색도 단정한데 왠지 몽환적이고 울렁이는 기분이었다. 친구도 이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휴대폰 배경 사진을 바꿨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여행지가, 함께하는 여행은 그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카지노 쿠폰 여행은 영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함께였다. 푹 쉬고 싶단 생각에 둘 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음에도 연차를 내놓고 가볍게 떠났다.
카지노 쿠폰에서 휴양이든 관광이든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도시야 많지만, 카지노 쿠폰는 소박하면서 알찼다. 숙제하듯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어 좋았고, 그렇게 얻은 한가함을 우리답게 누린 것도 재밌었다. 성격은 매우 다른데 우리는 공통의 취미가 있다. 하나가 독서, 하나가 그림. 그래서 우리의 백팩엔 책과 아이패드가 들어 있었다.
기차에선 같은 책을 읽었고, 카페에선 같은 사진에 얹을 그림을 그렸다. 항상 혼자만의 취미였던 걸 누군가와 함께하니 두 배로 재밌었다. 큰일이네, 친구 돌아가면 다시 혼자서 취미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말이지.
카지노 쿠폰 여행에서 뭐가 기억에 남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녹진한 바스크 치즈케이크의 첫 입, 여러 방향으로 빛을 뿜어내던 미술관의 티타늄 패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의 추상 회화들, 그리고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그림 그리던 시간.
그렇게 완성한 두 장의 작업물. 우리는 기념품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카지노 쿠폰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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