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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Apr 13. 2025

19.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프라도 카지노 쿠폰서

공부하듯 꼼꼼히 관람하기

마드리드에 온 지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드디어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 마드리드 하면 제일의 관광코스로 거론되지만 막상 현지인으로 살러 오니 계속 미루고 미뤘다. 집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이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건 '제대로' 관람하고 싶어서였다.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하나 마무리된 주에, 충동적으로 금요일 연차를 냈다. 오며 가며 봤을 때 주말은 그 주변이 항상 바글바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라도 카지노 쿠폰은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카지노 쿠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평일 연차, 너무나 투자할만해.



① 티켓 예매하기


프라도 카지노 쿠폰은 현장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나 줄이 항상 길다. 웬만하면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매해 가는 게 좋다. 일반 성인 기준으로 한 사람당 15유로다. 여기에 오디오 가이드나 가이드 투어 옵션을 선택하면 추가금이 붙는다.


나는 날짜와 시간만 골라 기본 입장권으로 예매했다. 오디오 가이드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주요 작품 60점에 대해서만 설명해 주는 걸로 따로 구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추천한다. 프라도 카지노 쿠폰엔 100개 이상의 전시실과 1800여 점의 작품이 있다. 전문가의 큐레이션 없인 하루 만에 카지노 쿠폰을 돌아보기 힘들다.


다른 지역에도 구경할 게 많은 여행자라면 무료 관람을 노려봐도 좋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무료입장이다. 다만, 짧아도 한 시간 전부터 줄이 생기니 시간은 여유롭게 잡고 오는 걸 추천한다.



② 카지노 쿠폰 입장하기


금요일엔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4월 중순에 가까워지는데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럽다니, 마드리드 올해 정말 이상하다. 야외 활동을 계획했다면 시무룩해졌겠지만, 미술관은 날씨에 영향을 안 받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신이 났다.


그런데 비가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지. 프라도 카지노 쿠폰으로 가는 길에 신발부터 바지 밑단까지 흠뻑 젖었다. 매표소 앞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온라인으로 예약한 사람은 1층으로 올라가면 된단다. (유럽은 지상이 0층부터 시작한다.)


1층의 직원은 메일로 받은 QR 코드를 검사했다. 티켓 구매할 때 시간대도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30분 일찍 갔는데도 별 말 없는 걸 보면 시간대는 큰 상관이 없는 듯하다. 입구로 들어가며 간단한 짐 검사를 했고, 물품보관소로 안내받으며 아차 싶었다.


크로스백이나 숄더백은 괜찮지만 배낭을 멘 채로는 전시실 입장이 불가하다. 어쩔 수 없이 배낭을 맡기며 휴대폰과 필기구만 양 주머니에 넣었다. 패딩 조끼 입고 오길 잘했네. 아, 물품보관소는 이용이 무료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카지노 쿠폰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까지 챙기고 나면 관람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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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시 관람하기


프라도 카지노 쿠폰은 총 3개 층 - 0층부터 2층까지 - 으로 되어 있다. 나는 1층의 '고야 문'으로 들어왔고, 그러면 1 전시실부터 차례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전시실에서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금지고,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은데도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각 전시실의 벽 위쪽엔 숫자가 붙어 있어 안내서의 지도만 따라가면 길 잃을 걱정이 없다. 1층카지노 쿠폰 주목해야 할 작가는 스페인의 3대 화가로 불리는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그리고 고야다. 전시실을 몇 개씩이나 차지할 정도로 작품 수도 많고 작가 설명도 자세하다.


엘 그레코는 16세기 중반에, 벨라스케스는 17세기에, 고야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활동했는데, 전시실을 순서대로 관람하며 스페인의 회화 양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색채는 역동적이고 화려했다가 점점 차분해지고, 주제는 종교나 왕실카지노 쿠폰 사회 전반으로 다양화됐다.


가장 유명한 작품이 무엇인지는 관람객들의 밀도가 말해준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앞엔 둥그렇게 군중이 모여 있었는데, 거의 10년 전에 루브르 박물관카지노 쿠폰 '모나리자'를 볼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조금씩 보이던 작품의 모습에 가슴이 뛰던 기억. 그때만큼 붐비는 건 아니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작을 보러 지구 곳곳카지노 쿠폰 온 사람들이 모여 있단 걸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 어느 미술관에선가 책에선가 이 작품을 봤을 땐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어린 공주에게 눈이 갔다. 이번에는 스페인 대표 화가의 대표작이라는 걸 알고 봐서인지 왼편에 그려 넣은 화가 본인의 모습에 자꾸 시선을 빼앗겼다. 왕실의 궁정 화가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벨라스케스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신분 상승 욕구가 컸다는데, 왕족에게 질투심을 느꼈을까 아니면 직업인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을까.


카지노 쿠폰벨라스케스 - 시녀들ⓒ프라도카지노 쿠폰


고야의 '옷 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 앞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같은 인물을 두 가지 버전으로 그렸다는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당시 종교적인 이유로 스페인에선 누드화가 금지였는데, 몰래 그려놓고 그림의 소유자였던 총리는 집에 누가 오냐에 따라 그림을 바꿔 걸었다고.


고야 - 옷 벗은 마하ⓒ프라도카지노 쿠폰
고야 - 옷 입은 마하ⓒ프라도카지노 쿠폰


그 외에 기억에 남는 건 프랑스 출신 화가 로랭의 풍경화들이었다.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은 덕에 프라도 카지노 쿠폰는 그의 작품이 몇 점 전시되어 있다. 아무래도 가톨릭 국가이다 보니 종교적 색이 짙은 작품들이 많은데, 로랭이 그린 목가적인 풍경화들이 분위기를 환기해 주었다. 인상주의처럼 빛의 색채가 그림들에 담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로랭 - 성 파울라 로마나의 승선ⓒ프라도카지노 쿠폰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가되 몇몇의 작품들에 발이 묶여 한참을 구경하길 반복했다. 어느새 3시간이 지나있었고 잠깐 쉬고 싶어 1층 카페를 찾아갔다. 좌석은 많지 않고 앉은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많았다. 2.5유로 내고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서성이다가 운 좋게 자리가 났다. 커피는 쓴맛만 나고 별로였지만 앉아서 쉴 수 있는 게 어디야.



0층도 1층만큼이나 규모가 컸다. 1층보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화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화풍도 그림의 주제도 엄청 다양했다.


시작은 이탈리아 출신 화가인 라파엘로와 보티첼리였다.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그들의 그림엔 내가 생각하는 르네상스의 우아함과 화려함이 표현되어 있다. 표현은 부드러우면서 섬세한데 색채는 화려하다.


안쪽으로 전진하는데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또 유명한 작품이 가까이 있는 게 분명하다. 네덜란드 출신 화가 보쉬의 작품들에 관람객이 엄청 모여 있었다. 거대한 삼면화인 '쾌락의 정원'과 '건초수레'는 한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도 컸고, 읽을거리도 엄청 많았다.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각각의 작품은 천국과 지옥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다 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손톱만 한 크기의 사람이 수십 명이었고,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기괴한 요소도 많았다. 반인반어(半人半魚)라든가, 만취한 종교인이라든가, 엉덩이로 금화를 낳는(...) 사람이라든가. 혼란스러운 그림의 내용에 비해 색채는 어린이 동화책처럼 밝고 화사하다.


보쉬 - 쾌락의 정원ⓒ프라도카지노 쿠폰
보쉬 - 건초수레ⓒ프라도카지노 쿠폰


제일 안쪽엔 또 고야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1층의 작품들과 다른 점은 고야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의 작품들이란 거다. 잔인하고 어두운 이 시기의 작품들은 '블랙 페인팅'이라는 명칭으로 분류된다.


'자식을 잡아먹는 새턴'을 마주했을 때 실제로 팔에 소름이 돋았다. 흑백에 가까운 그림카지노 쿠폰 피만 붉게 표현했고, 새턴의 눈은 희번덕해서 무섭게 느껴졌다.


고야 - 자식을 잡아먹는 새턴ⓒ프라도카지노 쿠폰


그림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건 고야가 이러한 작업의 과정카지노 쿠폰 우울증을 스스로 치유했다는 이야기다. 말년을 프랑스 보르도카지노 쿠폰 마무리하며 고야는 블랙 페인팅을 거쳐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고 한다.


오디오 가이드는 1층과 0층의 작품들만 담았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작품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관람객도 전시실마다 대여섯 명뿐이었다. 그 와중에 고야 작품들이 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그가 남긴 회화는 500점이 넘고, 프라도 미술관은 140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기계도 이렇게 다작은 못할 것 같은데, 정말 경이롭다.


관람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5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꼼꼼히 본 건 반의 반도 안될 텐데, 예상했지만 하루 만에 다 보는 건 어렵다. 그래도 공부하듯 최선을 다해 관람했더니 숙제를 끝낸 것처럼 뿌듯하고 개운했다.



④ 식사와 기념품 쇼핑


0층에는 1층보다 훨씬 큰 규모의 카페테리아가 있다. 주문하는 줄이 긴데도 좌석이 많아 서서 먹는 사람이 없다. 온 김에 밥도 먹어보자 싶어 얼른 줄에 합류했다.


크루아상이나 타르트 같은 간식용 빵부터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의 식사 메뉴까지 선택지가 다양했다. 앞사람들이 뭐 시키나 구경하다 제일 인기 있는 것 같은 시저 샐러드를 주문했다. 야채에 닭고기와 베이컨을 토핑 한 샐러드 한 그릇이 12유로. 그래, 여기서 식사할 거면 가격 생각은 접어둬야지. 먹어보니 맛 평가도 접어둬야겠다. 내가 집에서 똑같이 구현할 수 있는 맛이었으니.



애매한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의 기념품 가게로 갔다. 첫인상으로는 규모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구성이 엄청 알찼다. 기념품 치고 괜찮은 게 아니라 실용성까지 생각해도 질이 좋은 상품들이 많았다. 파우치, 에코백, 티셔츠, 문구류 등 어디에나 있는 기념품 종류인데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제일 사고 싶었던 건 손으로 드는 끈과 어깨에 메는 끈이 모두 달린 튼튼한 에코백인데, 50유로가 넘는 걸 보고 조용히 내려놨다. 대신, 가볍게 들만한 작은 천가방과 엽서 몇 장, 그리고 고무줄로 고정하는 책받침만 샀다. 20유로 조금 넘게 내며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만족했다.


물품보관소카지노 쿠폰 배낭을 돌려받고 기념품을 그 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 살짝 무거워진 어깨도 많이 걸어 욱신거리는 발도 다 괜찮았다.




*

10년 전에 처음 유럽여행을 했을 땐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짜릿했다. 길카지노 쿠폰 마주치는 신호등이나 쓰레기통 같은 평범한 것들에도 내내 감탄했다.


이후에도 자유 여행이나 출장으로 유럽에 몇 차례 더 왔지만 처음만큼의 자극은 느끼지 못했다. 맛있는 걸 먹고, 무언가를 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건 매번 즐거웠다. 그런데 박물관, 카지노 쿠폰, 성당 등의 예술적인 장소에 대한 감흥은 전보다 덜했다.


이번에 다시 깨달았다. 그 장소가 품은 역사와 이야기를 흡수한 다음 바라보면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풍성하게 느껴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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