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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Apr 28. 2025

21. 13권의 책과 함께한 카지노 게임 추천 5개월

책이 있어서 더 즐거웠고 덜 외로웠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온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사는 공간을 바꾸면 일상이 180도 변할 줄 알았는데, 내 삶의 프레임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취향도 취미도 그대로다. 다만, 장소의 변화는 일상적인 경험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4월 중순이 지나니 마드리드 날씨도 변덕을 멈췄다. 찬란한 봄 날씨를 만끽하러 모든 사람이 밖으로 나온듯하다. 나도 부쩍 야외 활동량이 늘었는데, 오디오북을 들으며 집 앞 공원을 산책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있는 동안 읽은 책들은 더 특별하게 기억되겠구나. 책에 대한 감상과 읽는 동안의 즐거움이 섞여 유리구슬처럼 때때로 들여다볼 수 있는 동글동글한 기억으로.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글을 남긴다. 작년 11월부터의 독서 메모를 모아보니 총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오늘의 글은 독후감도 아니요, 서평도 아니요, 그냥 자유롭게 각각의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1.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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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보낸 첫 주말, 모든 게 낯설고 신기카지노 게임 추천. 동네나 구경할 겸 산책하다가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갔다. 갓 구운 빵 냄새와 은은한 커피 향이 나는 소박한 공간이었다. 쭈뼛거리다 아메리카노에 초코 크루아상을 주문카지노 게임 추천.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마드리드 거리를 구경카지노 게임 추천. 내가 이곳에 살러 왔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밀리의 서재에서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마냥 빵 굽는 냄새처럼 포근한 소설은 아니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가 후루룩 몰입해서 읽었다. ‘아무튼 해피엔딩’ 식이 아닌 결말도 신선했고, 10대 소년부터 괴짜 마법사까지 다양한 존재들의 선택이 얽힌 내용이라 이야기가 평면적이라 느끼지도 않았다.



2. 트렁크 (김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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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주 금요일, 넷플릭스에 공유·서현진 주연 드라마 <트렁크가 공개됐다. 출근 첫 주의 마지막 날이라 나는 집에 오자마자 뻗었다. 기운을 차리고선 집 앞 마트에서 팩 와인과 사과 한 봉지를 사 왔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와인을 홀짝이며 ‘트렁크’를 다 봤다.


이어진 주말에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내내 읽었다. 완독 하자마자 ‘넷플릭스 제작자는 어쩌다 이 작품을 드라마화하겠다고 결심한 걸까?’라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주인공을 둘러싼 직장과 인간관계만 설정이 같고 나머지는 거의 다시 쓴 수준이었다.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스릴러 한 스푼을 더한 느낌이었다. 소설은 조금 더 밝고 성적인 묘사가 많았다. 그리고 각 인물의 아픔을 깊게 들여다보기보단, 한국의 청년카지노 게임 추천면 누구나 압박을 느낄 사회적 틀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조명한다. 특히 평범한 사랑만이 사랑으로 인정받는 비합리성에 대해.



3. 눈부신 안부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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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마드리드로 친구들이 놀러 오기 전에 부지런히 읽은 책이다. 회사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으로 한 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침대에만 누워 있던 며칠간 이북으로 차근차근 다시 한번. 이야기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책 속의 세계에 푹 잠겨 있고 싶어 천천히 정독카지노 게임 추천.


백수린 작가는 항상 ‘다정함’을 이야기하는데, 소설에서도 에세이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첫 장편소설카지노 게임 추천는 <눈부신 안부도 그랬고, 극적인 사건이나 악역 없이도 끝까지 재밌었다.


‘파독간호사’라는 소재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도 감탄스럽고,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까지 연결되는 것도 오래 기억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한 해의 끝에서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인생의 곳곳에는 들판에 숨어 있는 제비꽃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연말에 읽어서인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구절이었다. 계획해 놓고 이루지 못한 걸 아쉬워하기보다, 소소하게라도 뿌듯하거나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새해를 맞이해야겠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4.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 (박상영)

연말연초를 카지노 게임 추천했던 친구들이 떠나고, 헛헛해진 마음을 책으로 달랬다. 가볍게 읽을 에세이를 찾아 ‘밀리 오리지널’에서 박상영 작가의 이름을 발견했다.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는 그가 밀리에서 연재한 에세이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건데, 반나절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량도 내용도 부담 없었다.


가파도 레지던시에 3개월간 상주 작가로 지내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담았는데, 일 때문에 서울을 수십 번 오가면서도 그는 가파도에서의 매 순간을 좋아카지노 게임 추천. 방에 누우면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가 들리고, 산책길엔 끝없이 펼쳐진 언덕과 반짝이는 파도를 볼 수 있는 고요한 섬.


동네 스타벅스 2층에서 느긋하게 끝까지 완독 카지노 게임 추천. 오래간만에 집중하지 않아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5. 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마드리드에서 제일 큰 영어 서점인 ‘The Secret Kingdoms’에 구경 갔다가 엄청 두꺼운 책을 사 왔다.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미국 소설이라길래 궁금했는데, 사실은 엄청난 불행 서사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밀리의 서재에 한국어판이 있어서 종이카지노 게임 추천 이북리더기를 오가며 거의 3주간 읽었다. 읽는 내내 너무 괴로웠다…


<리틀 라이프는 대학에서 만나 평생 친구가 된 뉴요커 넷의 이야기다. 같은 기숙사 방을 쓰던 20대 초반부터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중년이 되기까지, 그들은 희로애락을 카지노 게임 추천하며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만 본다면 ‘섹스 앤 더시티’의 남자 편 같겠지만, 무드가 정반대다. 넷 중에서도 주인공인 ‘주드’의 삶 때문인데, 정말 이렇게까지 불행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행하다. 15살의 교통사고로 평생 거동이 불편해졌고, 그 전의 어린 시절은 온갖 학대와 폭력으로 물들었다. 일류 변호사로서 성공 가도를 쭉쭉 달리면서도 주드는 극심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완독 후엔 무얼 느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책카지노 게임 추천고 해서 무조건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울하게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심한 트라우마는 시간이 흘러도 희석되지 않고, 그러므로 사회 곳곳에 그림자가 지지 않게 관심을 갖고 경계해야 한다는 게 독자로서 새겨 들어야 할 메시지일까?


독서 메이트인 친구가 카지노 게임 추천에 놀러 왔을 때 같이 읽었는데, 빌바오와 산 세바스티안 여행 중에도 우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기차에서 서로 머리 쥐어뜯으며 대체 주인공들 왜 이러는 거냐고 역정 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6. The People in the Trees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가 너무 강렬해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떨지 궁금카지노 게임 추천. 동네 도서관에 회원 등록한 날, 영어 서적 코너를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카지노 게임 추천. <The People in the Trees는 한야 야나기하라 작가의 데뷔작인데,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출간이 안 된 것 같다.


‘노튼 박사’라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과학, 윤리, 인간 본성을 깊이 탐구하는 내용이었다. 노튼은 ‘이부이부’라는 외딴섬에 연구 차 방문카지노 게임 추천가 신성한 거북이를 먹고 평균 수명의 몇 배 이상으로 장수하는 부족을 발견하게 된다. 육체적 건강은 그대로인데 정신적으로는 점점 쇠퇴한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이것으로 그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지만, 노년에 비도덕적인 사생활이 밝혀지며 한 순간에 추락한다.


영생하는 부족이나 신성한 거북이는 판타지 요소인 게 분명하기에 노튼의 삶도 허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보그에 실린 작가 인터뷰를 읽어보니 실제로 노벨상 수상한 과학자가 입양한 소년들에게 성적 학대를 저질러 잡혀간 사례가 있고, 그게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영어로 읽느라 온전히 몰입하진 못했지만 종이책 독서는 그 자체로 즐겁다.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보니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다.



7.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너무 소설만 읽었나 싶어 밀리의 서재에서 비문학을 한 권 골랐다. 제목부터 내용의 끝까지 일관적으로 다정함의 힘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다정함을 인간의 선천적인 속성이 아닌, 생존과 진화를 위한 노력의 산물카지노 게임 추천는 주장이 흥미로우면서도 설득력이 높게 느껴졌다.


인간이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다정함을 기반으로 사회를 만들고, 여기에 자제력을 더해 규범과 제도를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정함은 모든 존재에게 적용될 수 없고, 오히려 바깥의 집단에겐 공격성과 잔인함으로 발현된다. 전쟁, 정치적 갈등, 온갖 혐오 범죄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려면 집단 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고, 이건 개인이 아닌 사회의 몫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선(善)을 지향하는 메시지는 다 그렇지 않겠는가. 다정함이 과학과 논리의 영역이라는 걸 다방면으로 증명카지노 게임 추천는 게 인상적이었다. 내용이 반복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다 다른 연구겠지.



8. 이끼숲 (천선란)

3월엔 영국에 다녀왔고, 런던행 비행기에서부터 <이끼숲을 읽었다. ‘바다숲’,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 연작 소설인데 낭만적인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관이 흥미로웠다.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덕분에 시간이 빨리 갔다.


배경은 모든 게 감시당하고 통제받는 지하 도시다. 지상 세계와 달리 지하 도시는 유지 자체에 엄청난 리소스가 들어가고, 이는 구성원들의 피땀눈물이 빚어내는 거다. 힘겨루기와 계급 나누기로 경직된 사회에서도 그 반대편엔 더 강력하게 낭만과 사랑을 품고 사는 이들이 있다. 천선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희생을 자처하며 친구들의 영혼을 구하려는 등장인물들의 순수함이 아름다웠다.


런던에 도착한 날 ‘웰컴컬렉션(Wellcome Collection)’카지노 게임 추천는 문화센터 안에 있는 ‘리딩룸(Reading Room)’에서 두 시간 동안 <이끼숲을 읽었다. 빈백에 반쯤 누운 채로 독서하다가 중간에 살짝 졸았는데, 그 나른하고 평온했던 순간이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9. 구의 증명 (최진영)

읽는 동안 괴로웠던 책 또 나왔다. 런던 여행 중 하이드 파크를 산책하며 오디오북으로 완독 한 책이다. 분량이 길지 않아 그날 저녁 전자책으로 다시 한번 읽고 한층 더 공허해졌다. 봄의 기운을 받은 공원을 발 가는 대로 돌아다니는데 귀로 흘러 들어오는 이야기에 마음은 심란카지노 게임 추천.


<구의 증명은 ‘구’와 ‘담’의 고통스러운 러브스토리다. 구가 불행했던 이유는 부모가 산더미 같은 빚을 떠 안겨서다. 담이 불행했던 이유는 구를 사랑해서다. 그건 살아가게 하는 이유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사랑의 끝이 죽음인 게 슬펐고, 곁에 좋은 어른이 없어 점점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 주인공들이 안타까웠다.


소설을 소설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건 구와 담이 현실에도 있을 법한 캐릭터들카지노 게임 추천서다. 둘의 사고방식이나 기이한 행위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상성을 따지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상황에서다.



10. 파과 (구병모)

연초부터 독서 리스트에 있던 <파과가 영화로 개봉한다는 뉴스를 봤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의 첫 책이었던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밌게 읽어서 같은 작가의 <파과도 기대했다. 밀리의 서재엔 없길래 교보문고에서 구매했다.


3월 말에 읽은 책인데 마드리드 날씨가 따뜻해서 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다. 점심시간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책 읽다가 하늘 구경하다가를 반복카지노 게임 추천. 돗자리에는 가끔 꽃잎도 떨어지고 개미도 기어올라왔다. 그걸 털어내면서도 자리를 옮기진 않았다.


워낙 장르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주인공 ‘조각’의 입체적인 캐릭터가 매력 있어서 틈날 때마다 책을 찾았다. 조각의 삶이 너무 기구하다 생각하면서도 킬러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며 살아왔다 생각하면 마냥 정 붙일 수가 없었다. 근데 정작 살인을 의뢰한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있으니 비난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두 번째 읽을 땐 조각의 혼잣말과 심리에 더 집중했는데 쓸쓸하고 우울카지노 게임 추천.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 킬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길복순도 계속 생각났는데 복순의 삶은 조각에 비하면 양반이다. 거의 평생이 혼자였던 조각은 그 어떤 킬러나 요원보다 더 고독하게 느껴졌다.



11. 파리의 심리학 카페 (모드 르안)

4월은 일에 대한 고민으로 내내 심란카지노 게임 추천. 소설을 읽어도 몰입이 잘 안 될 것 같아 위로와 치유가 테마인 에세이를 찾아봤다. 파리에서 18년 동안 5만 명을 만나 심리 치료를 해온 상담가가 쓴 책, 이라는 설명을 읽고 이 책을 선택카지노 게임 추천.


사실 위로를 건네고 용기를 불어넣는 내용의 책은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음의 병이 나아 평온의 상태로 가려면 당연한 걸 실행으로 옮겨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그래도 이 책은 수많은 고민들의 교집합이라 누구든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한 구절이라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은밀한 무기력증에 대한 내용이 그랬다.


이 책을 추천하느냐 묻는다면 마음이 힘든데 털어놓을 곳이 없는 사람카지노 게임 추천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마음이 꽃밭이기만 한 사람이 있나?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호로록 읽다 보면 마음의 응어리가 살짝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12. 우울해서 빵을 샀어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한 권으로는 치유가 덜 됐나, 더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에세이를 찾게 됐다. 제목에 ‘빵’이 들어가서 골랐는데, 생각한 대로 따뜻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가득한 책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일상은 얼마든지 로맨틱해질 수 있고, 52가지의 예시로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될지 알려주는 감성 에세이다.


해가 뜨기 전에 차분히 명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든가, 동네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 산책하며 야금야금 먹는다든가, 시장에서 탐스러운 과일을 사 와 창가에 놓는다든가. 이런 평범한 일도 노력하면 행복한 순간으로 바꿀 수 있고, 결국 그게 모이고 모여 행복한 삶이 될 거라는 이야기.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긴 했으나 솔직히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일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이 한가득인 상황에서 로맨틱한 일상을 추구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


읽는 내내 자꾸 어디서 비슷한 걸 읽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프랑스 작가 필리프 들레름의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이었다. 그땐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장소만 달랐지 기분은 지금과 같았던 것 같다. 잠깐, 그럼 결국 내 문제인가?



13.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추천받은 책 목록을 오랜만에 훑어보다가 <꿀벌과 천둥이 눈에 걸렸다. 밀리의 서재에서 본 것 같아 검색해 보니 전자책에 오디오북 버전까지 있었다. 장편 소설 중에도 분량이 긴 편카지노 게임 추천 전자책으로 읽으려 했는데, 오디오북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귀로 들었다.


첫날은 야외 러닝하면서 들었는데, 내용에 집중하느라 몸이 힘든 줄 모르고 10km나 뛰었다. 중간중간 숨이 차 쉰 구간도 있지만, 총 54분 걸려서 내 페이스에 놀랐다. 평소엔 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 책의 재미가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나 보다.


그다음 며칠은 또 공원에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서 들었다. 낮엔 25도까지 올라가는 따끈따끈한 날씨라 선글라스 쓰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노곤노곤하니 잠이 왔다. 그렇게 잠깐 잠든 적도 있다. 깨어나선 기억나는 부분까지 오디오북을 되감아 다시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 넘게 <꿀벌과 천둥의 콩쿠르 세계관에 빠져 있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요시가에 피아노 콩쿠르가 배경인데,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재능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목차 구성은 콩쿠르의 진행 순서를 따르니 귀로만 들어도 헷갈리는 게 하나도 없어 좋았다.


클래식 음악, 그것도 피아노 콩쿠르에 한정된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다. 피아노를 7년 정도 배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큰 관심이 없던 나도 금세 빠져들었다. 뒷 내용이 예상되는데도 재밌어서 중간에 끊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과하다 싶었던 피아니스트들의 천재성이나 그들의 연주에 대한 묘사도 적응되니 오히려 중간중간 벅차올랐다.


다 읽고 나선 책에서 소개한 연주곡에도 관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각종 콩쿠르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유럽에 머무는 동안 음악회도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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