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13일:신년회 다음 날
늦잠을 잤다. 눈을 뜨니 9시 30분. 어젯밤 11시 30분 즈음 잠들었으니 꼬박 10시간을 잔 셈이다.
아내가 출근하고 뒤늦게 일어나 양배추에 발사믹소스를 뿌려서 먹고는 스마트폰을 끄적이다 어제 읽다만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김경원 역/위즈덤하우스)’을 읽었다.
마침 고명재 시인이 북토크에서 소개한 부부의 여행에피소드가 있는,
‘누구에게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단락.
부부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아내는 혹 도둑이 들 것을 염려해,
그들의 하루 생활을 녹음해서는 그걸 틀어놓고는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그들이 여행지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진다.
'잃어버린 뒤에 발견 된 것'과 '잃어버린 뒤에 발견되지 않았던 것'
'애당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릴 수조차 없는 것'과
'거기에 처음부터 존재하고, 그리고 잃어버리는 일도 없고, 그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것'에 관해서.
이미 첫 번째 목차의 글을 읽고 ‘따뜻한 얼음’ 같은 글이고 작가라고 생각했다.
온몸이 찌릿하도록 차가워서 심장을 두드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회학자인 기시 마사히코는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온전한 구술의 채록만 남은.
고명재 시인이 북토크에서 '부부의 여행'에피소드를 소개할 때,
그에 앞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이 ‘애도’에 관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아내가(처제였나) 먹으려다 남겨둔 카레를 데워 이른 점심을 먹으며 다시『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집어든다. 단락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바깥에서’. 전쟁 체험자의 강연에 관한 에피소드다. 그의 강연이 한창 절정을 향해 갈 때, 강단 아래쪽에서 진행자가 “20분 남았어요.”라는 안내 문구를 펼쳐들자 강연자의 강연이 10초 정도 뚝 끊기는 일이 생겨났다. 기시 마사히코는 그 장면에 관해 썼다.
‘어떤 강렬한 체험을 남에게 전하고자 할 때, 우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체가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우리에게 빙의하여 자기 자신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매개 또는 그릇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살아 있기 때문에 잘라 내면 피가 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도중에 갑자기 중단당한 그의 침묵은 끊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지르는 조용한 비명이었다.‘
다음 목차는 오사카 길 위에서 20년 전 정도 기타를 친(치고 있는) 전직 택시 기사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을 읽기 시작하고 처음 나온 문답 형식의 인터뷰 글이었다. 여기까지 읽고 책을 잠시, 덮었다.
점심 설거지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송년회를 같이 한 친구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어제 일이생각났다. ㅎㅇ은 대화를 이끄는 주제와 질문을 잘 이끌어내는 이였는데그가 던진 재미난 공통 질문은 이랬다.
'나의 제사상에 올릴 음식 세 가지?'
어쩌다보니 순서상 내가 마지막 응답자였는데 나는하얀 쌀밥과 김치찌개, 고등어구이(엄마의 밥상이 생각났다), 그리고 술을 잘 못 마시지만 연맥(연태고량주+맥주, 최근에 한 모금 마셨는데 맛과 향이 너무 좋아서),마지막으로 나의 제사상에 오를 음식을 정한 오늘을 기억하려오후에 ㅎㅇ이 내려준 커피를 꼽았다. 각자의 답이 이어지며 어느 틈에'세 가지'라는 한정은 의미가 없어진 후였다.
그리고 오늘『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읽다가 실은, 그 자리의 유일한 20대이자 자신의 제사상에 ‘계란(요리)과 무화과 그리고 화이트와인이나 따뜻한 사케’를 올려달라고 한 ㅈㅎ이 떠올랐다. 이 책은 왠지 그 이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ㅈㅎ이 나의 아내 ㅍㅅ을 무척 좋아하는 이라서만은 아니고, 왠지 녹음기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그가 소머즈처럼 귀를 열어 나이든 우리의 대화를녹음하는 듯고 있었던 듯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