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봄날의책)
4,50대 여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는 단연 ‘건강’이다. 갱년기를 겪는 연령대라 젊은 몸을 떠나보내고 늙은 몸을 맞이하기 위한 진통인 셈인데, 이게 이전에 못 해 본 경험이다 보니 보통 생경하게 여겨지는 게 아닌 것이다. 어떤 주제로 시작하든 결론은 갱년기와 건강으로 마무리되는 패턴이 유독 신기했던 날,어차피 아파야 할 몸, 제대로 잘 아프자는 각오로 함께 읽어 보자고 했던 책이 《아픈 몸을 살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주제로 모이는 날에는 대부분 예의 갱년기 증세로 인한 각종 질환으로 불참하고 참석한 세 명도 제대로 읽어 오지 않아 그냥 작정을 하고 몸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만 실컷 떠들다 왔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논의가 필요한 화제들을 그저 살짝살짝 건드리기만’(《아픈 몸을 살다》 11쪽)하는 수준으로. 이 책을 다시 꺼내 든 건 유방암 1기 진단을 받고 ‘중증환자’로 공인된 이후이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아서 프랭크는 이 책에서 심장마비와 암을 겪는 동안 마주했던 여러 경험들을 나누고 있다. 아서 프랭크가 힘주어 구분하는 용어가 있는데, ‘질환’과 ‘질병’의 차이이다. 의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질환이다. 이것은 ‘몸을 생리학적으로 환원하며, 측정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한다. 질병은 ‘질환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경험’이다. 윤동주가 ‘병원’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라고 했을 때, 의사가 알지 못 했던 게 질병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젊은이의 삶을 옭죄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질병에 따른 증상들만 보는 늙은 의사. 간단히 말해 질환은 질병에 따른 증세로 의료진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질병은 환자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질병은 더욱 건강한 삶을 가르쳐 주므로 우리에게는 질병이 필요하고 질병을 축하할 수 있는 말을 찾는 것이 이 책의 과제라고 아서 프랭크는 이야기한다.
질병을 축하하는 언어는 얼마든지 있다. 책에 표현된 바로는 질병을 겪으며 몸을 통제하기보다는 몸이 경이롭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내 경우, 화학요법을 이용한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길게 낙담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몸의 경이로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아직 남아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말끔히 없애기 위해 독극물을 주입해 멀쩡한 세포까지 죽여야 하는 화학요법의 불합리함을 견딘 것도 내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제대로 죽고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마음. 물론 다시 태어날 때 예전과 같은 몸으로 회복될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항암치료 중 이곳저곳이 쇠약해지면서 이전엔 몰랐던 몸의 소리를 예민하게 감지해 보고 싶었고 머리가 완전히 빠지고 나서 언 땅에 새싹 돋듯 다시 나는 모습을 보며 느끼게 될 경이감을 기대했다. 과연, 그 모든 과정은 경이로웠다. 무수한 고통의 밤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만큼. 질병은 보통 때 보지 못 했던 것을 보게 해 주기도 하는데, 아서 프랭크에게 다가 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의미 있게 여겨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이야기는 아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프다는 것은 길고 긴 밤 내내 다친 채로 씨름하는 것이며, 해가 뜰 때까지 지지 않는다면 축복을 받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이야기를 거쳐서 질병은 모험이 됐다.(130)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씨름은 고된 노력이지 싸움이 아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이기지만 자신의 어두운 면을 물리침으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겨루고 있는 자가 하나님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이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상대를 패배시키지 않는다. 그 대신 상대 안에서 신성을 발견한다. (142)
질병은 누군가에게 맞서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길고 고된 노력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남아서 승리하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 승리한다. 아픈 사람과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암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암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해야 하며, 의지대로 되었는지보다는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이미 온전하다는 믿음을 중요시해야 한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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