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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지 Jan 06. 2019

[4.5도] 또 카지노 게임 추천, 또 김연지

술찌


인생 영화, 인생 드라마, 인생 노래, 인생 사진.

누구나 가슴 속에 인생 하나쯤은 품고 사는 법이다. 그런데내 인생은 어찌 된 영문인지

누군가 ‘인생 OO’가 무엇이냐물으면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래서 시간 날 때 정해두었다.

내 인생 영화는 ‘비긴 어게인’, 내 인생 드라마는 ‘또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드라마를 많이 본 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청개구리 심리가 있는지 인기 많은 드라마는 괜히안 보다가 나중에 다운받아 보고 ‘왜 이제야 봤지..’ 하는 일이 많다. ‘또 카지노 게임 추천’도 그중 하나였다. 다들 하도 카지노 게임 추천, 카지노 게임 추천, 하길래 또 그저 그런 한국 멜로겠거니 했다. 그땐 몰랐다. 한참 후에 다시 보게 된 18부작을 단 며칠 만에 다 보게될 줄은.


한국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찌질하지 않다. 아니, 찌질하면안된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은 찌질하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카지노 게임 추천이 좋아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과하게 찌질하고 솔직하다. 찌질하고 솔직한 나조차 가끔 ‘아우, 징글징글하다.. 그만 좀 해라 진짜’ 싶을 때가 있었으니까. 그치만 그 순간이 지나면 난 카지노 게임 추천을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스럽게 찌질해서, 솔직해서, 나 같아서. (외모 빼고요)


이 드라마를 볼 당시에 난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않게 짝사랑 중이었다. (사실 이 나이가 짝사랑과 어울리지않는단 것도 짝사랑이 끝난 후에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에게 들어서 알았다) 남들은 이 나이면 사귀기 전에 재고 따져서 마음을 줄지 말지부터 정한다는데, 나는 이미 마음을 다줘버렸지 뭔가. 대체 이런 건 왜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아는건지. 나도 좀 끼워주라!


이 짝사랑을 하는 동안 가장 큰 위로가 된 건 화면 속 카지노 게임 추천이었다. 간도 안 보고 냅다 고백하는 것도, 마음을 얻으려 별의별짓 다하는 것도, 갑자기 혼자만 이러는 게 힘들어서 먼저연락 그만하자고 해놓고 며칠 만에 다시 연락하고 지내자고연락하는 것도, 밑바닥을 보이고, 상대의 밑바닥을 볼 때까지직진하는 것도,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먹어보는 것도,카지노 게임 추천은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남자 집 창문에 돌을 던진 카지노 게임 추천이 사이코패스 같다고, 먼저 모텔에서 자고 가자고 조르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여자 망신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였어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든다. 나는 안다. 그건 절대 술김에 한 행동들이 아니다.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셨어도 ‘카지노 게임 추천 과’의 여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난 카지노 게임 추천이 나처럼 술을 못 마시더라도 그 찌질하고 솔직하고 기이한 행동들을 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그런 사람이라서. 라고 답할 수밖에 없겠다.


그렇지만 내가 드라마 작가였어도 굳이 여주인공을 술 못 마시는 캐릭터로 잡진 않았을 거다. ‘술 못 먹는 맨정신의 또라이’는 현실에선 몰라도, 화면에선 다소 이해하기 버거울 수있으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을 보며 술 먹는 여성 시청자들은 “그래! 술먹고 저래야지!” 했을 거고, 나처럼 술 못 먹는 여성 시청자들도 “그래! 저래야지!” 했으니, 카지노 게임 추천은 실로 대단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추천 본체는 술도 음식도 정말예쁘고 맛있게 먹으니 술 마시는 장면을 안 쓸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더더욱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어라, 쓰다 보니 ‘어느 날 누군가와 술을 마실 수 있다면’카지노 게임 추천과 마시고 싶어진다. 여주인공의 외모와 해피엔딩의여부가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임을 다시금 피부로 느꼈지만,잠시나마 내가 짠내 로코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고맙다.

넌 예쁘고 해피엔딩이고, 난 덜 예쁘고 새드엔딩이었지만괜찮아. 난 앞으로도 쭉- 찌질하겠지만 또 김연지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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