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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pr 20. 2025

[책 이야기](11)- "내 이름은 카지노 게임 추천"

유은실 단편 동화

유은실 작가를 좋아합니다.작가의 책은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제 보물이죠.



모자라고 뒤처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애정을 간결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문체로 담아낸 작품들로 사랑도 받고 상도 받았다고("우리 동네 미자씨" 책에 나온 작가 소개글) 합니다. 책을 엄청 적게 읽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이야기를 써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일수의 탄생"에 소개된 작가 소개글)


유은실 작가의 작품에는 재치와 유머, 그리고 감동까지 다 있습니다. 재미가 있으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점이 꼭 있죠.


유은실 작가의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내 이름은 카지노 게임 추천' 단편을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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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카지노 게임 추천(2004, 계간 '창비어린이')


기가 막힌 동화입니다. 유은실 작가(1974~ )의 첫번째 작품이죠. 첫번째를 이렇게 잘 썼으니, 다음 작품은 엄청나겠지요!



내 이름은 카지노 게임 추천이다. 우리 아빠가 지어 줬다. 아빠는 시장에서 닭집을 한다. 별명은 '닭대가리'다.

동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는 자신의 이름이 '백'이라는 복잡한 성 때문에 외자인 '석'으로 아빠가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선생님과 친구들이 웃어서 잠시 창피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아빠가 시장에서 닭을 팔아도, 가게 이름이 '대거리 닭집'이고 아빠의 별명이 '닭대가리'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큰거리 닭집' 말고 유식해 보이기 위해서 '대거리 닭집'으로 가게 이름을 지었던 것이죠. 그 가게가 잘 돼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시골 할머니 집도 지어 드렸습니다. 안방 금고에는 엄지발가락만 한 금덩어리도 들어 있습니다.



사건은,

4학년 담임 선생님의 다음 말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천재 시인하고 이름이 똑같네. 정말 멋진 이름이다.
선생님도 카지노 게임 추천을 좋아한다고 (아빠에게) 전해 드려.
얘들아, 우리 언제 카지노 게임 추천 목소리로 카지노 게임 추천 시 들어 보자.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의 아빠는 시인 카지노 게임 추천이 누군지 모르고 아들 이름을 지었습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도둑놈이 아니고 시인이어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시를 읽어야 하는 아들에게 시집을 사 오라고 해서 같이 읽습니다.



건어물집 아저씨와의 대화부터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의 아빠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형님, 잘 왔네. 나타샤가 미국 여자야, 소련 여자야?"

"나타샤? 나타샤는 러시아 여자 이름인데."

"거봐. 소련 여자가 아니고 러시아 여자라잖아."

그러자 갑자기 건어물집 아저씨가 웃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사람아. 소련이 러시아잖아. 러시아로 이름 바꾼 지 한참 됐어. 그러게 닭이나 치지, 왜 나타샤를 찾아. 어이. 닭대가리."



아빠는 '닭대가리'라고 부르면 "꼬끼오."라고 답하는데, 그날은 답이 없었죠.



"석아, 약속 하나 하자."

"뭘요?"

"나중에 아빠처럼 닭을 자르고 살아도 말이지...... 나라 이름이 바뀔 때는 잘 알아 둬."

"그리고...... 똑똑한 친구를 한 명은 꼭 사귀어라. 아빠는 '나린다'가 맞는지 '내린다'가 맞는지 물어볼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내 친구들은 죄다 무식해서 말이지......"


"그리고 말이다. 나중에 니 자식 이름을 지을 때는 혹시 똑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한 사람이 있나 잘 알아봐. 카지노 게임 추천이 세계적인 천재 시인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잘 모르긴 하지만......"



여기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심하게 흔들릴 것입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의 아빠와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거 봐. 여기 이 닭 보이지? 이렇게 목이 길게 달려 있는 게 신선한 거야. 닭은 내장보다 목이 먼저 상해. 그래서 외국에서 들어온 건 다 목이 짧아. 목을 달고 들어오면 옮기다 썩을 수 있으니까. 아빠는 언제나 목 달려 있는 닭만 팔아. 아빠는 닭을 잘 알아. 닭은 언제나 목이 길게 달려 있는 게 맞는 거야."

아빠는 두 손에 닭을 하나씩 잡고, 닭 모가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다.

아빠 입은 무거운 닭 바구니를 들 때처럼 꽉 물려 있었지만, 모가지를 잡힌 닭들은 날아갈 듯 가뿐해 보였다. 고개를 치켜들고,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아빠는 정말 컸다. 우리 대거리 닭집은 닭 모가지를 깃대처럼 쥐고 흔드는 우리 아빠로 가득 찼다.

나는 그 순간 천재 시인 카지노 게임 추천의 시집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입도 내 손도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그저 입을 다문 채 카지노 게임 추천 시집을 손에 땀이 나도록 쥐고 있을 뿐이다.


동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계속 계속 떠오릅니다.우리 아빠는 닭집을 한 적도 없는데,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고입니다.


기가 막히게 쓰는 유은실 작가가 부럽습니다.존경스럽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시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잠시 감상해 볼까요?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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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뒷이야기- 나의 옛이야기)

소설 속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린이와 비슷한 나이 때의 이야기입니다.

학교 숙제를 하는데 '러닝셔츠' 낱말을 써야할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과목이었는지, 어떤 숙제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러닝셔츠'라는 말을 몰랐었습니다. 이걸 어떤 한글로 써야할 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죠. 결국 '난닝구'라고 써서 낸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게 그렇게도 창피했었습니다. 누가 볼까라 어찌나 조마조마했었는지요. 학교에 가서 옆 친구의 답을 보니 '러닝셔츠'라고 잘도 쓴 것을 보고는, 집에 빨리 가고 싶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백화점에서 'nanning9'라는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설마 저게 난닝구? 진짜?'

그랬습니다.

아니, 나의 부끄러운 과거 그 낱말이 의류 브랜드의 이름이 되다니... 충격적이었습니다. 좀 지나고 나니, 흐뭇해졌습니다. 그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든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부끄러움의 그 단어를 이렇게 훌륭하게 살려주시다니요...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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