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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가용 May 03. 2025

카지노 게임 한 그릇도 챙겨주시는 하나님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 훈련에 돌입하고서 며칠이 지나고 있다. 마음속에 주님께 구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를 때마다 의식적으로 ‘주님은 다 아시죠?’하고 끝낸다. 그리고 개인적인 기도를 할 시간에 성경을 읽으며 주님이 바라시는 일, 주님이 하시고자 하시는 일에 내 목소리와 마음을 실으려 한다. (개인의 소원을 주님께 구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요즘 개인 소원을 비는 기도를 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막내가 모처럼 병원에서 집으로 온 주말인 데다 가정의 달까지 겹쳐 서울 계신 양가 부모님을 뵙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를 먹이고, 짐을 챙기고, 각자 돌아가면서 아이와 놀아주면서 틈틈이 외출 준비를 했다. 나는 필요한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의 제목이었다. 오늘 주님은 어떤 일을 나와 함께 도모하고 싶으신 걸까, 성경을 펴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나의 아침 가운데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서야 겨우 성경을 펼 수 있었는데, 오늘 본문은 로마서 1장이었다.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가 두 개 문장에 부딪혔다. 8절과 13절이었다.

8절 :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카지노 게임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

13절 : 형제들아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가고자 한 것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너희 중에서도 다른 이방인 중에서와 같이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로되 지금까지 길이 막혔도다


이 구절을 통해 주님께서 오늘 나와 하시고자 하시는 일이 분명해졌다. 주님을 세상, 특히 이방인 가운데 알리시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나의 오늘 할 기도는 “주님의 이름이 세상 가운데 더 전파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였다. 이 기도만 있으면 되었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충주에서 서울 양가로 이동하고 있겠지만, 내 기도는 계속해서 주님의 ‘주님 알리기’ 사역에 동참할 수 있었다.


운전하면서 틈나는 대로 기도를 이어갔다. 아내가 아이들과 오늘 메뉴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버님과 어머님께 어떤 식사를 대접해야 할까, 고민하는 가운데 두 개 식당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 메뉴가 다양한 패밀리 뷔페 한 군데와 어르신도 부담스럽지 않은 샤부샤부 집이었다.


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그런 대화에 내 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난 원래 메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먹고자 하는 게 내가 먹고 싶은 거다. 이번에도 듣고만 있었다. 다만 날씨도 우중충하니 카지노 게임이 좋긴 하겠다고 지나가듯 생각했다. 이 생각이 스쳐 지나간 건 0.1초도 걸리지 않았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먼저 아버지 댁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근처 오리고깃집을 제안하셨다. 아이들에게 좋은 고기를 먹이고 싶으셨나 보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리고기를 낯설어했다. 패밀리 뷔페가 최종 결정됐다. 근처 쇼핑몰 안에 그 뷔페가 있었다. 휴일이고 주말이라 주차장이 꽉 차 있는 게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니 40팀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못해도 2시간은 대기해야 하는 상황.


아버지는 2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냐며, 다음 후보지였던 샤부샤부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같은 건물에 있었다. 올라가 보니 6팀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40팀에 비하면 양호한 숫자라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그 6팀도 많았다. 갑자기 아버지는 “중국집 가자”라고 하셨다. 바로 옆에 중국집이 있었는데 한산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 할아버지 말씀에, 자녀 된 우리들은 모두 순종했다. 그러나 난 내가 카지노 게임 먹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 채 식구들만 슬슬 따라갔다.


자리에 앉는데 짜장면이 당겼다. 오늘따라 짜장면이 먹고 싶다며 주문을 아내에게 맡겼다. 그런데 주문을 실제 넣는 과정에서 갑자기 내 눈에 차돌박이 카지노 게임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고, 불현듯 그게 먹고 싶어졌다. 카지노 게임이 나오고 국물을 한 숟갈 먹는데, 그제야 아까 카지노 게임이 잠시 내 마음을 지나갔다는 게 떠올랐다.


주님이 오늘 어느 세상에서 어느 이방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주님을 알리셨는지, 또 그게 어떤 효과를 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어차피 기도란 건 결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거다. 주님과 함께 뭔가를 같이 했다는 그 ‘친밀감’ 자체가 전부다. 그러니 주님의 오늘 사역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주님은 그 일을 같이 하는 나를 기뻐하셨다. 그리고 그것을 카지노 게임 한 그릇으로 세밀하게 표현하셨다. 산더미 같은 빚, 막내의 건강, 나의 직업 등 아직 나에게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나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 나는 잠잠하다. 그 문제들은 주님 안에서 이미 해결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난 내 문제를 주께 맡긴 채 주님의 사역에 동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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