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연일 내가 사는곳이나왔다.
공중파에 내가 사는 곳이 나오는 일은 드물다. 시골이고... 또 시골이고 그래서. 나의 도시가 뉴스에 나왔던 경우는 주민 80% 이상이 고령화되어 있다는 (내 입장에서는 식상한) 소식을 전할 때나, 쓰러져가는 농가에서 문화재가 발굴됐을 때 정도다.
하지만.. 이번 뉴스에 헤드라인으로 끊임없이 보도되었던 꺼지지 않는 불길이 뒤덮은 산은 바로 내 고향의 산이었다.
우리집은 시내 중간이어서 불길이 직접 덮쳐오진 않았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는 산에서 밀려온 연기가 집과 학교를 뒤덮었고 타는 냄새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여차하면 대피소로 가려고 피난 가방도 싸두었다. 주변에 이미 대피소로 이동한 사람도 있었다. 겨우 핸드폰만 챙겨 집을 뛰쳐나온 지인도 있었다. 가슴이... 답답카지노 쿠폰.
그간 달리는 것, 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생활의 큰 기쁨으로 삼았는데 모든 일상이 중지됐다. 산불 여파는 내가 매일 달리는 강변까지 덮쳤다. 강한 바람에 연기가 몰려오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걷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산불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을 때는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뛸까 싶었다. 그러다 내 눈앞에서 소방 헬기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 강변에 소방헬기 정거장이 있었지만 한 번도 헬기가 카지노 쿠폰 걸 보지 못했었는데- 생각했다. 지금 뛸 때가 아니구나. 나는 재난 현장 한가운데 있구나.
무서워서 근처로 가지도 못하고 도로 cctv로 돌아본 산은 불지옥이었다. 밤이 되어도 불기운에서 나오는 빛, 뜨겁고 무서운 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연무가 섞인 거친 바람이 창문을 때렸다. 건물 전체가 강풍에 쉼 없이 떨렸다. 소방차가 산기슭에서 계속 물을 뿌렸다. 저 사람들은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차를 몰고 나갈 때마다 도로를 질주하는 소방차와 경찰차를 마주카지노 쿠폰.
카톡방에서는 불 이야기뿐이었다. 언제쯤 꺼질 것 같아?무서워죽겠어. 너는 학교 보낼 거야? 잘 모르겠어.
나는 웽웽 소리를 내며 거세게 돌아가는 공기청정기만 바라보았다. 슬프고 피로카지노 쿠폰. 머리도 목도 아팠다. 아이들도 두통을 호소카지노 쿠폰. 애들 이불에서탄내가 났다. 세탁기를 새로돌려도 그랬다. 내 머리, 옷, 피부에서도 탄내와 탄맛이 느껴졌다.
비가 오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결국 수일이 지나, 집과 차를 무수히 태워버리고서야, 사람이 죽고 다쳐서야... 불길이사그라들었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았다. 강변에도 더 이상 탄내가 나지 않았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지만 러닝화를 신고 끈을 고쳐 매었다. 그새 나무에새순이 오르고 산수유 꽃이 만개해 있었다. 새끼 오리의 수가 늘었고 겨우내 못 보던 새들이 물을 밀며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풍경을 제대로 보진 못했다. 보지... 않았다. 아직 마음은 여전히 안개 낀 채였다.
몇 주 뛰는 걸 쉬었다고 무릎이 삐걱거리고 숨이 가빴다. 그래서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달렸다. 페이스는 좀 떨어졌지만 달리는 시간을 길게 잡고 그새 쉬는 데 익숙해진 몸을 달리는 일에 조금씩 적응시켰다. 4km쯤 달리고 나니 몸이 풀렸고 하늘로 치솟던 심박수도 조금씩 떨어졌다. 나는 기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오직 달리는 일, 달리고 있는 자세와 지면을 내딛는 발에만 신경 쓰려 애썼다. 주변의 모든 변화, 슬픔과 애도, 사라지고 잃은 것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나약한 마음은 고통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아 했다. 그게 설사 나의 일이라도. 아니, 나의 일이니까. 오히려 거리를 좀 두고, 이번 일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혹은 미치게 될지에 대해 나중에 생각하고 싶었다.
사실 오늘 달리려 첫 발을 내디디면서 아, 오늘은 오래는 못 달리겠다. 목구멍도 아프고 기관지가 약해져 있는 것 같다. 무릎도 아프고 몸이 무겁구나. 10분은 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몸이 미치도록 힘든 구간-10분-을 넘어서니 보폭을 규칙적으로달릴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사역마처럼 계속해서 달림으로써, 달릴 수밖에 없음을 강제적으로 몸에 새겨야 한다는-이 생각났다. 4km를 카지노 쿠폰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오늘은 7km쯤 달릴 수 있겠구나.
역시, 7km쯤 카지노 쿠폰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생각카지노 쿠폰.
달려야 하는 거리를 반 이상 달리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알 수 카지노 쿠폰 거구나.
내 삶의 모양도, 어디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도 지금은 알 수 없다. 내공도 부족하고 아직 내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오지도 않았다. 노련하지 않은 러너처럼, 결국 거의 끝이 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는 일에도, 달리는 일에도 능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아직은 영 알 수가 없다. 아직은 4km 지점이 오지 않았다. 겨우 반환점을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달리고 있는 중이다. 재난이 내 삶을 휩쓸고 지나갔으나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었나 보다. 그저 가슴 아파하며 이 구간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땀에 절은 채 집으로 돌아와바람 냄새가 묻은 바람막이를손으로 문질러 빨았다.
빨래를 널 수 있게 되었음에 감히 안도하며.
이 모든 일에 상관없이 목련도 진달래도 벚꽃도 또 피고 질 것이다.
산불로 인해 고통을 입은 나무와 야생동물과 사람들을위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