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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r 14. 2025

나는 지극히 나답게 엄마가 되카지노 게임 추천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꽤 재밌게 읽카지노 게임 추천. 여러 번 다시 읽어 볼 만큼.


아이 엄마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여자 이야기,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읽혔다.


"나 역시 충분히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었고, 비록 이 이유로 아버지를 재단하기는 했어도, 아버지의 바람피우는 능력을 어떤 형태로건 물려받았다. 과거에 두 명의 남자친구를 속이고 바람을 피운 적도 있카지노 게임 추천. 아직도 다른 남자들의 침대 위, 마치 내 몸을 도저히 벗겨지지 않는 구겨지고 냄새나는 옷가지처럼 입고 있는 기분으로 눈을 떴던 순간이 기억난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알코올중독이나 과도한 흡연, 폭식, 약물중독 같은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저자의 알코올중독과 식이장에 경험이 문득문득 기술된다. 나 또한 대학생 때, 그리고 둘째를 낳았을 때,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들지 못했던 밤들이 있카지노 게임 추천. 특히 둘째 낳고 나서 그랬다. 겨우겨우 아이를 재우고 난 새벽 혼자 와인 한 병을 잔도 없이 마시곤 했카지노 게임 추천. 냉장고에 와인이 떨어지면 불안했다(왜 하필 와인이었을까? 소주보다 죄책감이 덜하고, 맥주보다는 도수가 높아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허세). 대학생 때는 필름 끊길 때까지 술을 먹고 생면부지인 사람의 집에서 눈을 뜬 적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저자가 쓴 '마치 내 몸을 도저히 벗겨지지 않는 구겨지고 냄새나는 옷가지처럼 입고 있는 기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 밤, 엉망진창으로 술구덩이에 뒹굴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 내 육신을 뒤집어 벗어 솔기부터 빡빡 문질러 빨고 싶다.

아무튼 내가 그때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증세-혹은 진단받지만 않았지 알코올 중독-을 보였던 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슬픔과 아무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찾아온 지독한 외로움이 원인이카지노 게임 추천. 소속감이 생기고, 마음을 기댈 대상이 생기고 나서는 점차 술을 마시지 않게 되카지노 게임 추천. 40대가 되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내가 사실 술맛을 싫어한다는 거였다. 요즘은 술자리에 초대받아 가더라도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는 점, 새롭게 발견하는 점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기가 생후 4개월일 때, 처음으로 아기를 두고 글을 쓰러 나간 날은 꼭 쿠데타를 위한 군수물자 비축을 계획하는 것 같은 기분이카지노 게임 추천. (...) 기저귀도, 담요도 없는 가방이 어찌나 가벼운지, 꼭 동트기 전 침실 창문으로 슬쩍 기어나가려는 범죄라도 저지르는 기분이카지노 게임 추천."


아기를 처음 낳고 나서 나는 홈플러스 갈 때나 쓰는 대형 타포린백을 항상 들고 다녔다. 챙길 게 진짜 많았다. 그리고 진짜 그걸 다 썼다. 작은 핸드백 하나를 들고 다녔던 시절이 전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는 안 올 미래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자란다는 것, 언젠가 혼자 걷고, 화장실도 알아서 가고, 내가 놀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시간을 보낼 줄 알게 된다는 것이 도시전설처럼 생각됐다. 믿을 수 없어. 그런 날이 정말 올까?(그날은 도둑같이 왔고, 이제는 오히려 나의 존재를 귀찮아할 때도 있다...! 육아 선배들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나를 잃카지노 게임 추천는 생각은 안 했다. 아니, 했었나? 아무튼 지금은 안 한다. 나는 더없이 나답게 엄마가 되카지노 게임 추천. 그러니까... 내 안의 정체성, 어쩌면 나도 몰랐을 어떤 부분들이 아이를 낳고 발현되었고,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떤 면에선 내가 원래 알던 나보다 더 나다운 모습이었고, 지금도 그 나다움이 열일해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생활에서는 숨겨뒀던 나의 성마른 부분이나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괴팍함 같은 부분들이 아이를 기르며 발생하는 다양한 긴급상황에서 강하게 표출됐다. 나한테 원래 있었던 부분이카지노 게임 추천. 또, 가무를 즐기는 성향도 아이를 기르며 더욱 강해졌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여러 가지 이유로 노래와 춤을 춰야 하니까(엄마! 아파트 해! 다시! 한 번 더 해!). 대로변에서도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능력치가 강화됐다. 그것도사실원래 나한테 있었던 부분이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데 세상은 어떨 땐 내가 더없이 '엄마답다'라고 하고, 어떨 땐 '엄마답지 않다'라고 한다. 내가 부르고 싶어서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주거나,놀이터에서 아이를 앞에 세워놓고 내맘대로 신나게 공놀이를 하면 칭찬을 막 받는다.반면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아이에게도시락을 예쁘게싸주기, 아침밥 깔끔하게 차려주기-을 하지 않으면 무슨 엄마가 그러냐고 한다.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엄마든 할머니든 뭐가 됐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건 못한다는 거였다. 내가 할 수 없는 걸 해내려고 하면 자꾸 괴로워진다.


""때로 어머니로 산다는 것은 도저히 글로 쓸 수 없는 일처럼 느껴져요." 그날의 학생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너무 따분한 일이잖아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이상, 세상에 따분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말했다. 모두가 그 말을 받아 썼다."


그리고 이 문장.


"아기를 데리고 휴가를 간다는 건 장소가 호숫가일 뿐이지 그저 내가 평소 하던 모든 일을 한다는 뜻이카지노 게임 추천. 아기의 집중한 얼굴 앞에 대고 고래 모양 딸랑이를 흔들어 주는 일, 아기가 자기 몸을 다치지 못하게 막아 주는 일을 햇빛이 쨍쨍한 곳에서 하는 것뿐이카지노 게임 추천. 뻥 뚫린 하늘 아래서 낮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뿐이카지노 게임 추천. (...) 그즈음 나는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일이 없카지노 게임 추천. 하루 중 몇 시간이 지나갔고, 몇 시간이 남았는지를 늘 정확히 알았다."


매일 달라지는 방과 후 마치는 시간, 학원 스케줄, 수영장 강습이 마치는 시간, 아이와 만나기로 한 다양한 장소들을 오직 나만이 안다. 나만이 아이를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 오늘 저녁 아이가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면 내가 내 일을 똑바로 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이도 마찬가지고. 나 홀로 감당해 내야 하는 일과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강한 소속감, 존재가치를 느끼게도 한다.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내가 하는 일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거나 대신하기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 세상에 웬만해서는 대체불가능한 일이 없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되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오로지 자기 변혁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만 흥미를 느낀다."


어떤 의미에서든 살아있는 무언가를 생이 마칠 때까지 돌보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돌보는 모든 이들은 자기 변혁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며, 그런 의미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양육자들에게 흥미를 느낀다. 그들이 아주 불쾌하게 행동할 때조차 그렇다. 궁금하고, 자주 재미있고, 때로는 짜증이 난다. 양육자들은 적어도 지루하진 않다. 양육자들의 삶에선 자기 변혁이라는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멈출 수 없도록 하는폭주기관차가 늘 등을 떠밀어준다.


"이제 그 애는 사물을 타고 올라가 그것을 부수고 싶어 하고, 대담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다치고 싶어 하며, 로비 길이만큼 이어진 난방용 환풍구를 따라 무모하게 뛰어다니고 싶어 했다. 물론 그 애의 기쁨은 내 스승이기도 하다. 그 돌연함, 그 어설픈 우아함."


멋진 번역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곤 하는데 이런 식으로 우아하게 표현은 못한다. '오늘 운동장에서 애가 개 같이 뛰어놂(좋은 의미-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좋아합니다)'라는 문장을 어제 일기장에 썼다. 아무래도 그 옆에 저자의 문장을 써 두어야겠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방식대로 사랑받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받는 방식대로 사랑받는다."


아이를 돌보며 카지노 게임 추천 그 아이가 사는 방식대로 사랑받았고, 나 또한 내 방식대로 아이를 사랑했다. 아이는 나의 방식대로 사랑받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어떤 사랑도 스스로 선택한 바가 아닐는지도.


이 책을 읽으며 양육자로서의 나, 아이와 함께 사는 나, 아이를 사랑하는 나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아직도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를 통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알아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내 생각뿐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위로되는 것은 아이 또한 그럴 것이라는 거다. 인간이 지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 세상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더욱 몰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참 위로가 된다. 내가 어떻게 하든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테니까. 나 또한 그럴 거고. 우리는 찰나의 시간을 공유할 뿐.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면, 책 제목(SPLINTERS)처럼그것은 이미 깨진 것. 조각조각 난 것. 그리고 그 조각난 것에서 반사되는 빛을 우리가 보는 것.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것들 사이에서 반짝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내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 흉터는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 햇살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사라질 때까지는, 그리고 그때가 오더라도, 우리에겐 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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