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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May 03. 2025

유일한 카지노 게임

나는 나를 키운 모든 따뜻한 손길의 합이다.

나는 나를 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머리가 좋은 친구를 볼 때면, 멋있다고 생각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예쁜 친구를 볼 때면, 그 예쁨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묻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따라 해보려 동경했었다.

직업이 좋은 친구를 볼 때면, 나는 차마 하지도 못할 노력을 해낸 그 친구의 지난 시간을 존경했다.

그렇게 난, 그냥 나를 나로, 타인을 타인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내 발작 버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카지노 게임’

내가 노력한다고
내가 치열하게 산다고
바꿀 수 없는 카지노 게임 것.

얼굴, 성격, 학벌, 직업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적어도 노력이라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는 그럴 수가 없다. 등본 하나로 평생을 카지노 게임의 자격을 박탈할 수가 없다.

그걸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 사회에서는 원가족보다 더 카지노 게임같이 보살펴주는 따스한 어른들이 있었고, 친언니보다 더 친언니처럼 살펴주는 언니가 있었고.

무슨 일이 터질 때면 달려와 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런데 결혼을 하고, 또 다른 며느리가 들어오자, 그 카지노 게임이 고개를 들었다.

별것 아닌 행동
별것 아닌 말

정말 별것이 아닌데, 그 모든 게 결국 카지노 게임 없는 나를 찔러 댔다.

내 죄가 아닌데,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닌데 왜 아파야 하나. 왜 힘들어야 하나.

저 말이 왜 가시처럼 날아들어 마음에 박혀 드는지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알 수 없다. 그저 그 자격지심이 고개를 쳐드니, 또 다른 며느리의 별것 아닌 행동이 미움의 씨앗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마음을 품는 내가 싫다. 그런 나를 내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인사 좀 안 하면 어떻다고, 내 동생 내 고모 좀 못 본척하면 어떻다고.

그게 미워 보이는 순간, 또 그 아이와 나를 다르게 대하는 시카지노 게임님을 보는 순간 마음에 작은 불이 번지는 기분이었다.

알고 있다. 이 불은 결국 카지노 게임에서 번져 나온 것이란 걸.

그게 싫다.
세상을 조금 더 너그럽고 예쁘게 바라보고 싶은데, 지금까지 그렇게 보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 시간이 작은 파도에 쓸려 내려간 느낌이었다.

회사에선, 말만 잘하면서 여기서는 한마디도 못 한 채 눈물만 흘리는 지금의 내가 너무나 안쓰럽다. 그런 나를, 혹은 나와 비슷한 사람을 위한 위로를 써내려 본다.

나는 나를 키운 모든 따뜻한 손길의 합이다.
내가 느끼지 못한 결핍을 꼬집어 결핍처럼 취급하는 이들에게 진심일 필요가 없다.

언젠가는…….
아주 언젠가는 이 모든 걸 또 이겨내,
‘그땐 참 힘들었지.’
말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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