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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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an 11.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타고 이마트 갔어

이제 5살이 되는 딸아이는 꿈을 잘 꾼다. 몇 개월 전엔 아침에 일어나 엉엉 울며

"외갓집에 커다란 호랑이가 들어왔는데 엄마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쫓아내는데도 안 나갔어"라며 무섭다고 엉엉 울었다. 이것은 결국 남동생네 태몽으로 연결됐다.(물론 이 꿈이 태몽일지 아닐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다.) 그러던 아이가 오늘은 나에게 이런다.

"엄마. 새는 왜 날 수 있어?"

"새니깐 날 수 있지. 새는 날개가 있어서 날아다니잖아."


난 어린아이들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 것을 보고 가급적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말을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사람은 날 수 없어. 높은 데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어"라고. 왜냐면 TV를 보고 진짜 날 수 있는 줄 알고 창문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이 있기에 이런 대화가 나오면 일부러 강조하기 위해 아이에게 더 묻는다.

"엄마가 사람은 날 수 있다 그랬어 없다 그랬어."

"어... 날 수 없어."

"그렇지. 높은 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된다 그랬지?"

"죽어."

"그렇지.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어. 높은 데서 떨어지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질문한다.

"엄마. 그런데 꿈속에선 날 수 있잖아."

"???..... 그렇지."

"나 꿈속에서 날았어."

"그래? 어떻게?"

"응 무료 카지노 게임가 태워 줬어"

'무료 카지노 게임가 태워줬다고?'

갑자기 아이가 무료 카지노 게임를 타고 어디를 갔는지 궁금해졌다.

"그래? 그럼 무료 카지노 게임 타고 어디 갔어?"

"어..... 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라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어린이집 하원하고 일주일에 못해도 2번 이상은 가는 곳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갔구나. 근데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새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 들어갈 수 있어?"

"응. 들어갔어."

"그래? 그럼 날아갔어, 카트 타고 갔어?"

"날아갔어"

"그럼 사람들이 놀랐겠네? 무료 카지노 게임 들어와서"

"응 사람들이 막 무료 카지노 게임 보러 왔어. 그런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막 사람들 찔렀어"

"사람들 찔렀다고? 왜?"

"사람들이 잡으려고 해서."

"그랬구나. 그럼 뭘로 찔렀어?"

"부리로"


이제 5살이 된 아이는 아직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책이나 영상에서는 동물이나 풀, 사물들이 말하는데 현실에서 말하지 않는 것을 인식한 어느 날 나에게 똥그랗게 눈을 뜨고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타이는 왜 말을 안 해?" 타이는 외갓집에 있는 개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는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해 준다.

"응. 동물은 책이나 영상에서만 말할 수 있어."

그랬더니 요즘에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는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동물은 책에서만 말할 수 있다고 그랬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궁금한 게 생기면 질문을 한다. 보통은 내용보다는 그림에 대한 질문이다.

"엄마. 얘는 어떤 표정이야?"

아이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이나 사람들 표정을 궁금해한다.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응. 화난 거 같은데?"라던지 "즐거운 거 같아"라고 대답을 해준다.


얼마 전에는 채소들을 괴롭히는 우두둑 괴물이 나오는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는 우두둑 괴물 얼굴을 뜯어버리고(이건 별도로 붙인 거라 뜯을 수 있다.) 다리를 부러뜨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 내가 우두둑 괴물을 물리쳤는데 왜 채소들이 계속 괴로운 표정을 지어?"라고 묻는다.

아마도 그림책에 있는 괴물을 물리쳤으니 채소들이 즐거워할 거란 생각을 하는 듯하다.


이럴 때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다. 아이의 상상력을 누르는 거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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