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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Apr 20. 2025

빨강의 카지노 가입 쿠폰과 오징어

화가 날 때면 새빨갛고 매콤한 음식이 당긴다. 그날 내 기분이 그랬다. 본인이 하겠다고 해놓고, 쓱 발을 빼는 모습을 보자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거렸다. 분노에 찬 말들이 입 안을 맴돌았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분노를 표출한다고 한들 책임감이 결핍된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일이므로. 화를 낸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너무 뻔했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저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날 텐데 뭐 하러 진을 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속상한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렇게 선명한 분노를 마주할 때면 자극적인 맛으로 화를 잊고 싶다. 아주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은 밤이었지만 늦은 시간 떡볶이 가게도, 나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줄 사람도 없기에 서랍에 넣어둔 오징어를 집어 들었다. 질겅질겅 오징어를 씹으며 그 사람을 함께 씹는다. 질겅질겅 오징어는 말없이 나의 분노를 받아낸다. 마음이 가라앉을수록 오징어는 잘게 잘게 쪼개진다. 그렇게 오징어를 씹으며 화난 마음을 가까스로 다스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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