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제주 카지노 쿠폰(1)
첫째 날
지난해 이맘때(2024년 5월 ) 나는 제주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퇴직하기 전부터 계획한 제주살이는 퇴직과 함께 빠르게 진행되었다. 처음엔 두 달을 예상하였지만 딱 100일을 채웠다. 두 달 살아보고 생각해 보기로 했는데 40일을 더 살았던 것이다.
홀로 제주시 노형동에 떨어진 나는 오피스텔을 임차하여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뚜벅이로 살기 시작했다. 식사는 가능하면 숙소에서 해 먹었고, 카지노 쿠폰 하는 날은 동네 식당에서 허기를 해결했다. 제주도 전체의 버스교통시스템은 의외로 잘 되어 있어서 자가용 없이도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조건이 본디 나의 제주여행의 정체성을 충족시켜 주었다. 걷고 싶었다. 머리를 비우고 매일 걷고 싶었다. 지나온 삶의 여정에서 진득하게 묻은 때를 벗겨내고 싶은 욕구가 앞섰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매일 걸을 수는 없었다. 도서관에 가서 쓰고 있던 글을 마무리 지어야 했고, 우천으로 인해 걷기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매일 도서관 생활과 카지노 쿠폰 일정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전반적인 제주를 체험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애월, 서귀포, 성산 등 동서남북을 돌아다녔고, 중간에 내려 무작정 걷기도 했다. 그러면서 버스교통 체계와 지리적인 안목을 습득하였다. 최종 목적은 가능하면 많은 오름을 접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미비한 정보도 얻었다.
육지 사람들에겐 제주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관광일 것이다. 나도 관광을 목적으로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제주에 여러 번 찾아왔었다. 펜션을 얻어 안락함을 향유하고, 렌터카로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바다 풍경과 한라산의 위용에 탄성을 토해내며 사진을 연신 찍었다. 때로는 값비싼 해산물이나 흑돼지 전문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먹방' 투어를 하기도 하고, 잘 조성된 리조트나 전시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간에 잠시 곶자왈과 바닷가를 걷기도 했지만 그것은 관광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아마도 내가 골프를 쳤으면 골프장을 겸비한 리조트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100일 동안의 제주살이에서 이런 행위를 철저히 배제하였다. 반갑지 않은(?) 지인들이 몇 차례 찾아왔을 때 예의상 며칠 동안 함께 관광을 하기도 했지만 그 외는 나의 생활 패턴을 철저하게 고수하였다. 이런 관광이 아니더라도 제주에서 할 수 있는 행위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새로운 세상을 발현시켰다. 제주는 걷기에 최적화된 도보여행의 천국이라는 사실 말이다. 물론 제주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본뜬 400km가 넘는 올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걷지만 그 길이 아니더라고 걸을 수 있는 길은 많았다. 70km에 이르는 한라산 둘레길도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고, 오름도 동서남북 어디에도 분포하였고, 그 오름 사이를 연결하는 들녘길과 찐 올레길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오름 연계 트레일은 육지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제공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환경에 따라 그 행위의 가치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빙하가 쓸고 내려간 황막한 풍경을 자랑하는 스웨덴 라블란드의 쿵스레덴 트레일과 히말라야 산맥의 압도하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일과 그리고 신비롭고 영험한 풍광을 보여주는 뉴질랜드의 밀퍼드 트랙 트레일 등 세계 각지에 유명한 트레일 코스가 많지만, 제주에서도 이를 부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카지노 쿠폰을 경험할 수 있다.
산과 들녘과 바다를 한 공간에 조합한 트레일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과장일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그 제주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화려한 대자연의 풍광이 아니라 바로 내면의 나이다. 소소한 공간에서의 이런 걷기는 운동의 개념을 뛰어넘어 삼매의 근처까지 가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 시간만큼은 적어도 거의 모든 생각을 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작년 제주에서 걸은 거리가 총 270여 km였다. 그 거리 안에는 오름 30여 개, 올레길 세 코스, 한라산 둘레길 세 구간, 그리고 내가 설계한 여러 개의 트레일 루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날짜에 비해 숫자가 적은 것은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살이에 거의 성공한 지인은 며칠 전 오름 120개를 올랐다고 하며 자신의 오름 지도를 보여주었는데, 그에 비하면 나의 경력은 미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추구하는 알피니즘적인 개념을 동반한 카지노 쿠폰을 고수하였기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
작년 5월, 그렇게 100일 제주살이를 마감하고 떠날 때 나는 1년 후 다시 오겠다고 나에게 약속했었다. 그때는 오롯이 걷기에만 집중할 참이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났다. 출발 날짜는 2025년 4월 24일이었다.
구체적인 카지노 쿠폰 일정은 떠나기 한 달 전에 계획했다. 가는 날 오는 날은 제외하고, 3일 카지노 쿠폰에 하루 휴식일을 갖고 다음날 장거리 트레일을 걷는 일정이었다. 마지막 날 오전은 회복 운동 차원에서 올레길 6코스 일부를 걷기로 했다. 날 수로는 7일이지만 실제 본격적인 카지노 쿠폰은 4일이었다. 숙소는 서귀포 도심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했다. 제주시도 좋지만 보다 카지노 쿠폰에 집중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한적한 서귀포를 선택한 것이다. 또한 서귀포에 경관 좋은 호텔도 많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버스들이 집중하는 시내가 적격이었다.
이번 카지노 쿠폰 여정은 나 홀로가 아니었다. 나의 카지노 쿠폰 스타일에 동조하는 몇 사람이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카지노 쿠폰 스타일을 잠깐 소개하지면 일종의 프리스타일로서 국가기관이나 행정자치기관에서 설계한 인위적인 하이킹 코스를 배제하고, 사람이 잘 가지 않는 산길을 선호하고, 산봉우리를 지양하고, 대중교통을 절대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춘 카지노 쿠폰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트레일이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런 트레일을 집요하게 찾고 설계한다.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인다. 가령 임도 숲길과 옛 고갯길 등을 연결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루트를 짜기도 한다. 이번 제주 트레일에도 한라산 둘레길 두 개 구간과 한라산 오름 코스 한 개 있고, 나머지 하나는 거의 자연휴식년처럼 사람이 오지 않는 오지 오름과 들녘길을 연결하는 트레일로 구성하였다. 이중 3개의 트레일은 오직 카지노 쿠폰을 위한 환경으로 이루어진 터프한 공간이다. 그만큼 사람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주는 관광의 성지이기도 하지만 카지노 쿠폰의 성지이기도 하다. 또한 하이킹이나 '뚜벅이' 여행의 최적화된 지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 공간 사이에서 비싼 돈 쓰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고 렌터카나 자가용 없이도 이동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런 소박한 노정에서 삶의 체취를 맡으며 나만의 여정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둘이어도 좋고 혼자라면 더 진한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외롭지만 자유롭고, 풍족하지 않지만 비운 듯 넉넉한 여행에 취해보는 것도 삶의 도도한 노정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인생은 고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족쇄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나를 버려야 한다고 설파하지 않았던가. 오늘 이 노정이 그 과정의 일부분이기를 소소하게 바라본다.
그렇게 나는 제주로 떠났다. 세상이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면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꿈을 꾸며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도 카지노 쿠폰 일정을 마친 후 일행을 보내고 홀로 제주에 남은 나는 어디론가 계속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니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숲길 어딘가에서 미친 듯이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