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늦은 오후 비가 내렸어요.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졌어요.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말숙은,
빗방울과, 빗방울 틈으로 요리조리 헤엄쳤어요.
‘엄청 빠른 물고기가 되는 거야!'
갑!
자!
기!
빗방울 사이로 손 하나가 불쑥 껴들었어요.
십자가와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 그려진 팸플릿을 꽉 쥐고 말이죠.
“천국 가셔야죠! 어서 받으세요! 어서요!”
비에 홀딱 젖은 말숙을 세워놓고,
계속 팸플릿을 흔들며 말했어요.
"받으세요! 구원! 어서요! 땡땡님의 말씀이 젖고 있잖아요! 빨리요!"
말숙의 머리로 더 굵어진 빗방울이 타다닥 떨어졌어요.
우리의 말숙은 무거운 구름에서 터져나오는빗방울 속으로 점~점~ 점~~~더 깊이 침몰해 갔어요.
하!
지!
만!
그들은
여전히그 팸플릿만을 흔들어댔답니다.
종교의 진짜이름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그것의 촉감과, 향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그들이 선물처럼 주었다.
그때의 또렷한 차가움, 함께 나누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