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해요
꽃대궐이다. 이때를 놓칠 수 없지. 자전거를 싣고 길을 나섰다. 아침 9시. 아직 행락객들이 밀어닥치기 전이다. 길에 들어서기 전인데 이미 꽃잔치다.
날이 풀리고 처음으로 나서는 라이딩. 가슴이 벌렁거린다. 온 천지가 꽃향으로 넘실거린다. 바람도 적당하고 자전거도 사람들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달려보자.
"와아~~~
사진 한방씩 찍세!"
주말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거라 하니 딱 오늘 아닌가. 만개한 카지노 게임이 20km도 넘게 늘어섰다. 때맞춰 꽃을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 동네에 사는 것도 행운이로다!
딸기도 한창이라 딸기주스 한 잔에 부러운 게 사라졌다. 점심 밥상 또한 기가 막히다. 근처 밭에서 캔 냉잇국에 와인이라니. 시원한 와인 한 잔에 웃음이 저절로 난다. 냄비 가득한 냉이를 보니 벌써 배가 부르다. 누가 이렇게 냉이를 푸짐하게 먹을까. 향긋한 냉이향이 그야말로 진미로구나.
밥을 먹다 보니 뒤통수가 환했다. 눈을 돌리니 벚꽃이 뭉게뭉게 창에 가득하다. 카지노 게임을 달려 돌아오니 꽃이 따라왔나 보다. 창밖에 한가득 꽃이 넘실거리고 밥상엔 냉이와 당귀향으로 또 꽃향이 가득하다. 밥상에모여앉은 이들도 밥을 준비한 어머니도 꽃이 되는 마법의 시간이다. 밖이건 안이건 온통 꽃이로구나. 이리 좋아도 되나. 이리 좋은 날도 있구나. 어둠을 밝히는 건 해나 달빛만이 아니다. 꽃이 피어 그리 환했구나. 복잡한 세상도 내밀한 근심도*산화공덕에 웃는다.카지노 게임만 걸으라 하는 축복은 단순한 기원이 아니다. 꽃이 세상을 밝히니 그 꽃의 기림을 받아 세상과 사람이 빛이 되라는 축원이었다.그 축원이 빛을 발하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사람과 꽃 사이에 경계가 없어졌다.모두 환한 빛의 꽃이다. 꽃들을 보고 또 웃다보니나 또한 환한 빛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라했어요!
※ 산화공덕(散花功悳): 부처님께 꽃을 뿌리며 공덕을 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