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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Feb 17. 2025

<저쪽이 싫어서 투표카지노 게임 사이트 민주주의 (김민하, 이데아)

“그 나물에 그 밥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위해”

<저쪽이 싫어서 투표카지노 게임 사이트 민주주의 (김민하, 이데아, 2022)


다들 굵직한 선거철마다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고들 한다. ‘최선이 아니더라도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하라’는 말을 떠올리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3월 대통령 선거는 국민에게 많은 고민을 안긴 대선이었다. 양쪽 당에서 앞세운 두 후보 모두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의 경험이 없었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비호감도가 높았으며 수사·사법 리스크도 있었다. 결국 근소한 표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 이슈들로 언론의 앞면들을 시끄럽게 장식하다가 2025년 탄핵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이 지속될수록 한쪽에서는 여론이 나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 냉소주의가 고개를 든다.


정치 사회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김민하의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이데아, 2022)는 대한민국 작금의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 책은 진보와 보수의 양 갈래로 나뉜 정치 상황을 분석해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정치평론서이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진보와 보수 중 “양자택일의 논리에 둘러싸인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정치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 방에 들어가기’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뽑은 통치자들이 매번 그 스위치를 누르기를 기대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고 현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국민은 지도자의 자질을 의심해 또 다른 통치자를 뽑기 위해 눈을 돌린다. 저자는 현실 정치가 ‘온갖 정치적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은 이유가 민주주의가 “반대를 통해 우리 편을 조직하는 효과적”(p.9)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정치 현실들을 냉정하게 바라볼 뿐 아니라 민주주의 의미를 찾아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로 불거졌던 진보와 보수의 갈등, 남북단일팀과 가상화폐, 예멘 난민 사례로 드러난 여론전, ‘노사모’, ‘박사모’로 불리는 팬덤 정치 그리고 ‘빨갱이 서사와 친일파 딱지’로 반복되는 색깔 정치 등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치 현실을 양쪽 측면에서 다양하게 살핀다. 저자는 앞으로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의미를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에서 찾으며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 그중에서도 일본과 미국의 상황과 변화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런 모든 정보를 토대로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지향점과 목표를 밝히고 있다.


현실 정치 상황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본 저자의 시도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의 노력은 2019년 ‘조국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다룬 1장 ‘진보 또는 보수’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쓴 ‘조국 백서’와 이 사태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조국 흑서를 예시를 들며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각각 언급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은 “검찰이 보수 정치에 속한 인물들이나 검찰총장의 가족 및 측근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선택적 수사’, 즉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p.28)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검찰 수사가 한 가족의 삶을 짓밟았다는 평가’의 감정적인 부분에 몰입되기보다는 조국 장관의 당시 위치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조국 장관이 당시 ‘정권 핵심’에 가까웠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법무부 장관’이 유력시되는 상황이었기에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검찰 역시 ’잘 드는 칼’을 꺼내 들 수밖에 없”(p.29) 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조국 사태‘라는 사회적 현상을 검찰 수사와 정권의 의도로 의심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익과 손해와 같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사태의 본질과 자연인으로서 조국을 좀 더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선호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팬덤 정치’의 의미를 분석한 3장 ‘팬덤 정치와 기술자들’ 부분은 최근 벌어지는 대한민국 정치 형태를 잘 설명한 장이다. 원래 ‘팬덤 정치’는 ‘Fandom + 政治’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2022년부터 유행하고 있는 정치 관련 신조어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노사모’, 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대표적인 예이다. 저자는 이런 ‘팬덤정치’가 선호하는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에 이상적 지지자”는 “정치인이 자기가 공언한 가치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지를 지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자”(p.80)이지만, 팬덤을 따르는 이들은 그런 가치보다는 정치인이 현실에서 보여주는 능력과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소소한 단점이 있어도 현실을 보다 나은 사회로 바꿀 수 있다면 용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에는 그동안 여러 정치 사례에서 보아온 ‘모두가 똑같다’라는 현실 인식과 정치 무관심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결국 ‘반대를 앞세워 손익을 셈하는 한국 정치’와 극우 세력이 도래하는 세계 정치판에서 어떤 민주주의로 이끌어 갈 것인지에 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저자가 현실 정치 사례들을 관찰자, 참여자, 비판자 등 다양한 입장에서 고민하고 대한민국 정치가 실질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한 면모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책 속의 진보와 보수의 주장들은 여전히 몇몇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고,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역사 배경과 정치 용어들은 가독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정치 이슈를 다루어 책 속 저자의 설명과 주장들이 출판한 이후 다르게 해석되거나 오래된 정보로 읽힐 우려가 있어 아쉽다. 그럼에도 정치 이슈를 양쪽에서 평한 책을 읽고 싶은 독자,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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