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나라는 사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언젠가 이런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아마 내 인생관을 묻는 질문이리라.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은 카지노 가입 쿠폰 뒤에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좌우명이 아니다. 그 안에는 나의 두 얼굴, 두 세계, 두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하나는 'GO', '걷는다'는 의미, 다른 하나는 문자 그대로 'MASK',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뜻이다.
먼저 MASK로서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자. 나는 한 때,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살아왔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쉼없이 달렸다. 대학 간판, 스펙, 회사 이름,... 겉으로는 꽤 괜찮은 삶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를 가려주는 카지노 가입 쿠폰 뒤에는 공허함과 위선, 진짜 나와의 거리감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회사 이름을 확인하며 안도하곤 했다.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회사 이름을 확인하며 말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서로의 회사 이름이 아닌 표정을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30대 권고사직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들릴 무렵이었다. 회사 이름으로 수식하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길'은 결국 사회가 만들어준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다. 이런 카지노 가입 쿠폰 뒤에 자신을 숨긴다고해서, 내 안의 흔들림까지 감춰지진 않는다.
회사를 떠난 뒤, 이름을 꾸며주는 수식어가 하나 둘 사라졌을때, 내 이름의 신뢰를 보장하던 명함의 로고가 없어졌을때, 사회적 지위도 없이 홀로 남겨졌을때, 나는 비로소 카지노 가입 쿠폰을 벗고 진짜 나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전까지 나는 늘 어디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인 사람이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가 되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온전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벗은 나는 화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툴고 작고 불안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회사를 퇴사하던 날은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생일이었다. 퇴사 후 나만의 작은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을때, 매일 노트북 하나 들고 카페에서 아무도 걷지 않는 들판 위에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디뎠다. 정답이 없는 길을 걷는다는건 매일 불안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회사에서 오늘 하루는 언제 끝나 퇴근하는지 시계만 쳐다보는 삶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루하루 내 것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늘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정해진 삶을 따라 살아간다. 마치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되도록 짜여진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 질서를 거부했다.
이번에는 'GO', '걷는다'는 의미로 저 문장을 바라보면 어떨까? 나는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길을 걷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하고 싶다. 먼저 걸어야만 길이 생긴다. 스스로 걷고, 내가 먼저 나아가야만 그제서야 길이 뒤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햇살이 눈부시는 아침, 커피우유 한잔을 노트북 옆에 두고 코드와 씨름하는 순간들,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실패마저 내 것이 되는 사루. 누군가 만들어둔 지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지도에 선을 그어나가는 삶. 누군가 정해둔 운명의 설계도는 나의 발끝에서 조용히 찢겨나갔다. 지금까지 숱한 도전과 시행착오 속에서 나만의 길의 흔적을 조금씩 만들어왔고, 언젠가는 그 흔적을 누군가가 다시 따라 걸을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래 생각해본다. 그래서 내게는 행동이 중요하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만 그제서야 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누군가가 만든 길이 아닌, 나만의 발걸음으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정해진 길 위를 걷지 않는다.
먼저 걷는다.
그 발자국이, 나의 길이 된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카지노 가입 쿠폰의 뒷면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