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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Apr 11.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착각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을 잃는 것에 대하여

요새 일이 많아지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식사 시간을 줄였다. 그러다보니 밥을 빨리 먹게 되고, 자연스럽게 식곤증으로 이어졌다. 밥을 빨리먹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음식이 계속 들어가니 과식으로 이어지고, 빨리먹느라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않으니 위장에 그만큼 부담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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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을 빨리 먹음으로서 시간을 절약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밥을 빨리 먹어서 시간을 아꼈지만 그만큼 낮잠을 많이 잔다면, 밥을 빨리 먹는 바람에 시간을 아꼈지만 위에 부담이 되어 건강이 안좋아진다면, 과연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어떤 사람은 내가 밥을 천천히 먹는 모습을 보고 시간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얼핏 비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이라고 생각되는 천천히 밥먹기가 사실 가장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일지도 모른다.




현실에 집중하라는 말이 있다. 내가 만약 밥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일거리를 생각하면서 밥을 급하게 먹는다면, 나는 현실에 살면서도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부작용이 생긴다.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현실에 집중하지 않고, 미래에 벌어들일 수입, 미래의 약속, 미래의 무언가만 바라보고 현실을 흘려보낸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이라고 생각하는 지금과 다르게 미래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릴 때부터 늘 "미래"를 향해 달리도록 강요받는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른들은 말한다. “일단 대학 가고 나서 해라.” 이 말은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현재를 제대로 살아보기도 전에 입시라는 미래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해볼 수 있는 도전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잃어버린 채 말이다.




그렇다고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 일단 취업해라. 회사 먼저 들어가라.” 그 이후에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한다. 그렇게 대학교 4년이라는 시간을 취업준비학원처럼 써버리고 취업에 성공하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살고 있는 걸까?” 그제서야 인생의 의미를 되묻지만,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막막함을 느낀다. 익숙했던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듯한 혼란이 찾아온다.




예전엔 중고등학생 시절을 사춘기라고 불렀지만, 그 시기가 대학생으로 늦춰져 대2병이라고 부러더니, 요즘은 마치 직2병이라고 부르듯,30살 언저리에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쌓아갔어야 할 고민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뒤로 미룬채 살아가고, 그 결과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된 시점에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찾아오는 정서적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결국 이 모든 게, 밥을 빨리 먹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으로 일하려 했지만 식곤증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과 닮아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현실을 건너뛰지만, 결국 그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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