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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Mar 17.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곁으로


토요일 새벽 1시 13분. 가장 친한 친구 나무의 아버님 부고 메시지가 왔다.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버님 너무 밝고 유쾌하시고, 또 젊고 건강하신데... 이게 무슨 소리야...

나무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대번에 전화가 걸려왔다. 무료 카지노 게임 떨리는 목소리. 우리는 같이 울었다. 이제 청주를 출발하는 나무를 다독이며,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당장에 거실로 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온 가족이 깨어났다.

나무는 우리 집에도 몇 번 왔던 친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기에 가족들은 나무에 대해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모두 놀란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게다가 나무 아버지께 따로 도움을 받은 일도 있어서 우리에게는 남다른 마음의 빚이있다. 그런 분의 부고라니... 그 새벽에 엄마도, 정남도 모두 내게 계좌이체를 했다. 아침에 모두들 출근을 해야 하는 토요일이기에 은행에서 부의금을 현금으로 찾아다 주길 부탁하며.


나는 그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온 마음이 헤집어진 듯했다. 작년 10월 29일에는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올해에만 가장 친한 친구의 두 사람의 아버지들께서 돌아가셨다. 모든 이별은 이르다.




한잠도 이루지 못한 나는, 아침 여덟 시께에 삼십 분 정도 졸았다. 숨을 몰아쉬듯 깨어나, 빨리 외출 준비를 했다. 부스스한 머리를 겨우 단정히 빗고, 세수한 얼굴에 세럼과 선크림 등을 덕지덕지 발라보았지만 까칠함을 덮을 수가 없었다. 까만 슬랙스와 짧은 까만 코트를 갖춰 입고, 동네 은행까지 걸어내려 갔다. 걸어 내려가는 길에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았다. 우리 아빠 생각이 났고, 나무네 아버지 생각이 났다. 두 분 모두 저러한 노인이 되지 못하셨다. 늙음으로 가려던 찰나, 삶이 끝나버렸다. 요즘 버릇처럼, 일흔이 되는 것도 복이 있는 자들의 특권이라고 애달프게 말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것 같았다.


트럭을 타고 다니시던 나무 아버지. 예전에 시내에 살 때, 내가 살던 빌라가 대로변에 있었다. 그 앞으로 나무 아버지의 트럭이 자주 달렸다. 아버지는 나무에게 자주 말씀하셨다. "저기 너 친한 언니 사는 집 아니냐."

딱 한번 우리집 앞을 지날 때 나무가 이야기 한 것을 아버지는 기억하시고, 지날때마다 이야기하곤 하셨던 것이 나는 너무도 재미있었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시던 나무네 아버지가, 자식들 시집장가를 모두 보낸 멋진 나무네 아버지가 나는 너무도 존경스러웠었다.

우리 나무를 너무도 나무답게 길러낸 그 아버지가, 나는 정말 감사했고 늘 따로 찾아뵙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따로 찾아뵙는 것이 아버지 본인의 장례식이라니.

절대로, 절대로 인사도, 마음 표현도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을 또 이렇게 뼈 아프게 알게 되고야 말았다.


은행에서 봉투 세 개를 준비했다. 나는 지금 나무와 나무 아버지를 뵈러 가지만, 이따 저녁이 가까운 시간에 또 엄마와 정남도 장례식장에 올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무를 만나러 가야지. 나무야, 우리 나무야...


택시 안에서 장례식 예절을 검색해서 빠르게 외운다.

이렇게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서른이 되지 않았던 때, 투석 동료였던 헤이리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그때는 엄마와 함께였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혼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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