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기명 Jan 02. 2025

마음의 생김새가 궁금할 땐 손무료 카지노 게임 봐

인테리어. 공간을 장식하는 일. 살아가는데 지장 없는 하얀 공간에 입체적인 색을 입힌다. 나를 장식하듯 흔적을 남기듯,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여럿 장치. 숨은 못 쉬어도 밥값은 못해도, 고스란히 내가 살아갈 여유를 내어준다. 애완돌처럼 어쩌면 키우는 것일 수도. 인테리어는 부자의 취미다. 싸게 싸게 이 공간에 나를 녹이고 싶다면 막말로 벽에 글씨를 쓰면 되지 않을까? 물론 전세라서 내게 그 취향은 허락되지 않는다. 손무료 카지노 게임. 기록이 되고, 영원히 거짓말할 수도 없고, 지문처럼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문장을 사인하듯 휘갈겨도 오직 나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치. 손무료 카지노 게임는 하나의 기호가 되었고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되었다. 무광색의 희미한 선이 겹겹이 줄줄이 쌓여 있는 내 손만의 목소리.


손의 목소리는 이젠 주름 가득하다. 다른 대체제들이 여기저기서 생생함을 자랑한다. 문득 영감 비스무리한 단초가 발현된다면 펜을 잡기보단 폰을 잡는다. 엄지 두 개가 바쁘게 움직였다. 이젠 손마저도 일이 줄고 있다. 목소리만 있으면 검은 바탕으로 가득한 메모장에 흰 글들이 타닥타닥 채워진다. 그럼에도 아직까진 손바닥만 한 초록색 몰스킨이 가방 안에 살고 있다. 숨죽이며, 가끔 문이 열리면 빗발치는 햇빛을 들이마신다. 반들반들한 속지의 감촉은 잊은 지 오래. 몰스킨 옆에 착 붙어있은 볼펜. 다행히 볼펜똥이 펜촉을 감싸고 있진 않고 있다. 2021년 산 잉크를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손무료 카지노 게임는 회사에서 미팅할 때와 매주 월요일 필사할 때 마주한다. 두 개의 글씨체를 비교해 본다. 단어의 나열뿐인 회사 노트. 가끔 숫자들이 툭 튀어나온다. 줄 바꿈이 자유롭다. 공백도 넘쳐난다. 어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지, 한 페이지를 큰 글씨로 채워서 넘긴다. 일력을 넘기듯 페이지가 넘어간다. 필사 노트는 문장으로 빼곡하다. 물론 내 생각을 담은 글이 아니라 영혼 없는 글씨체다. 그래서 그런지 쓰임의 형태가 더 잘 보인다. 작가의 언어를 내가 쓴다면, 이런 불규칙한 글씨체로 포장하더라도 농축된 정서가 독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멍 때리며 필사를 쭈욱하다 손끝이 저려올 때 멈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역할이 생긴 검지와 중지. 한 번 꺼낸 펜촉, 끝은 봐야지란 생각에 필사를 이어간다. 손끝을 모아 본다. 꾸욱 연필을 눌러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