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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미 선 Feb 12.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그게 뭐라니?(27)

최신식과 구닥다리

지난 설에 친손녀 둘이 집에 왔었다.

큰 손녀는 다섯 살.

작은 손녀는 38개월이다.

이 어린것들도 사회생활이랍시고 바쁘다.

얼굴 본 지 오랜만이다.


사회생활이래야 어린이 집을 다닐 뿐이지만, 집에서 마냥 노는

백수는 아니라서 나름 고달프고 분주하다.

주말 이거나 쉬는 날 아니면 볼 수 없다.

그러니 어쩌다 볼 때마다 얘들이 부쩍 커가는 느낌이다.


이번 설날에도 잔뜩 멋을 부리고 우리 집으로 들이닥쳤다.

하얀 치마 위에 분홍패딩을 걸치고 머리는 양갈래로 땋아 늘어뜨렸다.

거기에제 얼굴보다 더 큰 리본을 매달고서.

거추장스럽기도 하련만 그건 꼭 하고 와야 되는 거다.

신발은 신데렐라가 울고 갈 화려 무쌍한 삐딱 구두를 신었는데 어찌나 번쩍거리든지

정신이 오락가락할 지경이다.


둘은 항상 똑같은 복장이다.

다르면 시비가 붙으니까.

그거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싶었던지,

유난히 분홍빛을 발하는 티아라(왕관)를 한 손에 들고 의기양양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할아버지 할머니 계십니까?"

"......"

"할아버지 할머니 계십니까?"

문을 열고 서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 집 주인장을 부른다.

둘째 손녀의 목소리다.


나는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할아버지는 TV를 쿵쾅쿵쾅 틀어놓고

그걸 들여다보느라 정신없던 상황이었다.

빨리 응답을 안 하니 두 번째는 한 옥타브 더 올려서 우릴 불러댔다.

그제야 현관으로 달려간 우리는기세등등하게 서있는 두 손녀를 파안대소로 안아 들고

웃느라 온몸이 휘청거렸다.

" 얘는 이담에 커서 장군이 되려나 봐."


그때부터 온 집안은 오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른둘만 사는우리 집에 오면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심심하다. 그래서 살림하는 장난감을 사두었다.

그것도 어디다 둔지 다 안다.

일찌감치 꺼내다가 살림을 차리기 시작하는데.


부엌에서 음식 하기 바쁜 내게자꾸만 가짜 음식을 만들어다

먹어보라고, 먹어보라고 권한다.

어이구 이거 맛없다고 할 수 도 없고.

눈을 질끈 감고 "카지노 게임 추천고 맛있다." 쩝쩝쩝.

연기할 줄 모르는 할머니는 그 표정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들통나기 일쑤다.


바쁜데 가짜 음식을 자꾸만 해다 바치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귀엽기도 하지만,

마음이 급해져서 성가시기도 하다.

그럴 때는 더더욱 표정이 굳어지고 대충 맛있다고 해주는데 그것도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다 안다.

" 할머니 맛없어요?" 이런다.

카지노 게임 추천들과 놀 때는 기막힌 연기가 필수다.


"너희들이 자주 안 와서 보고 싶었어." 하면서 우는 시늉을 했더니,

내 얼굴을 쳐들고 "할머니는 눈물도 안 나면서 운대."

이러고 빈정거린다.


밥 먹기 전에 밥 잘 먹으면 마트 가서 간식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밥 먹고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 사줄까?"

작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대뜸"추워서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 먹으면 안 돼요"

할머니는 이럴 때 무안, 무안해.


작은 카지노 게임 추천는 무엇이든 잘 먹고활기차다.

얼굴도 통통하게 살이 올라 귀엽다.

이 카지노 게임 추천는 스스로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하고 누가 보조해 주는 걸 아주 싫어한다.

옷도 단추를 끼어준다고 하면 손을 내치면서 내가 할 거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장부 기질이 다분하다.


그 반면에큰 카지노 게임 추천는 여리여리 천생 여자다.

밥도 잘 먹지 않고 홀쭉하다.

그날도 밥을 먹지 않고 딴 척을 하길래 옆에 가 붙어 앉았다.

손을 잡고 "우리 라윤이 밥을 안 먹어 어쩔래?

밥을 잘 먹어야 더 이뻐져. 뭘 더 해줘야 밥을 잘 먹을까?"

이랬더니 카지노 게임 추천가 내 손을 슬그머니 놓고 저 멀리 가서 앉는다.


" 엄마 쟤가 지금 잔소리 듣기 싫다는 거예요. 멀리 떨어지는 건."

아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심기를 대변해 준 말이다.

"뭐어! 그런 거야? 어머나 세상에."

나는 박장대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고작 다섯 살 배기가?

그걸 잔소리로 받아들였다고?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한참을 떨어져 앉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바라보며 웃었다.


밥상을 물리고 약속대로 두 카지노 게임 추천를 데리고 마트로 들어섰다.

작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을 손에 쥔다.

"너 아까 추워서 카지노 게임 추천스크림 먹으면 안 된다고했잖아."

"아니에요, 지금은 안 추워서 먹어도 돼요."

(밖은 얼어 죽게 생겼는데)


이거 얘네들이 아주 할머니를 가지고 논다.

신식과 구식의 대결 구도다.

둘은 최신식, 하나는 완전 구식.

초현대와 고조선의 엇박자다.

연두색과 누런색의 갈림길이다.


머잖아 구식은최신식에게 박살 나게 생겼다.

표정, 말투, 분위기 다 털렸다.

큰일 났다.

까딱 말 잘못했다가는 무안이 아니라 망신당하게 생겼다.


한 명도 아니고 둘이 달려들면 못 당한다.

조금 더 크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고 할머니 말 틀렸다고 반박하기 십상이겠다.

나도 날마다 공부를 하느라 진땀 중인데 이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다.

다섯 살, 38개월이면좀 어수룩해야 귀엽지 않은가!

어수룩커녕 오래 산 할머니를 이겨먹으려니 이것 참 야단 났다.


이제 드디어 세배를 해야 할 차례다.

설날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세배다.

"자, 얘들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세배드리자."

제 아빠가 앞장서 손을 공손히 모으니 카지노 게임 추천들도 조막만 한 손을 모았다.

엎드려 절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호라.

미리 연습을하고 온 게 맞다.


이토록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건 연습 없이 금방 튀어나오긴 힘든 거다.

어쩌면 저 짧은 혀에서 그렇게 어른스러운언어가 생성될 수 있는지.

福이라는 개념을 알진 못하겠지만 그 말은 좋은 덕담이란 걸얼핏 알아차렸겠다.

둘이 똑같이 엎드리면서 조부모인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으니 얘들은 벌써 다 큰 거다.


동생은세배를 하면서 바닥에 댄 이마를 올릴 줄 몰랐다.

엉덩이는 하늘로 뻗치고벌서듯이 그러고 있다.

"일어나 서윤아."

그제야 저도 민망했던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일어섰다.

언니는 금세 얼굴을 들었건만.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누런 세뱃돈을 쥐어주면서 "너네들도 아프지 말고 자라야 돼."

함과 동시에 "네에" 씩씩한 합창이 이어졌다.

세뱃돈은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아빠에게 압수되었다.

무슨무슨명목하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더니 그 짝이다.

두 카지노 게임 추천는 조금 서운한 듯하더니 금세 돈에 대해선 잊어버린 듯했다.


얘들아 그 돈이란 게 얼마나 귀한 건지 아니.

너네들도 그것 때문에 울고 웃을 때가 있을 거다.

부디부디 돈을 잘 간수하여라.

이러고 싶었지만 아직 아기들은 돈의 위력을 모른다.


마트에서 뭘 사면 엄마나 아빠가 카드를 꽂은 뒤 물건을 가져가도 된다는 건 안다.

그러나 시퍼런 돈, 누런 돈의 가치는 아직 모른다.

이것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최신형 인간은 지폐보다 카드를 먼저 배운 셈이다.

절을 했으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냥 주는 종이쪽진가 보다 생각할 정도다.


세배 후 조금 앉아있으려니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지루한가 보다.

TV에서어린이 프로를 틀었는데여러 가지 프로가 동시에 화면에 떴다.

이거요, 이거요. 서로 이걸 보겠다고 손가락으로 짚는다.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건 내가 보고 싶은 프로가 아니라고 둘째가방방 뜬다.

부부젤라를 불어대는데 그 울음소리는 창문이 다 들썩거릴 지경이었다.

내게 지원요청을 보내는 눈길에 나는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떠있던 프로그램들은 사라지고 없다.

뭘 틀라는 건지 외계인처럼 생경스럽다.


멀고 먼 세대차이는 이래서 그 벽이 너무나 두껍다.

어린 아기들이 요즘 어떤 프로를 즐기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깜깜하다.

도무지 어린이 프로를 볼 일이 없는 처지고 보니답답한 당연하다.


몰래라도 혼자 훔쳐보고 어느 날 아기들에게

"야 너네들 이거 좋아하지?"

불쑥 선제공격을 한다면 신세대 할머니 반열에 올려주려나.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아가들도 이 시대에 적응하려니 똑똑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되었다.

이래서 젊은 세대들이 아기들 교육에 또 공을 들인다.


똑똑한 것도 좋고 영리한 것도 좋은데 벌써부터 나는 걱정이다.

할머니가 밥 안 먹는다고 걱정한 말이 잔소리로 들렸다니.

아직 아기인데도 그러한데 조금 더 크면 구식 할머니라고 상대나 하려나.

쟤들에게 맞는 딱 반할만한 할머니 상은 어떤 것인지.

걔네들이 좋아할 만한 요즘 트렌드는 또 무엇인지.

나름대로 연구하고 배우는 자세가 절실해졌다.


단순한 학문이 아닌 시대를 읽는 현대인의 자세가 더 중요해졌다.

자식 세대와도 갭이 생기는데 저 까마득한 아기들과의 단절은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어디서부터 현대할머니 연습을 해나가야 할까.

최신형 신세대와 오래 묵은 구닥다리 할머니의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와우, 아우.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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