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나는 앉아서 먼 수평선을 본다
수평선은 젖어 있고
나는 바닷가에서 마르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나란히 앉아 수평선을 함께 보던 너
지금은 어디에서
저 수평선을 보고 있을까
너를 생각하면 나는
수평선보다 더 깊이 오래 젖는다
― 태백산맥 1-2. 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
3
"인자 내쫓기는갑다"
그의 할아버지는 사랑채로 통하는 문을 넘어서기 직전에 한숨을 토했다. 그 한숨이 어찌나 깊고 진한지 할아버지의 기운이 모두 뽑혀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사랑채 마당에서는 덕석말이 매타작이 한창이었다. 매타작을 얼마나 당했는지 둘둘 말린 덕석 안에서는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
"저눔이 인자 오는구나. 고만 덕석 풀어라!"
마루에 버티고 선 송진사가 그의 할아버지를 손가락으로 겨냥하며 소리쳤다. 덕석을 동여맨 새끼줄이 낫으로 끊기고, 두 사람이 둘둘 말린 덕석 끝을 치켜듦과 동시에 덕석은 추르르 펼쳐져나갔다. 그 속에서 드러난 것은 피투성이가 된 그의 아버지였다.
진사 나으리 살려주시씨요."
그의 할아버지는 울컥 피를 토하듯 울부짖으며 피범벅이 된 아들의 몸을 덮쳐 안았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이미 숨이 끊긴 뒤였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의 할아버지는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다음날 새벽 그는 아버지의 시체를 가마니쌈해서 지게에 짊어져야 했고, 하룻밤 사이에 십년살이를 해버린 것처럼 변한 할아버지는 흡사 허깨비처럼 휘뚱거리며 지게 뒤를 따라왔다. 그의 아버지 나이 서른넷이었고, 판석의 나이 열 다섯이었다.
"전라도땅에서 누구 땅 얻어부치고 살 가당찮은 생각 묵지를 말어라. 느그눔덜은 머슴살이도 못해묵게 맹글 것이다. 산골짝에 들어가서 솔잎이라 뜯어묵고 살어. 요리 사대육신 멀쩡허게 내보내는 것만도 큰 은혜 입은 줄 알어야 헐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다섯 식솔을 거느리고 쫓겨난 맨주먹의 할아버지는 온 하루를 말 한마디 없이 땅만 내려다보고 걸었다. 해가 뉘엿뉘엿해서 어느 개울가에서 보리밥 뭉치를 풀었다. 눈앞에는 숲이 깊은 산이 다가와 있었다. 그때부터 산 골짝골짝을 타넘는 화전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을 하려고 기를 썼지만 무슨 중병이라도 깊이 안은 듯 식은땀만 쏟을 뿐 기운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벙어리가 되어버린 듯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일 년을 살아내고 그의 아버지 제삿날이 찾아왔다.
"양반, 고 숭악헌 눔덜. 쇠포리맹키로 징허고징헌 눔덜."
그가 제상에 절을 하고 물러섰을 때 할아버지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건 할아버지가 실로 일 년 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었는데, 할아버지는 그 말을 칡뿌리를 질겅질겅 씹는 것처럼 했던 것이다. 그는 섬뜩한 기분이 들어 얼른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는 향이 타오르는 푸른 연기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싶게 주름살투성이의 여윈 볼이 심하게 실룩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결국 앓아 눕더니 며칠 만에 숨을 거두었다.
"요건 니 애비가 동학 따라 집 떠남스로 할애비헌테 냄긴겨. 나가 살아서 니 아들헌테 붙여줬어야 헐 이름인디, 앞자가 큰 대자, 뒷자가 다스릴 치자라고 혔다. 고것이 느그 애비가 생전에 품은 한스런 맴이었는디......"
'대치'(大治)라는 두 글자는 한지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골골 병을 앓는 할머니는 살아 생전에 고추 달린 증손자 한번 보고 싶다는 말을 무슨 타령 읊조리듯 했다. 할메 소원 풀고, 일손도 하나 더 벌어들인다 셈치고 같은 화전민의 딸과 결혼했다. 그 고추 달린 아들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연이어 딸 둘을 낳았고, 할머니는 기다리기에 기진했는지 어느 날 문득 눈을 감고 말았다. 염치도 없이 딸은 그 뒤로도 둘이나 더 불거졌다. 별다른 산고도 치르지 않고 애를 낳는 마누라의 암팡진 엉덕짝이 부실할 리는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부실한 것은 씨 쪽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마음은 한결 초조해졌고, 크게 다스린다는 뜻의 그 이름을 영영 써먹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불쑥 일어나고는 했다. 아들은 다섯번째로 태어났다.참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고, 늦은 나이에 구경하는 고추였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너무 당연하게 '대치'라고 이름붙였다. 그 뜻이 사내다운 이름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냄새를 역연히 맡을 수 있어 좋았다. 이름을 따라 아들이 어떤 큰 인물이 될 것 같은 알큰한 예감에 젖기도 했다. 그러나 산짐승이나 다름없이 산골짝이나타넘는 화전민 신세라는 자각 앞에서 그는 한없이 초라한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아버지로서의 책임 같은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는 했다. 드문드문 구경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그 동안 세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나라 주인이 바뀐 것이었다.
권윤희2025. 3. 26. 17:23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 연수전·가운루 어쩌나
“30동 중 9동만 양호, 나머지 전소”
사불 전후 카지노 가입 쿠폰 - 왼쪽은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오른쪽은 지난 25일 의성 지역의 대형 산불로 전각들이 전소된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습. 2025.3.26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천년고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집어삼키면서,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도 모두 잿더미가 됐다.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울 만큼 피해가 큰 상태라 보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는 전체 건물 30동 중 9동만 양호하고 보물인 연수전, 가운루 등 나머지는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26일 밝혔다.
이날 공개된 현장을 보면 두 건물 모두 처참한 상태다.
산불 전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 연수전 내부 - 지난 2월 1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카지노 가입 쿠폰 연수전 내부. 2025.3.26 연합뉴스
카지노 가입 쿠폰 보물 연수전 전소 -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카지노 가입 쿠폰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전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
2020년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조선시대 영조(재위 1724∼1776)와 고종(재위 1863∼1907)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기로소는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단청과 벽화 수준이 뛰어난 데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이 남아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화마가 휩쓸고 간 후 연수전은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토석(土石) 담장만 남은 상태다.
연수전이 있었던 자리에는 거센 불길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린 듯한 기와만 쌓여 있다.
조선시대 사찰 안에 지은 기로소 건물로는 유일한 흔적이 사라진 셈이다.
산불 전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 마지막 모습 - 지난 2월 11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가운루. 2025.3.26 연합뉴스
화마가 휩쓸고 간 천년고찰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 터 -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가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는 전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
계곡을 가로질러 지어진 가운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가운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1668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중·후기에 성행했던 건축양식이 잘 남아있는 독특한 사찰 누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보물이 됐지만, 불과 8개월 만에 화마가 덮쳤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가운루, 연수전, 극락전 등 주요 전각이 전소됐고 일주문, 천왕문 등 일부 전각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두 건물이 사실상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큰 피해를 보면서 보물로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연수전은 2020년, 가운루는 2024년 각각 보물이 됐다.
보물 지정됐다 화재로 해제된 사례 3건
“정확한 피해 현황 보고 판단”
산불로 전소되기 전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 - 지난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2025.3.26 연합뉴스
화마가 휩쓸고 간 카지노 가입 쿠폰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약칭 문화유산법)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가치를 상실하면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2005년 4월 낙산사에서 발생한 산불로 녹아내린 동종이 대표적이다.
낙산사 동종은 1469년 예종(재위 1468∼1469)이 아버지인 세조(재위 1455∼1468)를 위해 낙산사에 보시한 종으로 한국 종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2005년 낙산사 일대를 덮친 산불에 사찰이 전소되면서 완전히 소실됐고, 문화유산위원회(당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해 7월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카지노 가입 쿠폰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 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중수 작업하는 소방대원들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건물 위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5.3.26 연합뉴스
건축물도 화재로 지정이 해제된 사례가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된 건축물 가운데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해 지정이 해제된 사례는 총 3건이다.
전북 김제 금산사의 대적광전은 1986년 12월 화재로 타 이듬해인 1987년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현재 금산사에 있는 건물은 1994년 복원한 것이다.
전남 화순군 쌍봉사 대웅전은 1984년 4월 발생한 불로 소실돼 보물 목록에서 빠졌고, 경남 하동 쌍계사 적묵당은 1968년 2월 화재로 소실돼 그해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적묵당은 이후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화재로 소실돼 보물 지정이 해제된 3건은 수십 년 전 일”이라며 “현재 상황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현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마가 휩쓸고 간 카지노 가입 쿠폰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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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깨져버린 범종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 범종이 불에 타 깨져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카지노 가입 쿠폰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2025.3.26 연합뉴스
화마에 쓰러진 고목 -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카지노 가입 쿠폰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심어진 고목이 전날 번진 산불에 타 쓰러져 있다. 2025.3.26 연합뉴스
산불로 전소되기 전 의성 카지노 가입 쿠폰 - 지난 2월 11일 촬영한 경북 의성군 단촌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카지노 가입 쿠폰의 가운루와 우화루, 대웅전 등의 전각과 등운산. 카지노 가입 쿠폰는 지난 25일 의성 지역의 대형 산불로 전각들이 전소됐다. 2025.3.2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