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지구에서 달을 보면 달의 한쪽만 보인다
달에서 지구를 보면 지구 모든 쪽 보인다
습한 간(肝)을 어디에서 말리면 좋을까
지구에서 말리면 좋을까
달 속에서 말리면 좋을까
태양에서는 습한 간(肝)을 말릴 수 없다
내가 당신을 보면 당신의 한쪽만 보이고
당신이 나를 보면 나의 모든 쪽이 보일까
나의 습한 간(肝)과 쓸개를 펴서 말린다
― 태백산맥 1-2. 가슴으로 이어진 물줄기
4
산을 타넘으며 거처를 옮기다 보니까 백운산을 거쳐 조계산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산채 말린 것을 한 지게 가득 지고 쌍암장에 나갔다가 벌교 소식을 듣게 되었다. 중도라는 일본인이 포구에 이십리가 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막아 논을 만드는 간척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대대적으로 사람을 모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귀에 솔깃했다. 노임은 따로 지불하고, 공사가 끝나면 소작논을 우선적으로 배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국밥이 식는 줄도 모르고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쌓는 노동이 제 아무리 힘들다 한들 화전 일구는 것보다 더 하진 않을 것이고, 논농사를 짓게 되면 화전처럼 새 밭을 일굴 필요가 없고 떠돎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도 그의 마음을 더욱 달뜨게 하는 건 아들을 산속에 처박아 산짐승처럼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전깃불이 번쩍번쩍하는 읍사무소가 있는 곳, 아니 양반이고 상것의 차등을 두지 않고 글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것이 있는 곳, 그런 별천지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아들을 사람답게 키우고 싶었다. 상것들도 당당하게 글을 배울 수 있게 된 그 동안의 변화가 그에게는 나라 주인이 일본인들로 바뀐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안게 된 것이 몇 년 전이면서도 그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벌교로만 나오면 아들 대치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주모가 일깨워서야국밥을 마구 퍼넣다가 그만 가슴이 컥 막혀 주먹으로 가슴팍을 퍽퍽 두들겼다. 매운 눈물이 삐쭉 배어나온 눈앞에 어린 대치의 방싯거리는 모습이 어릿어릿 떠올랐다. 그는 마디 굵은 손으로 눈을 식 훔치면서 헤벌쭉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뒤따라 그리도 암담하고 캄캄한 마음으로 산으로 들어갔던 것과는 반대로 겨드랑이에서 날개라도 돋치는 듯 곧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산을 등졌다. 그러나 그는 깊은 마음까지 들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목숨이 한세상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 것인지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한 마리 황소이거니 생각하고 닥쳐올 고난을 이겨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참으로 한 마리의 미련하고도 끈질긴 황소처럼 그는 공사장 일을 이겨나갔다. 아들 대치가 무병하게 커가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고 빛이었다. 그는 담배를 피웠지만 술은 가까이하지 않았다. 술을 마셔서 될 살림살이가 아니었다. 나날의 생활이 아무리 고되어도 세월은 흘러가는 맛이 있어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저히 가망없어 보이던 카지노 가입 쿠폰 쌓는 일이 시나브로시나브로 이어져 나가더니 마침내 완성의 날이 온 것이다. 포구를 따라 뻗어나간 장장 이십 리가 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은 절로 탄복이 터져나올 만큼 장관이었다. 돌덩이를 져나르고, 흙을 퍼나른 모든 일꾼들은 하나같이 그 기나긴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경이하는 반면 구체적 실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성벽처럼 완강하게 바닷물을 차단시키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은 읍내 심장부와 봉림리를 직결시키고 있는 소화다리에서부터 동쪽으로 뻗어가기 시작해서 순천만을 향해 차차 넓어져가는 포구 이십리를 치달아 호동리 선수머리에 그 꼬리를 대고 있었다. 순천만의 바닷물은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을 따라 하루 두 차례씩 횡개다리(홍교) 밑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물러가고 하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쌓아올린 네모난 무수한 돌들을 찰싹찰싹 쓰다듬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위에 닦여진 길은 바다가 밀물이면 밀물인 대로, 썰물이면 썰물인 대로 유난히도 희게 드러나 보였다. 왜냐하면 벌교 포구는 그 바닥이 모래라곤 구경할 수 없을 지경으로 온통 뻘밭이었는데, 그것이 다른 데 것과는 달리 질기고 차져서 한번 발목이 빠졌다 하면 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운 흑회색을 띠고 있었다. 그 위에 바닷물이 밀물져와도 그 색깔이 우중충함을 면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긴긴 카지노 가입 쿠폰 위의 길은 언제나 풀기 상그러운 옥양목 필을 펼쳐놓은 것처럼 희게 빛났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이 동서로 팔을 벌려 보듬고 있는 벌판은 회정리 일 이 삼구와 장양리에 걸쳐서 긑이 아슴하도록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일정기간 동안 간기를 빼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질펀하게 펼쳐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하고 넉넉해 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인 중도의 땅이었지 그들의 소유라곤 단 한 평도 없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막으면서 개통한 다리에 '소화'라는 이름을 붙여도 그 누구 하나 반대를 하지 않았듯이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이름도 '중도 카지노 가입 쿠폰'이 되었다. 중도의 간척지는 예로 부터 경작되어온 북쪽의 낙안 고읍 들에 비하면 그 면적으로나 토질로나 비교할 것이 못되었다. 그러나, 고읍들을 첫째로 꼽고, 장좌리와 칠동리에 걸쳐 있는 서쪽의 벌을 두번째로 친다면 중도의 간척지는 벌교의 세번째 농토로 손색이 없었다. 중도라는 인물은 재산을 다소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 엄청난 간척사업을 벌일 만큼 큰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 못했고, 그 사람됨도 의롭지가 못했다. 그의 이름을 내걸어 추진된 간척사업의 뒤에는 저 유명한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돈줄이 닿아 있었다. 고리대금업으로 축재를 하는 중도가 그런 장기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의아한 점이었고, 또 그런 내막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