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안온
일인칭 카지노 게임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기초수급생활자였으며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문학을 전공한 97년생 한국의 한 여성이었다. 책은 주로 저자의 경험에 기반하여 기재되었다.
저자가 겪은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어릴 적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준 우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구별됨'이란 것은 아이들의 눈에서도 부의 격차를 느끼게 해 주었고, 배려 없는 정책은 카지노 게임에 대한 비참함을 더욱 또렷한 기억으로 심어준 듯했다. 실무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는 하겠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도 정책의 세밀함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질적인 것을 채워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트라우마를 만들어주지 않는 정책적 배려, 세밀함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학점 3.1을 넘고자 공부하며 삶을 이어갔다. 저자의 삶을 보면서 내 대학교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들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도, 연애도 하는데, 카지노 게임한 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 말에 공감도 했지만, 어쩐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만일 그 말에 동의한다면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은 공부에 온전히 집중 못하고 성적이 낮아도 당연하다는 것일 텐데, 그런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역시도 내가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 좀 더 노력했으면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흠. 사실 나는 그러한 카지노 게임이라는 상황, 공부를 못하는 상황에서 한 인간의 가능성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지만, 결코 그 명제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비록 그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인정해 버린다면 인간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함, 생존성, 자기실현에 대한 가능성을 저버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읽는 동안 저자의 말에 정말 동의하고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많은 대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정작 대학교에 가면 본인의 카지노 게임에서 탈출하고 해결할 줄 알았지만, 현실을 대학교 등록금과 거주할 주거지를 구하는 것부터 부의 격차를 느끼게 해 준다.
한편, 저자는 할머니,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가정사를 안고 있다. 카지노 게임은 어쩔 수 없이 높은 자살률과 연관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나의 가정은 어떤지 비교하게 되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집은 사랑이 가득하며 아버지는 술도 마시지 않았고 나름 행복한 가정이어서 정말 내가 복을 많이 받으며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반면, 누군가는 정반대의 상황, 크나큰 고통에서 태어나게 되었다. 참으로 마음이 안타까웠다. 하나님은 왜 누군가에는 이런 가정을 주셨고, 누군가에게는 다른 가정을 주신거지? 하나님의 한 인생에 대한 계획이 어떠시길래 누군가는 카지노 게임의 되물림을 이어가는 환경, 그 쳇바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저자의 어느 정도 감정이 섞이 호소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간 본인이 하나하나 겪은 비참함과 아픔을 일기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저자의 아픔, 마음을 많이 이해하는 한편에서도 바라는 점은 조금 더 긍정적인 면을 보며 살기를 바랐다.
예전 내가 알던 몇몇 친구들도 굉장히 불안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대개는 저자와 비슷하게 줄곧 인생에 대한 허무, 자살, 왜 사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얘기하곤 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몇몇은 그 안에서도 조금 더 개선되고 좋은 점만 바라보려는 모습도 존재했다. 그처럼 인간은 여러 어려움과 고통에 당면에서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함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나는 그런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부분을 저자가 조금 더 강조했으면 하는 나의 생각, 철학이 책에 기재되어 있지 않음이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물론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립대, 아르바이트를 통한 생계유지, 대학원까지 이수하며 어쩌면 굉장히 진취적인 삶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준 것 같았다. 그녀의 삶을 보면 표현을 안 했을 뿐 굉장히 긍정적으로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책에서 나온 여성으로의 아픔, 특히 카지노 게임한 여성이라는 비참함도 한번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남자인 나는 사실 여성 용품의 가격, 그 필요성 등을 부끄럽게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가정 기본적인 생리 현상과 관련한 그 비용 부담에 대해서 우리는 여성에 대한 신체를 부끄러워하며 표면 밑으로 숨기며 대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이외에도 내가 모르는 어떤 우리 사회의 아픔과 고통의 이면이 암묵적인 합의하에 숨겨져있을까 싶었다.
어쩌면 요즘 시대는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의 비참함조차 카지노 게임하지 않은 자들의 무용담으로 사용되는 시대는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저자가 진정한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의 하루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일기처럼 잘 알려주어서 참 고맙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잊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