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차곡차곡 쌓은 달콤한 날들은 쌩한 찬바람을 포근히 날려버리지.
근무 중이었던 오후시간, 아들에게서카톡이 왔다.
엄망!
카지노 게임가 카우보이비밥하고 콜라보했어요ㅋㅋ
무조건 살거얌
대박
같이 영화도 보자
엉?
애니시리즈 아니에요?
그거 영화야?
원래 애니시리즌데 극장판도 있어.
애니는 넘 기니까 나중에 너 혼자 보셈
주말만 기다리게 만드는 포트나이트 게임이 장르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것들과 콜라보를 하고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물론이고 유명인물, 다양한 브랜드까지 섭렵 중이라 아들은 새로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벅찬 마음을 늘 내게 알려준다.
이번엔 이십여 년 전 내가 심취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카지노 게임 비밥'과 콜라보를 한단다. 다른 콜라보 소식은 그저 심드렁하게 관심 있는 척해줬지만 이번엔 나도 반가워서 사진까지 찾아봤다.
그렇게 시작된대화는 결국 카지노 게임에 대한 상담으로 이어졌다.
엄망!
나 브롤에 한 달에 한번 9천 원 카지노 게임 하잖아용
근데 거기다가 이제 안 쓰고
카지노 게임에 원할 때 조금씩 지르면 안돼용?
......
(1분 경과)
근데 그러면 주기가 한 3달에 한 번이고
2만 원 정도 살 거 같애요.
......
(1분 경과)
괜찮아용?
이번엔 일하던 중이라 카톡을 열어놓은 채로 답을 해주지 못했다.
톡에 1이 모두없어졌는데도 내 답이 달리지 않자 초조해진 아들은 결국 전화를 걸어왔다.
"어, 여보세요?"
"카지노 게임, 바빠요?"
"아, 카지노 게임 일하는 중이라 답 못했어. 그래, 어차피 네가 쓸 돈이니가 네가 원하는데 쓰면 돼."
"네, 내가 알아서 할게요."
"어,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적당히 해보자."
"네, 막 십만 원씩 쓰고 그러지 않을게요."
이 달콤한 대답이 예뻐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또 통 큰 카지노 게임인 척을하고 만다.
"그런데 총액이 그럼 줄어들잖아. 원래 한 달에 9천 원이면 석 달에 2만 7천 원인데, 카지노 게임는 석 달에 2만 원이 되니까 너무 적은 거 아냐? 한 달에 만원 꼴로 하는 게 어때?"
"알았어요. 근데 카지노 게임 왜 그래요, 다른 카지노 게임랑 다르게 왜 많이 쓰라고 해요."
결국 이런대답을 듣고 싶어서 마음 넓은 척은근한 가식의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부족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 말을 해줄걸 후회했다.
"카지노 게임가 다르게 말하는 것 네가 특별하기 때문이야."
늘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방학 내내 영화와 웹툰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만 허용된 게임에 대한 갈망으로 주중에는 게임 자료를 끝도 없이 찾아보는 아들의 모습이 예쁘기만 할 수는 없다.
치미는 울화를심호흡으로 다스리기도 한다.
하지만시킨다고 시키는 대로 할 카지노 게임도 지났고, 억지로 시켜봤자 관계만 나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 좋은 쪽을 선택한다.
생각이 대립된 끝에 갈등이 커져버려 날이 선 대화를 할 때도 있다.
그런 날 서로 상처받지 않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 같은 달콤한 대화를 잘 쌓아놓아야 한다.
가능한 한 포근한 보험 같은 날들이 풍성해야 싸늘한 갈등이 닥쳐와도 쉽게 흐트러 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