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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12. 2025

네가 카지노 게임지는 밤들

기억의 단상 2021년 9월호


얼마 전부터 계속 너의 꿈을 꾼다. 왜 꾸는지 모르겠지만, 그 꿈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잠에서 깨기가 싫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꿈들은 이어지고, 나는 잠을 조금이라도 더 청할 수 있는 주말에는 뒷내용이 카지노 게임져 잠에서 깨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다시 잠속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꿈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다정하게, 긴 이야기를. 무슨 이야기인지는 기억하려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꿈에서 깨고 나면 이야기들도 컴퓨터 바탕화면의 휴지통을 비우듯 말끔히 날아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는 것이라곤 내가 아주 다정하게 너를 바라보았다는 것과 너도 다정한 눈길로 화답하듯 날 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아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도. 현실에서는 우리는 손을 잡지도 않고, 매우 조심스러운데 꿈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스스럼없을까.


아, 물론 현실도 꿈도 같은 건 하나있다. 다정함. 너의 다정함에 심장이 뛰었다. 아름답고 다정한 네 언어에 내 심장의 BPM은 점점 더 올라가고, 나는 카지노 게임함을 가장한 연락을 네게 보낸다.


사실은 네게 물어보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혈액형은 뭔지,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은 누구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곁에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는지. 카지노 게임 네 옆의 또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꾸는 거 였다. 내가 꿈을 꾸는 이유는 부정하기 싫지만 너무 명확했다.


내가 이렇게 너를 궁금해 하듯이 너도 궁금해 했으면. 우리가 서로 교환한 호감들이 두루뭉술함이 아닌 구체적인 것이길. 오늘 밤도 나는 꿈에서 긴 이야기를 너와 나눌 것이고,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기억해내려 애쓸 것이다.


이야기가 무엇인지 기억하게 될 때쯤이면 나는 더 이상 네 꿈을 꾸지 않게 될까. 나는 계속 네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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