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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pr 19. 2025

당신의 카지노 가입 쿠폰

기억의 단상 2021년 12월호

2021년 11월 2일, 난생 처음으로 좋아했던 양궁 선수가 은퇴했다. 습관처럼 들어간 SNS에 올라온 짧은 한마디가 너무 슬펐다.


'20년을 수고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그 20년이 무엇을 뜻하는지 부연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와 동갑인 그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해온 양궁을 그만둔다는 뜻 일 테니까.


그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른다. 2012년이었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티빙, 넷플릭스, 웨이브등의 OTT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아직 휴대폰에는 안테나가 있었고, 나는 그 안테나를 이용해 지상파 채널의 수신호를 잡아서 볼 수 있는 DMB를 자주 이용했다.


그 날도 그랬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사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는데, 무심코 돌린 채널에서 양궁 경기가 하고 있었다. 실내양궁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였는데 공교롭게도 결승전이었다. 실외에서 하는 경기는 보았어도 실내는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경기를 시청했다.


와그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과가 베어지고, 그 순간 염색 머리를 한 선수가 마지막 발을 쏘았고 경기는 끝났다. 우승이었다. 우승 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선수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규찬이라는 세 글자를.


그 날 이후 나는 정말 그 이름을 계속 기억했다. 그래서 종종 양궁 기사를 검색했고, 규찬 선수의 소식들을 기사로 보았다. 기사에는 기쁜 소식도 있었고, 안타까운 소식들도 있었다. 기쁜 소식은 올림픽 보다 우승하기 힘들다는 전국체전 우승 소식을 비롯해 국가대표 발탁 소식, 국제대회에서의 우승등등 많았다.


안타까운 소식은 만점을 쏘고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가져가야 했던 비운의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었다. 금메달일거라 생각했는데 금메달이 아니라면, 나였다면 멘탈이 우수수 무너질 것 같은데 어떻게 그는 버텼을까.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 활시위를 당기며 분명 그 역시도 무너지고 싶은 순간들이 무수히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버티고 또 버텨서 시간들은 쌓여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세월이 되었다.


그의 경기들을 영상으로만 접한지라 기회가 된다면 양궁장에 가서 꼭 직접 경기도 보고,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었다. 다음에 경기 보러 가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쉽다.


내 휴대폰 지도맵에는 예천진호양궁장이 선명히 찍혀있는데, 이제는 그가 없다니. 진작에 갔었어야 한다고 후회해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단 한 번도 우리는 얼굴을 마주 한 적은 없지만, 랜선으로 오랜 시간 응원을 주고받았고 미약하지만 내 응원 덕분에 힘을 더 낼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 너무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20여년의 시간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활시위를 놓지 않았을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요, 양궁 해줘서 고마워요 규찬 선수. 앞으로 당신이 걸어갈 길이 '텐텐대로' 이기를 언제나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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