Ⅷ. 뒤바뀐 입장 ④
"김도형 부회장님 좀 편하게 해 드리자"
CFO 김희주 부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기현에게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뭐지? 대체무슨 뜻이지?'
단호한 부사장의 지시에 그의 집무실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자신의 방에 돌아와서도 기현의 귀에 각인된 그 말의 의미는 전혀 이해되지않았다.
기현이 처음 M&A 준비가 이상하게 진행된다고 느꼈을 때,
그 배후에는 민상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가 공명심에 무리한 진행을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고
그런 상황이라면 차분히 데이터를 찾아 정확한 팩트를 무료 카지노 게임해서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도를 지나친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 왜곡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 정도로 부풀려진 숫자가 활용되었다면
혹시나 CFO 김희주 부사장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생각하는정도였다.
하지만 기현은 적어도 CEO인 김도형 부회장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건 CEO가 기현이나 조규혁 대표 같은 외부인을 개입시켜 M&A TF의 일을 견제하도록 요구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CFO가 김도형 부회장의 이름을 들먹이며 기현에게 보고서 작성을 압박하자 기현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하려는 일이 어째서 김도형 부회장을 편하게 하는 일이란 말인지...
그러나 분명한 점은 기업가치를 속인 엉터리 M&A가 누구의 의도로 진행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 결과가 회사에 엄청난손실이 될 것이란 점은 확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현은 CFO의 강압으로 계약체결 보고서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도저히 M&A에 대해 장밋빛의 전망 만을 서술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천지방송'의 진짜 기업가치를 당당히 밝히고,턱없이 모자란 기업가치로 인해 인수비용회수를 위해선극단의 구조조정과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적어 넣었다.
기현은 밤새 작성한 보고서에 그 같은 내용을 담아 비교적 중립적 표현을 담아냈다.
완성된 보고서는 그룹에 보내기 전에 현재 CEO인 허종호 부회장에게 보고해야 했고
그전에 CFO도 미리 내용을 검수를 하려 했다.
기현의 보고서가 CFO와 M&A TF 임원들에게 공유되자 그의 보고서는 순식간에 난도질 쳐졌다.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팩트는 모두 잘라내고 다시 과장된 희망으로 거래의 의의를 포장하는 방식이었다.
CFO 측에서는 그들의입맛에 맞게보고서를 뒤죽박죽 뒤흔들고는 정작 허종호 부회장 앞에서 보고할 때는 또다시기현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를 강요했다.
"저희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권기현 리더가 무료 카지노 게임 드리겠습니다."
거래 협상도 그들이 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일정도 그들이 잡고,
무료 카지노 게임도 마음대로 손대는 사람들이
정작 무료 카지노 게임가 필요할 때는절대 자신들이 앞에 나서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M&A TF에게 기현은 그저 허종호 대표의 공격에 대비한 총알받이, 고기방패일 뿐이었다.
기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해 직속상사인 CSO에게 SOS를 쳤지만
그의 대답은 평소답지 않게 단순 명료했다.
"그냥 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허종호 대표가 TF가 건드려놓은 보고서를 좋아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그 자신도 거래의 위험을 제대로 알게 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만 부각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마음에 들리 없었다.
허종호 부회장의 불만과 역정은 그래서 다시 보고자인 기현에게로 쏟아졌다.
그의 시선에서는 원래 기업인수의 리스크를 주장하던 기현이왜 갑자기위험성을 감춘 무료 카지노 게임를 들고 왔나 싶었을 것이었다.
기현의 생각과 다르게 난도질된 보고서로 허종호 부회장의 미움을 사면서도
기현은이제 회사에 남은 유일한 기회가 허종호 부회장뿐이라 생각했다.
그가 최대한 그에게 부여된 비토권을 행사해야 회사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기현은 허종호 부회장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보고서를 수정할 때마다M&A TF의 의도와 다르게 꾸준히 거래의 위험성을 함께 담으려노력했다.
기현이 보고서에 리스크를 부각하면 M&A TF가 다시 그런 표현을 찾아서 날려버리는 숨바꼭질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이틀 안에 보고하고 상황을 종료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사실 한 달이나 더 진행되었다.
너무도 과장된 보고서에 불만인 허종호 부회장이 그룹 기획조정실에 남아있던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활용해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고를연기시킨 게원인이었다.
그러자 김도형 부회장은 다시 일주일 후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잡아버렸고JM그룹의 전 기획조정실장과 현 기획조정실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력행사가 겨뤄지며 보고일은 서너 번이나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길어진 보고 준비 시간은 고스란히기현에게 가장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날밤을 까며 무료 카지노 게임를 수정하고 다시 수정당하고 다시 수정하면서 팩트를 전달하려 싸워야만 했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매일을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보고서를 쓰고 보고하고 욕을 먹는 쳇바퀴 같은 상황이 진행되었다.
그룹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고가 정해졌다가취소되고 다시 잡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런 상황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기싸움과 같은상황이 계속되는 건 김도형 부회장에게도 허종호 부회장에게도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룹의 회장단 회의에서 그 둘이 직접 만나게 된 날,김도형과 허종호는 둘만의 비밀스러운 면담을 가졌다고 했다.
그 후 회사로 돌아온 허종호 부회장은 거래체결 보고를 잠정적으로 미루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강무영 회장님의 유고로 최고경영자 교체 시기인 점을 고려해 거래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함께였다.
하지만정말 그런 생각이 추호라도 있었다면 그들은 애초에 이런 식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강요하면 안 됐었다.
무리하게 계약체결 보고를 몰아세우던 CFO와 M&A TF의 민상무, 고상무는허종호 부회장이무료 카지노 게임연기 결정을 전하자현명한 결정이라며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호떡 뒤집듯 입장을 바꾼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기현은 자신 만이 한 달여의긴 악몽을 꾸고 있었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룹 최고경영자에 대한 천지방송 M&A 계약 체결보고가 잠정 연기된 지 두 달여 지났을 때
그룹 계열사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그룹기획조정실에서허종호의편을들어움직였던스탭부서장들은 모두 계열사로 전출되었다.
하지만허종호 부회장은 연말에 퇴임할 것 같다던 시장의 예상을 깨고 JM텔레콤 대표이사로 유임되었다.
원래 허종호 부회장이 퇴임하면 차기 CEO가 유력하다고 점쳐졌던 CFO 김희주 부사장은 그냥 원래의자리에 유임되었다.
천지방송 M&A를 시작했던 민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다른 계열사의 CFO로 영전해서 이동했다.
기현은 임원들의 인사이동결과를 보면서 결국은 사필귀정이 되는 건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늘허리를 묶고 시작했던 바느질처럼 '천지방송 M&A'는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누군가의 욕망은 기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