Ⅸ. 가을 남자 ②
fall guy : 남의 잘못을 뒤집어쓴) 희생양 (=scapegoat)
fall guy는 기현이 남긴 비망록의 제목이었다.
몇 년 전 소연이 카지노 게임의 짐을 정리해야 했을 때,
그의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단 하나의 문서파일이 눈에 띄었다.
FALL_GUY_(gfh). docx
암호로 보호된 파일이었지만 소연은 비밀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 말씀하시는 게 참 시인 같지? 소연이 네가 하늘이 나한테 준 선물이라 표현하시잖아 ㅎㅎ"
카지노 게임 처음으로 어머니께 소연을 소개하던 날의 기억을 자주 얘기했었다.
'gfh'는 'gift from heaven'의 약자(略字)였다.
카지노 게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는 늘 소연의 생일로 설정해두곤 했었다.
'0-6-0-6'
소연이 처음으로 카지노 게임이 남긴 비망록을 읽었을 때, 그녀는 그의 절망감을 접하고 감히 그 크기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비망록에 적힌 내용들이 모두 지어낸 얘기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만약 카지노 게임이 겪었던 일들을 똑같이 겪는다면 아마 그녀는 그가 그랬던 것보다 훨씬 먼저 세상과 담을 쌓고 싶었을 것 같았다.
소연은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표현이 생각났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허구는 현실이다'라는... Fiction 이길 바랬던 그의 경험은 Non-fiction이었다.
카지노 게임 오로지 그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건 사실 특별한 생각도 아니었고 그저 'Duty of due diligence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라는 당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태도로 일하는 동안 카지노 게임 감당하기 힘든 괴이한 압력을 받아야 했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란 이유로 철저한 따돌림과 무시를 겪었던 것이다.
2018년 말
JM텔레콤의 새로운 조직체계가 발표되기 전, 허종호 부회장은 모든 부서장들에게 공언한 바 있었다.
"내가 회사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직도 잘 모르고 사람도 잘 모르니
내년에는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위해서 사람을 재배치할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그해 조직개편에서 카지노 게임 거의 유일무이하게 전환배치된 사람이 되었다.
그것도 한 해 동안 모든 보고를 책임지며 힘들게 끌고 왔던 '천지방송 M&A' 업무에서는 완전히 배제되는 쪽으로의 결정이었다.
리더에 대한 통상적인 인사 절차와 달리 아무런 사전 상의나 의견 청취도 없었지만
일방적으로 통보된 이동배치에 대해 카지노 게임 어리둥절해할 새도 없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언론에서 'JM텔레콤 - 천지방송 M&A 계약 체결' 속보가 나오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의외의 진전에 깜짝 놀란 카지노 게임 M&A TF에서 일하고 있는 윤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윤 팀장님 방금 '천지방송' 인수 기사가 떴던데 이거 사실이에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윤 팀장의 목소리는 기운이 빠져있었다.
"아니 그럼 천지방송 영업 정보는 확인이 되었나요? 그쪽에서 자료를 받으셨어요?
카지노 게임 가격은 다시 재협상된 게 맞는 거죠?"
기현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간 카지노 게임를 가로막던 핵심적인 허들이 해소되었는지를 먼저 질문했다.
"아뇨... 그게... 예전에 알고 계시던 조건 그대로이고, 바뀐 건 없어요"
윤 팀장은 무기력하게 객관적 사실만을 확인해 줄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카지노 게임 생각에 잠겼다.
'아니 지금 조건으로는 절대 M&A 계약을 맺지 않겠다던 CEO의 얘기가 모두 거짓말이었나?'
김도형 부회장도 허종호 부회장도...
그들이 걱정하던 회사의 리스크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
다만 바뀌고 변한 것은 M&A에 대한 그들의 입장뿐이었다.
계약 체결 속보와 함께 언론에는 누가 제공하는 기사인지 뻔한 우호적 내용들 만이 넘쳐나고 있었다.
심지어 업히트 증권에선 천지방송 인수로 JM텔레콤의 기업가치가 5년 내 지금의 3배까지도 성장할 거란 예측을 내놓고 있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예측이 아닐 수 없었다.
3배는 고사하고 오히려 기업가치의 훼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속보가 전해지고 단 하루 만에 'JM텔레콤'과 '천지방송'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주식매매계약을 승인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M&A는 이미 모종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했다.
'과연 누구의 입김과 영향력으로 지금 같은 속도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걸까?'
카지노 게임 답답한 마음에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지만, 업무에서 배제된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천지방송 M&A는 규모가 큰 기업결합이었기에 정부의 인가절차를 밟아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최종적인 정부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공식적인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정부 승인이 완료되기 전까지 그 과정의 상황을 대응하고
인가 완료 이후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인수준비단이란 조직이 생겼다.
아이러니한 것은 회사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인수준비단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미 직원들 다수는 '천지방송'이 얼마나 위태로운 사업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뻔히 보이는 현실에 애써 눈감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양심마저 외면하며
자신들의 과오를 대신 짊어질 fall guy들을 찾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