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냉장고도 파먹지만, 파 먹을 게 하나 더 생겼다. 시작은 요즘 미니멀리즘에 대한 글을읽으면 서다.미니멀리즘에 대해 따로 찾아본 게 아니라이를실행해 보는 작가들의 에세이나 일화를 우연히본 것이다.
자리를 정리하고 글을 쓰는 모습은 퍽 매혹적이어서, 방정리나 해볼까 싶어 내 방을 둘러보았다. (글이 안 써진다고 핑계 대며 미루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다.)난감하다.내 방에는 뭐가이리도 많은 것일까?
꽤나 많은시간을 보내는내 사적인공간을 찬찬히 관찰하니곧답이 나왔다. 옷이나잡동사니와 함께내 방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책이다. 오랜만에 책정리를 하려고 보니안 읽은 게 너무도많다. 읽다만 것도있고, 다 읽긴 했카지노 게임 사이트 무슨 내용인지 잊은 책도 수두룩하다.
Unsplash. 그러나 내 실제 책장과 바닥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 좀,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은 도대체 왜 산 것이며,읽겠다고 마음먹고지갑을 열었으면서기어코 책을 즐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허영심인지, 지독한 낭비인 건지, 감히 버리지도 못하는 책 덕에 이중으로 꽂힌 카지노 게임 사이트부터 바닥에 쌓인 책의 탑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책이 이어지더니죄책감이되어마음이묵직해졌다.잠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털썩, 의자에 앉아 멍하니 무수히 많은 책제목을 눈으로 훑었다.
그래, 그때 저 책을 샀지. 여전히 못 읽었다니 한심해. 저건 읽다가 말았카지노 게임 사이트. 언제 다시 읽을지는 모르겠카지노 게임 사이트,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것도 일종의 중독인가?
그러다,당장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
맞다, 이런 책도 샀었지?!
한번 눈에 들자 손부터 가는 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작했다. 이번에읽기 시작한 책은 아주 오래전에 산 책으로원제는 <Confessions of an Ugly Stepsister (자체 번역: <못난이 새언니의 고백)인그레고리 매과이어 (Gregory Maguire)라는 작가의 1999년 작품이다.
매과이어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오랜 시간 흥행한 <위키드(Wicked)의 원작자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쓴 소설인데, 이걸 사면서 옆에 있던 <못난이 새언니의 고백도 같이 구입했다. 십여 년 전이었나, 화려하고 매혹적인 표지와 뒤표지의 설명을 보고 당장 집어든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읽기 시작하자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이소설은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신데렐라를 다시 쓴 이야기로,튤립열풍이 불던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데렐라이야기에서 중점적으로 뽑아 쓴 내용은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한 사람들과 미의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홀릴듯이 재밌고중간중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볼 정도로 꽂히는 문장들도 있카지노 게임 사이트이건 나중에 간단한 서평으로도 남길 예정이다.
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후, 오래전에 접었던페이지를 발견했다. (내 소유의 책은 접기도 하고 메모도 하고 가방 속에 막 던져 넣기도 한다.내 것이란 참 사랑스럽다.)
전에는 여기까지 읽었구나. 난 읽은 기억이 아예 없카지노 게임 사이트.
옛날의 나와 어쩌다가 다시 마주한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든다. 접힌구간을 넘어가전보다도더욱 깊숙이이야기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다.
관계가 깊어지는 것또한 때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타이밍이라는 것. 여러 인간관계나 기회등등 많은 것이 타이밍에 의해 좌지우지되카지노 게임 사이트, 책과의 연도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보게 된 책으로 인생이 바뀔 수도 있지만,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책이 내게 다가올 때도 있나보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수년전에 샀던<The Three Musketeers(삼총사)를 우연히 발견해서 읽기 시작했카지노 게임 사이트, 처음 샀을 때에는 몇 페이지도못 읽던 것을 밥 먹으면서까지읽었다.
그보다 또 더 어렸을 때는집에 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을 읽다 말았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몇 년 뒤에는 우연히 그걸 다시 보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을 도서관에서 다 챙겨보기도 했다.
그때 못 읽었다고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길 필요가 없구나.
적어도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과거의 내가 사두고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즐거움을 주는 걸 지도.지금 산 책도당장 안 읽더라도 언젠가는 더 뜻깊게 읽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쟁여두고 못 먹었으니 괜히 한심하다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찔려하지 않기로 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들 하지 않던가.앞으로 내 풍성한 책장을 야금야금 파먹어야겠다.
Unsplash
+ 추가:
<못난이 새언니의 고백은 며칠 전에 다 읽어서, 같은 작가가 쓴 <위키드를 다시 집었들었다. 예전에는 끝까지 못 읽었던 걸로 기억하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 그래도 첫 장에2012년에 내가 써놓은 메모가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다 읽겠다는 거였다. 그때도 여러 차례 읽으려다 중도하차했나 보다.
첫 장의 메모 아래코멘트하나를 추가했다. 이번에야말로 완독 하겠다고.이번이 완독 할 때인지아니면또다시오랜 시간이 흐른 뒤가 그때일지? 어느 쪽이든, 상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