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의 무게를 묵직이 느끼며. 무료 카지노 게임인 7세의 남자아이이다.
“아이가 좀 느려요. 말도 느리고, 답도 느려 선생님께서 인내심이 필요하실 거예요.”
아이는 한쪽 눈꺼풀이 반쯤 처진 용모 탓에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모양이다.
“과숙아로 태어났어요. 그 때문이래요. 눈꺼풀이 처진 게. 눈꺼풀 올리는 수술을 7번 받았어요. 마취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애가 좀 멍해요.”
처음 학생이 오면, 실력이랑 개성을 파악하면서 친해지는데 한 달쯤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어머니들에게 자주 전화를 주십사, 아이에 대해 많이 수다 떨어 주십사 부탁을 드린다. 그래야 빨리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다고.
지난가을 그의 어머니께 받은 전화는 다소 의외였다.
“단풍 보러 가족 소풍을 갔는데, 낙엽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우리 영어 선생님이랑 보고 싶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선생님 생각을 해요. 우리 선생님 이 음식 좋아하실 거라고. 그걸 어찌 아니 물으면, 그냥 그럴 것 같다고.”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에게만 특별한 무엇을 준 기억이 없어 사실 놀랐다.
그의 어머니는 피아노 선생님이다. 딴 동네에 살면서 이 동네로 출장레슨 다니는 실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30대 커리어 우먼이다.
“우리 무료 카지노 게임이는 지 아빠랑 똑같아요. 저처럼 못되지 못하고(웃음), 동정심 많고. 길에서 불쌍한 할머니 만나면 집에 데리고 와서, 엄마 밥 좀 주세요, 그래요. 지 동생 때문에 손가락을 다쳐 피가 났는데, 동생 혼날까 봐 혼자 몰래 옷에 묻은 피를 빨았더라고요. 동생은 절 닮았는데, 동생에게 늘 당해요. 동생이 존댓말 쓰라 한다고, 동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아이예요.”
엄마의 말에서 그 가족의 모습을 본다. 모두 느리다고 했던 아이. 자폐아 같았다는 아이. 바이엘 한 곡을 10번 연습하라면 서너 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아이.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아이가 표현만 느릴 뿐 도리어 언어에 아주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 둘은 자주 큰소리로 웃게 되었다. 내게는 늘 잘 웃고, 수업을 잘 받아들이는 아이여서 당연히 칭찬을 자주 했었지만, 그 칭찬들이 그에겐 드문 격려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그가 내게 준 것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다.
“사실은 집 바로 코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영어 선생님을 못 만나게 되어, 이번에 결정을 내렸어요. 그 동네 학교로 보내려고 하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내게 너무 많은 부분을 의지하시기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첫눈 오던 날 무료 카지노 게임이가 없어졌다. 오후 두 시 유치원 마치고 아이는 홀연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울며 찾아다니던 어머니 앞에 4시가 되어 나타났다.
“어디 갔었니?”
“눈이 좋아서 혼자 걸어 다녔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그의 어머니께 중얼거렸다.
“앞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이 키우시려면 많이, 많이 신경 쓰셔야겠어요.”
그날 밤 무료 카지노 게임이는 내 생각에 길게 자리했다. 고작 일곱 살짜리가 두 시간을 눈 맞으며 걸어 다닌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체 그건 어떤 심리이고, 그는 어떤 사람인 걸까.
몇 달이 지나면서, 아이가 변했단다.
“선생님 덕분에 유진이가 활발해졌어요. 며칠 전에는 그러더군요. 내가 이제 영어를 잘하니 외국에 가야 되겠다고. 그리고 선생님이 날 더러 영어 잘한다고 칭찬하는 게 진짜 내가 잘해서냐, 아니면 선생님이 괜히 그러시는 것이냐, 고 묻더군요. 그런 식의 자기표현은 처음이라 몹시 당황했어요.”
한 사람이 나에 의해 변했단다.
가끔 그는 수업 중에 노트에 쓴다.
‘선생님, 사랑해요.’
그럴 때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한다.
“선생님도 무료 카지노 게임이 사랑해.”
아이들은 자기가 받는 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돌려준다. 그들의 애정 표현에는 늘 활짝 웃으며 답해준다.
“유진이 크리스마스에 유치원에서 행사가 있는데, 영어 인사말을 하게 되었어요. 인사말을 연습 좀 시켜주시겠어요?”
“아, 좋은 기회네요. 재밌겠다. 둘이 연습해서 녹음시켜 보낼게요. 녹음 들으며 집에서 더 연습시켜 주세요.”
유진이는 인사말을 또박또박 잘했고,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좀 더 늘었다.
나도 내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내 학생들은 다른 과목들보다, 영어를 가장 잘한다’고. 사실 중고등학생들이 시험을 치면, 영어 성적이 가장 좋거나 영어 성적만 탁월한 애들이 대부분이다.
유진은 그 후 오랫동안 나랑 같이 영어 공부했다. 나중에는 동생도 같이 다니기도 했는데, 이 녀석은 도통 공부에는 취미가 없고, 놀고 개구쟁이 짓하는데 능한 애라 가르치느라 애먹기도 했다.
제주도로 이사 오면서 연락이 끊어진 무료 카지노 게임이는 이제 스무 살쯤 되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청년이 되었을지 궁금하지만, 굳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지 않는다. 나는 그의 가장 아름다운 일곱 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가끔 그 기억을 꺼내보며 미소 지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유진은 지금도 영어를 잘할까? 영어를 가장 재미있어할까?
그 궁금증도 혼자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