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자연을 만나다
크리스마스 날 새벽, 남덕유산을 찾았다. 앞선 주말 등산로가 통제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니, 며칠 지나긴 했지만 아직은 눈이 남아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올랐다. 나무에 피었던 눈꽃은 이미 다 떨어지고 없었지만, 등로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어서 겨울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카지노 게임 정상까지 거리는 3.4Km인데, 2.5Km 지점의 영각재까지는 일부 숨찬 구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길이었다. 숲길이라 바람도 잠잠했고, 어둠 속에 들리는 건 오로지 눈을 밟는 내 발자국 소리와 나의 숨소리뿐이었다. 영각재에서 정상까지 0.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였지만, 체감 거리는 거의 2Km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었다.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의 세기도 강해졌고 나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걸음의 속도가 점점 느려질 즈음, 산그리메 너머로 희미하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운해인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일기 예보에는 습도가 겨우 80% 수준이어서 운해는 기대조차 않았었는데, 운해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자 발걸음이 바빠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카지노 게임을 향해 나아갔고, 동행했던 분들께도 운해다!라고 소리쳤다. 새벽 6:40분, 아직 카지노 게임에 오른 이는 없었다.
조망도 좋아서 오른쪽에 지리산의 주능선과 왼쪽으로는 가야산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둘러 삼각대와 카메라를 세팅하고 셔터를 눌렀다. 새벽 산에 올라 위대한 풍경을 마주하는 감동은 말이나 글로는 서술하기 어렵다. 가슴 저 깊은 안쪽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올라오면서 목덜미에는 전율이 흐르고, 그런 위대한 자연 앞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의 미약감도 느낀다.
산을 오르며 늘 기도를 했다. 육신의 고통이 더해질수록 내 기도는 더욱 신성해지고 간절해질 것으로 믿었다. 부모님의 건강을 빌었고, 자식들의 무탈을 빌었고, 그리고 부끄럽지만 나의 영달도 빌었다. 산에 올라 카지노 게임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손가락으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빌고 기도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도라기보다는, 닿지 않는 그 어딘가에 있을 존재에게 내 얘기를 한 것이었다. 그러니 답이 없어도 좋았고, 기도가 통하지 않았어도 원망하지 않았다. 산에 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것,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는 또 산에 오를 것이고, 위대한 자연을 마주하고, 기도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