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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 어때 Mar 27. 2025

아들은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보고 난 카지노 가입 쿠폰에 든다.

고3 첫 모의고사

2020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2021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2022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2023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2024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역대 수능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사용된 필적확인 문구다. 부정행위 방지용으로 사용하는 문장치고 세상에서 가장 말랑하고 달콤한 한 줄이다. 저 글을 쓰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정자로 한 자 한 자 적으며 마음을 다잡을까? 잽싸게 쓰고 카지노 가입 쿠폰지를 넘겨 한글자라도 남들보다 빠르게 읽고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겠지. 앞장만 보고'글 참 예쁘다'하면서 감상에 젖는 나와 다르게 뒷장이 중요한 이들에게 저 글들은 그저 귀찮은 형식일 수도.


그렇다면 2025는?


우리 집에 2025 수능 필적확인란에 글을 옮겨 써야 하는 고3 아들이 있다. 우리 집 고삼씨! 아들에게 약간의 압박과 그 압박을 흐릿하게 할 유머를 섞어 '고삼씨'라고 불러본다.


고삼씨가 3학년이 되어 첫 모의고사를 봤다. 기가 막히게 카지노 가입 쿠폰 때면 찾아오는 비염과 감기증상으로 약을 먹고 등교했다. 3모(모의고사의 줄임말) 성적이수능성적이니 어쩌니 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여간 신경 쓰인다. 처음이라는 건 보통 낯설고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다.어쩌면 우리 집 카지노 가입 쿠폰는 일상인데 나만 특별한 날인 것같기도 하다. 하루 종일 누런 카지노 가입 쿠폰지를 넘겨야 하는 아들이지만 다행히 웃으며 등교했다. 해맑다. 가끔은 해맑아서 짜증 나고 또 어떤 날은 해맑아서 다행이다.


첫 모의고사가끝나갈 때쯤 나는 전화기를 쳐다보고 앉아있다. 기다리자 해놓고 결국 내가 먼저 연락한다.

"오는 중이야?", "저녁 먹고 관독(관리형 독서실) 갈 거지?", "친구들이랑 같이 오는 거야?"

정작 묻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엉뚱한 문자질만하고 있다.잘 봤으면 벌써 재잘거리면서 전화를 했을 것인데 아무 말이 없다.

"채점은 했어?"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한 내가 솔직하게다시 문자를 보낸다.

"좀 이따 전화할게요." 이 말에 '아... 결과는 그저 그렇겠구나' 실망한다.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다. 아들은 전화하지 않았고 과목별 점수를 문자로 보냈다. 실수했다는 부연설명을 덧붙여서. 기대한 점수보다 낮았다. 기대치가 높았던 거로 하자. 첫 카지노 가입 쿠폰 치고 아들은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의 기대가 높다는 걸 안 아들은 실수라는 방패를 들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함을 미안해하는 듯했다.

아들은 고3이 될 때까지 무수히 많은 카지노 가입 쿠폰을 봤다. 그때마다 나는'아는 거 다 맞게 해 주세요', '모르는 거 찍어서 맞게 해 주세요', 점수가 낮을 때는 '카지노 가입 쿠폰 난이도 극강이게 해 주세요', 중간고사 망친 날은 '기말고사에서 대반전이 일어나게 해 주세요' 이런 비합리적인 기도를 하면서 입시 카페에 들어가 정확하지도 않은 카더라 등급컷과 난이도를 보면서 일희일비한다. 아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볼 때마다 난 이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에 드는 엄마가 된다.


뭐 다들 소싯적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릴 때 공부 못했던 사람은 없다. 우리 집 고삼씨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역시! 내 새끼!' 똑똑하고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 보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그 아가가 어느덧 성인을 일 년 앞둔 열아홉 살, 고삼씨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고삼씨들은 모두 힘든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들 같다. 어느 곳에 타깃이 날아와도 명중시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바로 앞에 떨어지는 타깃도 못 맞추는 이가 있다. 명사수가 될 것이냐 오발탄만 쏠 것이냐. 난 우리 아들이 눈감고도 적중시키는 스나이퍼가 되기를 바랐다. 그 바람만큼이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신 몇 등급으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나','대학에서 선호하는 생기부 전략','정시에서 성공하는 노하우'등 입시자료로 가득 차 있다. 나보다 나의 관심사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에 의하면 요즘 내 최고 관심사는 '입시'다. 난 카지노 가입 쿠폰 엄마니까.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고3엄마니까.

상황에 따라 건강이 이길 때도 있긴 하다. 건강과 입시. 쓰고 보니 참 안 어울리는 두 개의 토픽이다.


입시 관련 카페에 등급컷이 뜨기 시작했다. 입시기관마다 오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결과는 성적표 나오기 전에 가늠이 가능하다. 등급컷을 찬찬히 살펴보며 또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웠다 허물었다 한다. 일희일비 분야에선 단연 일등인 엄마다. 그러다가 정신도 금방 차리는 편이다. 내가 대학가나? 이제 내가 끌고 가는 시기는 끝났다. 고삼씨가 소위말해 이상적인 자기 주도를 해야 하고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다. 본인이 한만큼 그에 맞는 대학을 갈 것이고 또 그에 맞는 삶을 살 것이다. 고삼씨는 계획이 다 있을 것이다. 내 계획을 억지로 끼워 맞출 수는 없다. 되지도 않을 일이고.


아들이 시험 볼 때 카지노 가입 쿠폰 드는 엄마는 이제 그만!!!


2025 아름다운 필적확인 문구를 옮겨 적을 전국의 고삼씨들을 응원한다.

특히 우리 집 카지노 가입 쿠폰는 더욱 격하게!

애쓰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 모두 글귀처럼 찬란하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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