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인사평가 기간을 앞두고 찬주는 요즘 고민이 많다. 문제는 실행력인데, 그는 일단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저 멀리 인사부의 윤 실장이 인사부 직원들과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들의 부서 직원들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그는 오늘도 식당에서 혼자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식당의 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찬주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면서 밥을 타느라, 자리에서 윤 실장이 손을 들어서 아는 척을 했지만, 듣지 못했다. 윤 실장은 손을 들었다가 슬그머니 다시 손을 내렸다. 정찬주 부장이 너무 핸드폰에 열중해 있어서 그냥 두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부 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이 자리로 모시고 올까요? 라고 물었을때 그냥 두라고 했다.
윤 실장이 가만히 식사하면서 직원의 어깨 너머로 보니 정찬주 부장은 주변을 살피면서 등을 자신에게 보인채로 허겁지겁 식판에 얼굴을 묻고 밥을 퍼 먹고 있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인사부의 윤 실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좌우로 저었다.
에이, 한 부서의 부장이라는 사람이...쯧쯧.
일주일 내내 혼자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다니.
더구나 윤 실장은 식사를 하면서도 상대방이 입 주변에 뭘 막 묻히면서 먹는 것은 살짝 혐오하고 있었다. 식사시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어서 그는 늘 인사팀 직원들에게도 식사 예절에 대해서는 엄격히 말하곤 했다.
인사팀에 있으면 모든 부서의 직원들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가 머리속에 그려졌다. 고위직급을 제외하면 해당 부서의 부서장이 알아서 평가를 한다. 하지만, 임원 면접의 경우는 다르다. 사장도 한 사람의 임원 카지노 게임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다. 윤 실장이 늘 강조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위급의 직원들의 경우는 그냥 정량적인 평가로 가능하지만 임원이면 다르다.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인 평가도 중요하다고 그는 사장앞에서 늘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적인 평가는 눈에 보이는 실적과 달리 그 한 부서나 팀을 이끄는 리더쉽이나 희생정신, 근면 같은 것으로 윤 실장은 그런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다행이 이번에 새로 부임한 사장은 카지노 게임팀에 많은 방점을 찍어주고 있었다. 가끔 사장이 그를 불러서 회사인근 초밥집으로 부르면 그는 성과에 도움이 되는 직원들을 외웠다가 사장앞에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신이 얼마나 회사 일에 관심이 있는지 어필하곤 했다.
영업팀에서 일하는 실적이 반드시 사람의 실력만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윤 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관세를 높인다는 소문으로 주문량이 단기적으로 늘어나서 올라오는 매출은 엄밀히 영업팀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 3년은 지켜보셔야 합니다."
그가 늘 사장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꼭 회사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그 3년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에 하는 말이었다.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운이 좋아서 한번 연장하면 6년이지만 그게 보통 상한선이었다. 그 이상을 연장하는 사장은 회사 60년 역사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3년 넘게 실적이 나온 사람이 정찬주 부장이었다. 그는 늘 숫자로 기억되는 영업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정찬주 부장이 이끄는 영업4팀에서 실적이 아주 높게 나와서 사실 차기 임원으로 카지노 게임대상에 포함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사장이 특별히 인사부에 들려서 윤 실장에게 넌지시 한번 체크해 보라고까지 해서 안그래도 예의주시하고 있던 차였다. 회사에서 영업팀이란 결국 실적으로 말하고 숫자로 말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부장이란 자리는 혼자서 밥 먹으라고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주는 이유는 직원들과 식사도 하고 고객도 만나고 하면서 팀을 뭉치게 만들고 영업 성과에도 도움이 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부장이 지금처럼 연말 성과 집중 기간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저렇게 여유작작하게 앉아서 핸드폰으로 영화나 보면서 혼자 식사를 하다니.
카지노 게임부의 수장으로 윤 실장은 다양한 직원들의 행동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었다. 어쩌면 영업 4팀 내에서 정 부장의 영업실적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정 부장 바로 아래의 있는 김 차장이 같은 팀이니까 그 직원의 실적이 아닐까. 윤 실장은 직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반찬에 젓가락이 가면서도 곁눈으로 계속해서 정 부장을 살폈다.
저렇게 성과가 높은 팀에서 부장이 저렇게 혼자오는 경우는 드물다. 밑에 팀원들과 같이 할 대화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냥 기술파트나 개발파트라면 혼자 막힌 부분을 생각하고 할 수 있겠지만, 영업부서는 다르다. 함께 팀을 성과를 내는 곳이니 당연히 부서원과 같이 대화를 하고 목표에 대해서 끊임없는 연구를 해야 한다. 더구나 어디 직원뿐인가. 고객사도 만나야 한다. 올해 잠시 성과가 나왔다고 매일 와서 식당에 혼자 와서 밥을 먹는 영업팀 수장이라니. 격려를 하는 것도 아니다. 고직급자들에게 점심시간이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다. 같이 업무 얘기를 할 수도 있고, 새로 나온 신제품 얘기 아니면 고객에 대해서 하는 얘기 등으로 얼마나 할 말이 많은가.
윤 실장은 정 부장의 주름진 와이셔츠를 보면서 모종의 결심을 했다.
한편, 사장은 찬주를 임원으로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부에서 최종적으로 건의해서 올린 최종 임원 후보들에 대한 동향 보고서가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파일을 펼쳤다.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의 손이 멈췄다.
[ 임원 후보 3 : 정찬주 부장 ]
실적 : 탁월 및 매우 우수
주변평가 : 독선적이고, 어울리는 사람들이 없음
점심식사는 주로 혼자서 하는 편이고, 주의 눈치를 거의 잘 보지 않음
[ 인사부 평가 : 임원 카지노 게임은 보류 의견 및 팀장으로도 부적격 ]
사장은 보고서를 읽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의견과는 180도 다른 결과의 보고서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그 보고서를 들어서 잘 살펴보았다. 시간이 잠시 흐른 후에 그는 결제란에 승인 싸인을 했다. 카지노 게임팀 윤실장의 의견이 틀린 적은 없었다. 사장으로 전체 직원들을 이끌고 나가지만 최소한 직원들의 행동이나 동향 파악까지 하나하나 모든 것을 그가 챙길 수는 없었다. 도저히 시간도 안되고,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미쳐 챙겨보지 못한 것을 카지노 게임부의 윤 실장은 늘 정확히 보았다. 회사에서 카지노 게임는 만사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회사에서의 카지노 게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자신이 다 하려면 왜 카지노 게임팀이 필요하겠는가. 틀림없이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이다.
결국 찬주는 12월 정기인사 카지노 게임 명단에서 빠졌다. 그 발표가 나자 부서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들 정 부장이 임원이 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사를 건너뛰고 바로 상무를 달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인사 발표가 난 직후에 사내 인트라넷을 확인한 찬주는 그날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동기들 연락이었다. 그중에는 이번에 임원으로 카지노 게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당연히 네가 카지노 게임하는 줄 알았는데, 아쉽게 되었네.”
“하하하, 그래? 꼭 이번만 기회는 아니잖아. 자네의 카지노 게임을 난 꺼꾸로 축하하네.”
발표일은 금요일 오후였다. 퇴근시간이 되자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좀 떨어진 전철역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전화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전철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니 아내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나와 있었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찬주가 아내의 우산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들은 전철역 인근의 단골 삼겹살 집으로 갔다. 고기가 다 구워지고 소주잔을 들어서 한잔 마실때까지 남편 찬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먼저 입을 뗐다.
“언제 얘기할거야?” 아내의 표정이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원 카지노 게임에서 탈락했어.” 찬주가 아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아내를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듣자 마자 아내의 안경너머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이내 입술에서 하얀 치아가 보이면서 표정이 환해졌다.
“여보, 잘했네. 난 또 당신 카지노 게임한 줄 알고. 에이 놀랐잖아. 정말 수고 많았어.”
“허허허, 당신 말대로 했지. 결정타는 회사 식당에서였어. 갑자기 혼자 밥 먹는 다고 하니 우리 팀원들이 한 일주일 동안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
이제 사십대 후반인 남편은 가만히 사원으로 남아 있으면 62세나 63세까지는 회사에 다닐 수가 있다. 그런데, 임원이 되면 일단 퇴직처리가 되고 임원으로 재 입사 형태를 치른다. 그리고 2년마다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벌써 남편과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는 선배들 중에는 오십대 초반에 임원을 달고 딱 2년만에 퇴직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아내가 미소지었다. 올해 남편이 회사 실적에 엄청난 기여를 하면서 아내는 긴장했다. 절대 임원 카지노 게임은 막고 싶었다. 이제 막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최소 10년은 더 다녀야 생활이 안정된다. 특히 이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아이의 대학학비는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혜택이다. 물론 남편의 임원 카지노 게임이 지금이 아니어도, 회사를 충분히 다니고 오십대 후반에 기적적으로 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때는 어차피 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으니 말이다.
인사부 출신으로 같은 사내커플이었던 아내는 그런 원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언제든지 폭발적인 영업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카지노 게임의 기회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올해 그녀는 너무 긴장했다. 남편의 영업팀에서 성과가 너무 좋아서 말이다. 임원을 달게 되면 인센티브에서도 배제되고 조금 연봉이 올랐다고 해도 퇴직의 위험은 언제나 있으니 늘 가슴졸이고 살아야 한다.
아내는 남편 찬주에게 두 손으로 빈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입술에 댔다가 떼면서 테이블 너머로 보내는 시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