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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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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세상을 향한 창이 하나 있습니다. 그 창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때로는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죠. 하지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주저앉은 날에는 창이 굳게 닫히곤 합니다. 세상이 너무 두렵고, 창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지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창에는 먼지가 쌓여갑니다.
그렇기에 정신과를 찾은 당신이 마음의 창을 열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손을 댄 창에서 먼지가 흩날려 목이 따갑고, 녹이 슬어 삐걱거리는 창문은 쉽게 열리지 않죠. 다시 창을 열고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오히려 더 괴롭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창을 여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Ventilation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는 ‘환기’라는 뜻이지만,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밖으로 꺼내어 발산하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닫혀 있던 창을 조심스레 열어 환기를 시키듯, 마음을 여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증상 호전에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그 감정의 농도가 점점 옅어지기 때문이죠.
물론, 창을 당장 활짝 열지 못한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조심스레 열어준 그 창틈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언제든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저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함께 조금씩 창을 열고 닫던 그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 맑아진 창에 당신의 웃는 얼굴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당신을 기다리던 따뜻한 세상을 다시 마주할 그날이 오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 작은 용기를 전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