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재원 Apr 20.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발생하였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곱시에 동네 스타벅스에 가서 독서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곱시부터 아홉시까지 두시간은 퇴직후 내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확보하는 절대 독서 시간이다.

그런데 여덟시가 조금 지난 무렵, 어디선가 금속성 소음이 들려왔다. 요즘 세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옛날 전화기의 따르릉 소리. 그리고 뒤이어 엥엥 거리는 사이렌 소리도 함께 울렸다.

"어디서 불이라도 났나?"

창밖을 내다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금속성 소음도, 사이렌 소리도 바로 내가 있는 스타벅스 안에서 들리는 것이다. 내가 있는 곳은 2층이라 멀게 느껴졌을 뿐, 1층 매장에 있는 비상 방송장치가 계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발생했음을 비명치며 알리고 있었다.

뒤이어 나오는 격앙된 여성의 녹음된 목소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발생하였습니다. 비상구를 통해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따르릉. 그리고 사이렌. 목소리.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짐을 쌌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나만 움직이고 있을 뿐 다들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후 직원이 올라왔다. 대피를 유도하려나보다 생각했지만 그냥 여기저기 쓱 둘러 보더니 다시 내려갔다.

한 여성이 직원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묻는 모습이다. 아니 무슨 일이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보가 울린거지.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보에 담긴 의미는 탈출하라는 것이지 살펴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나마 무슨 일인지 물어본 사람 마저 그 여성 뿐. 나머지는 끝내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나도 이미 프로토콜에 따르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 주변 동정 살필 시간이 어디 있나? 바로 안전한 장소로 탈출해야지?

어쩄든 가방을 싸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직원 둘이 경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비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까 2층에 있던 손님이 무슨 일이냐고 직원에게 묻고, 직원이 다시 경비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고, 경비원이 다시 보안 혹은 안전 담당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다단계 확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심지어 나도 탈출 준비를 다 해 놓고는 막상 탈출 하지 않고저것들이 어떻게 하나 보자 하며 관찰하고 있었다.

만약 이게 실제상황이었다면? 모두 다 죽었다.

이 잠깐의 시간, 스타벅스 매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마치 한국 사회의 움직이는 다이오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언제부터인지, 혹은 원래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경보기가 울리면 대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보가 왜 울렸는지를 확인한다. 즉각 대피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도 보지 못했다. 경보기가 울리면 일단 오작동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런데 울리면 그 정상 작동 여부부터 확인받아야 한다면 그게 과연 경보기라 할 수 있을까? 믿지 않을 경보기, 오작동을 전제로 하는 경보기. 결국 경보기 숫자는 충분한데 사실상 경보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다. 무슨 선문답 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 곳곳에는 장치된 경보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직종이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길때 마다 이 직종에 대한 신뢰성 재고 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결국 그 직종 사람들은 신뢰성 재고를 위해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쇼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막상 경보 업무가 소홀해 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경보기를 더 불신하고. 그럼 신뢰성 재고 정책이 또 추가되고.

결국 절대 독서를 포기하고 여덟시 조금 지난 시간에 스타벅스를 나왔다.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더 커지기 전에 탈출한 것으로 여기기로 마음 먹었다. 작은 실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