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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Feb 02. 2025

영국에서 혈혈단신 카지노 게임남기(18)

정신줄 놓지마!

2004년 바람이 많이 부는 4월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완전 패닉상태라고 해도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학생교통카지노 게임와 은행 현금카지노 게임, 여기선 거의 주민등록증과도 같은 National Insurance 카지노 게임와 국제전화카지노 게임, 국제학생증 및 테스코 포인트카지노 게임까지 몽땅 잃어버렸다. 잠시 잠깐 기억이 뚝 끊긴 듯 아무리 찾아도 그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카지노 게임 지갑을 찾을 수가 없다. 기껏 해야 통장에는 단돈 15파운드 밖에 없었지만 그 카지노 게임들을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수고로움으로 치자면 내 전재산을 잃어버린 것 같은 통탄함이 밀려왔다. 얼굴이 사색이 된 나를 안쓰럽게 보던 같은 반 학생들이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카지노 게임 지갑을 잃어버린 경위를 설명하는데 문득 학원을 오며 길에 있는 쓰레기통에 과자봉지를 버릴 때 무언가 같이 떨려 나간 것 같은 확신이 든다. '그래, 거기에다 떨어뜨렸나 봐!' 수업이 끝나자마자 당장에 그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그 앞까지 갔지만 차마 쓰레기통에 얼굴을 쑤셔 박고 뒤지는 건 너무 창피해서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 런던 한복판에서 쓰레기 통을 뒤지는 동양여자라니... 애타는 마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함께 와준 친구들이 쓰레기통을 뒤집어 내용물을 탈탈 털어준다. 밑에 다리가 있고 그 위에 주물로 만든 쓰레기통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형태라 두어 명이 함께 하니쉽게 엎을 수 있었다. 비로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가득차 창피함도 잊고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를 하나하나 들춰보며 한참을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내 지갑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낭패스러움과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에 난 또 한 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원래 꼼꼼하고 내 것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 쉽게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딴 곳에 놓고 오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하필 이곳에서, 기댈 곳이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그간 내가 힘겹게 얻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기분은 다시 빈 몸이던 6개월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공포 그 자체였다 .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좌절감에 사로잡혀한참을 허우적댔지만 나를 구원해 줄이 하나없는 이곳에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많은 없는노릇이었다. '그래,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전부 재발급을 받으면 되지' 라고마음을 다잡으며 급히 은행으로달려갔다.


은행에 도착하니 이전에 내 은행 계좌 오픈을 도와주었던 그 동유럽계 여직원이 날 맞아준다. 다급한 목소리로 현금 카지노 게임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니 바로 카지노 게임 정지와 재발급을 도와주겠다며 혹시 계좌 잔액도 부정사용이 없는지 확인해주겠다고 한다. 내 잔액을 확인하던 그 여직원은 15파운드가 있는데 이게 맞냐며 의아스러운얼굴로 날 쳐다본다. 난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아직 아무도 내 카지노 게임를 주워 사용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행이라며 카지노 게임 재발급을 신청해 준단다. 그 후 정상금액에서 30%나 할인되는 학생용 교통카지노 게임와 일을 하며 세금을 내기 위해선 꼭 필요한N.I 카지노 게임도 재발급을 신청하고 나니 한바탕 심한 몸살이 지나가고 난 듯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부족한 잠과 좋지 못한 영양상태 때문인지 요즘엔 꼭 무언가에 홀린 듯 이렇게 잠깐씩 정신줄을 놓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리 기억해보려 해도 마치 기억의 한 파편이 완벽하게 도려내진 듯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누가 훔쳐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그렇게 몇 주가흘렀다.

대부분의 카지노 게임들이 재발급되어 다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날이었다. 외출을 위해 오랜만에 즐겨 입던 청자켓을 꺼내어 입으려는데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에 뭔가 딱딱한 게 느껴진다. 주머니의 단추를 끄르는데 뭔지 모를 기시감이 나를휘어감는다.

몇 주 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지갑이 그 주머니안에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런던 한 복판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바로 그 순간에 입고 있던 옷이었다.

'하핫...'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질 않았다. 나도 나지만 함께 쓰레기통을 뒤져주던 그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그날 학원 친구들을만나자마자 이실직고를 했다. 어이없어 하는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창피했다.내 형편에 식당에서비싼식사 대접은 못해도사죄하는 마음으로맛난 간식거리라도사줘야맘이 편할 것 같았다. 수업 후 친구들을 데리고 나의 힐링스팟인 해머스미스 브리지에 갔다. 소소한 먹거리와 함께 잊지 못할 헤프닝이 된 이번 사건에 대해 얘기하며 물론...한참 구박을 당했다. 이번 일은 친구들과 더 친밀해지는 계기를 선사했지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나의 흑역사로 남았다.


제발정신줄 꽉 붙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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