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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r 16. 2025

카지노 쿠폰 혈혈단신 살아남기(24)

한국이다!

2005년 4월 30일


여기는 히드로 공항. 서울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11번 게이트 앞에서 설레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중이다. 한국 떠나온 지 1년 반만의 첫 방문. 이 설렘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널뛰는 이 감정도 전혀 절제가 되지 않는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창밖카지노 쿠폰는 봄을 맞아 벌써부터 길어진 해의 여명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 밤이 지나면 엄마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




나의 1년 반 만의 귀국에 온 식구가 공항에 총출동했다. 그래봤자 부모님과 여동생 하나지만 그들은 빈 몸카지노 쿠폰 떠난 내가 무사히 온전하게, 사실 온전하다 못해 꽤 무거워진 몸무게로 나타난 것이그저 대견하고 신기한 듯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동생은 날 보자마자 처음 내뱉은 말이 "언니, 머리가 왜 그 모양이야? 꼭 어디 숱 많은 남미 여자 같아!"였다. 1년반 동안 미용실을 한 번도 못 갔으니 안 그래도 곱슬머리인 내 머리는 길게 자라 부하다 못해 거의 사자 같았다. 카지노 쿠폰에선 사람의 인력이 들어가는 건 뭐든 비싸다. 미용기술도 기술이니 그 인건비는 우리나라와는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머리 한번 자르려면 한국돈으로 8-9만 원은 줘야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미용실에 갈 시도도 못 해봤다. 하지만 동생의 그 말에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미용실로 향했다. 머리를 다듬고 부한 머리를 잠재울 매직세팅까지 해도 카지노 쿠폰돈으로 환산하면 그다지 큰돈이 아니었다. 비싼 파운드 덕에 카지노 쿠폰에서 번 돈을 한국에서 쓰는 건 꽤 괜찮은 딜이었다.


생각보다 2주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꼭 얼굴을 봐야 하는 친구들과 시간 약속을 잡고 대학 편입에 추가적카지노 쿠폰 필요한 서류들을 떼고 나니 곧 돌아가야 할 만큼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오랜만에 나를 본 친구들은 일단 나의 통통해진 모습과 바뀐 패션 스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전봇대처럼 큰 키에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이 말랐던 아이가 복스러운 얼굴에 살집이 가득 잡히는 팔뚝살을 달고 나타난 걸 보며 차마 입 밖카지노 쿠폰 내진 않았지만 놀라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예전의언제나 엄마가 사준 단정하고범생이 같은 무채색의 옷카지노 쿠폰 큰 키 때문에 튀는 모습을 상쇄하고 싶어 하던 소심한아이였다. 그러던 내가가슴팍에 커다랗고 동그란 구멍이 나있는 스판 티셔츠를 입고 에메랄드빛 머플러를 걸친 채 한여름도 아닌데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것을 보곤 "너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니?"라며 또 한 번 놀랐다.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데 어떤 남자가 부리나케 날 쫓아와선 "스타일 보니 여기 사시는 분 아닌 것 같은데... 전화번호 좀 주시면 안 돼요?"라며 플러팅을 하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달라 보이나?' 카지노 쿠폰에선 PRIMARK과 같은 제일 저렴한 옷가게에서 그나마 내 눈에 이뻐 보이는 옷들을 사 입었다. 주말엔 동네 근처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가서 오래된 구제 리바이스 청바지를 1.5 파운드에 사서 입기도 했고 중고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 금액으로 기부를 하는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샵에 가서 중고 신발과 옷들을 사 입는 일도 많았다. 한국에서 생산된 좋은 품질의 옷들도 아니었는데 한국처럼 유행에 편승해서 옷을 입거나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할 필요가 없으니 그 다름이 주는 신선함이 꽤 좋아 보였나 보다.

어릴 때부터 나와 달리 꾸미는 걸 좋아해 방송국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내 동생은 감탄에서 더 나아가 내가 가져간 모든 옷을 갖고 싶어 했다. 아마 1년만 지나도 해져서 못 입을 만큼 저렴한 것들인데도몰래 자기 옷장에 감춰두곤 카지노 쿠폰으로 돌아갈 때 두고 가라며 때를 썼다. 자매임에도 자라면서 한 번도 옷 가지고 싸워본 적이 없던 터라 잠깐 화가 났다가 바로 웃음이 났다. 내가 절대 양보 못하겠다고 우긴 한 두 개를 제외하곤 곧 모두 동생의 차지가 되었다.


도착해서 며칠 동안은 영어와 한국어가 자꾸 혼동되기도 했다. 카지노 쿠폰에서 쓰지 않는 한국화 된 영어단어를 말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뇌가 정지된 듯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카페에 갔을 때다. 아메리카노를 시키려는데 그냥 한국말로 아메리카노라고 하면 될 것을 나도 모르게 아메리카노의 악센트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아 순간당황했다. 카지노 쿠폰의 카페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한 번도 영어로 아메리카노를 말해본 적이 없어 '아'에 강세가 있는지 '메'에 강세가 있는지 '노'에 강세가 있는지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완벽히 꼬여버려 주문을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이상한 악센트로 '아메뤼카노 주세요' 하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며 주문받으시는 분이 엄청 재수 없었겠다 싶은 깨달음이 왔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


2주간의 꿈같은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그렇게나 먹고 싶던 엄마 밥을 매일 먹고 우리 이쁜 강아지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보고 싶던 친구들을 만나 1년 반동안 쌓인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는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즐겁다. 아마도 이는 이제 내 집은 이곳이 아니라 런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나라에서 여행자가 되는 건 정말 색다른 기분이다. 그리고 여행은 비록 내가 태어난 나라라 하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1년 반동안 몰라보게 변한 한국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변화가 너무 빨라 그에 편승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도태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곳의 문화가 좀 버겁기도 하다. 이제 어느덧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안정을 도모하는 시기에 나만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에서 내가 배운 것은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책임져줄 수 없고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아무도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인생을 산다. 남보다 조금 늦어 보여도 괜찮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최종 결승선을 향해 혼자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이제 다시 현재 나의 인생이 있는 '나의 집'카지노 쿠폰 돌아갈 채비를 한다. 1년 반 전보다는 훨씬 덜 무섭고 덜 불안한 마음카지노 쿠폰 잠시잠깐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흔들렸던 마음도 다시 바로 세우고 그새 정든 내 런던집카지노 쿠폰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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