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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r 02. 2025

영국무료 카지노 게임 혈혈단신 살아남기(22)

사람답게 사는 길

2005년 1월


이번 주에 정든 맥도널드를 떠난다. 사실 '정든'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하기엔 이곳은 좀 더 복잡한 감정이 드는 애증의 장소다. 지난 1년간 이곳에서 만났던 세계 각지무료 카지노 게임 온 동료들과 수많은 고객들, 매일 한 끼내 식사를 책임지던 기름진 햄버거와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도 떠오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힘들고 필요할 때 내 손을 잡아준 곳이 바로 이곳 이기에 고마운 마음이 가장크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추억이 많다. 단체 야유회 때 Alton Tower(놀이공원)에서 그때까지 내가 타본 것 중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탔었다. 한국에선 바이킹을 서서 타는 겁 없는 나도 오금이 저릴 만큼 스릴 넘치는 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날 좋아한다며키친무료 카지노 게임 고기패티를 구우면서 매일 느끼한 눈빛으로 날 보던 우크라이나 남자아이도 생각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윙크를 해대는 바람에 아주 곤란했었다. 손님이 놓고 간 가방을 봤냐며 "Has anyone seen the bag?"이라고 물었다가 캐나다인 부지점장이 "the bag? What bag?"이라고 어리둥절하는 그녀를 보곤 이럴 땐 'the'가 아니라 'a'를 써야 한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하루는 너무도 인형같이 예쁜 무료 카지노 게임인 아가씨가 주문을 하러 왔다. 백옥같이 흰 피부에 모공 한 점 없이 매끈한 그녀의 피부를 보며 부럽다 못해 나의 추레한 모습이 부끄러웠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나도 한창 이쁠 나이인데 매일 기름에 절은 유니폼을 입고 정크푸드로 썩어가는 내 피부와 몸매를 돌아보며 하루종일 속상했었다.또 어느 날은탈의실무료 카지노 게임 누군가 핸드폰을 도둑맞아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야 하는 슬픈 일도 있었고클로징을 담당한 탓에 밤만 되면 해장을 위해 찾아온 술 취한 젊은이들을 상대하느라 긴장했던 순간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무료 카지노 게임인은 햄버거로 해장을 한다.술국을모르다니...불쌍한 사람들 같으니.) 클로징을 끝내고 나가서 야간버스를 기다리다 보면그 시간 시내 밤거리는 언제나 술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꽤 부유한 동네인 탓에 무서움은 덜했지만 그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말이라도 걸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 치던 기억. 이젠 모두 추억이 될 듯하다.




다음 주부터는 런던의 또 다른 부촌, Chiswick 이란 동네의 한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게 되었다.이 동네에 영화 노팅힐에 나온 배우 휴그랜트가 산다는데 오다가다 한번 마주칠 수 있을까 은근 기대가 된다. 그런데 그 동네 사는 내 친구에 의하면 주변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혼자 얼굴 가리느라 바빠 엉거주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다니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단다. 그 얘기를 들으니 멋진 영화배우 얼굴 한번 볼까 싶어 한껏 부풀었던 마음에 확 김이 새 버렸다.


런던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트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일하게 될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상큼한 오렌지빛 로고를 자랑하는 중형규모의 마트로대중적이면서도 너무 저렴하지 않은 제품들을 판매한다. TESCO와 쌍벽을 이루지만 주로 역전 근처에 자리한 TESCO와 달리 주택가에 자리 잡은 매장들이 많아 주부들이 더 선호한다고나 할까? 내가 사는 플랏과도 버스로 2-3 정거장 거리여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물론 시급도 맥도널드보다 더 높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내 경험상 한국보다 인맥이 더 중요한 사회다. 낯설고 잘 모르는 것에는 항상 거리를 둔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에겐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그들의 바운더리에 들어가면 정말 내 사람으로 챙겨주고진심으로마음을내어준다. 구인을 할 때도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소개해준 사람이면 채용될확률이 확 높아진다. 바꿔 말하면 애초에 그런 네트워크가 없이 일을 구하는 건 몇 배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학교를 입학할 때도 추천서와 같은 레퍼런스가 정말 중요한 곳이니 말 다 했다.

다행히난 이곳에서 10년 넘게 성실히 일하시던 교회 사모님의 소개로 지원서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던 나는 면접을 보자마자 바로 채용이 확정되었다. 일을 찾겠다고 온 런던시내를 이 잡듯 뒤지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괄목할 만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내게도.


세인즈버리에서의 업무 환경은 맥도널드와 비교하면 한 천배쯤 좋았다. 계산대에 내가 앉을 의자가 없으면 아무리 고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도 매니저가 의자를 가져다줄 때까지 업무를 시작하지 않아도 되었다. 계산원인 직원의 건강과 웰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계산하시는 분들이 앉아 계신 걸 본 적이 없어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지만 곧 내게 주어진 권리를 요령껏 누리며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또 계산줄이 아무리 길게 늘어져 있어도 내 휴식시간이 되면 계산대를 닫아도 아무도 욕하지 않았다. 가끔 너무 급하다 싶으면 계산대 책임자가 와서 바쁜 것만 끝내달라며 부탁을 하긴 했다. 그때는 물론 못 이기는 척 내 앞에 늘어선 고객들의 계산을빠르게 척척끝내주었다. 헬스 앤 뷰티 섹션 담당이었던 나는 계산대가 바쁘지 않을 땐 보디로션이나 영양제 등 상비약 등을 창고에서 날라다가 선반을 채워 넣는 업무도 했다. 한 가지 놀랐던 건 여기 사람들은 자기 업무시간이 끝나면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마무리하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린다는 것이었다.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는 시스템 같은 건 애초에 없었고 자신이 선반을 채우던 제품의 재고박스가 반정도 차 있더라도 시간이 되면 그 박스를 다시 창고에 가져다 놓지 않고매장바닥에 놓고 가버렸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업무 시간에 꾀부리는 일 없이 성실한데다업무 시간이 끝나도 하던 일은 끝까지 마무리를 하고 가는 나는 금방 매니저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 이곳의 매니저급 이상은 전부 무료 카지노 게임 백인들이고그 외 직원들도 피부색이 다양할 뿐 대부분 무료 카지노 게임인들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영국무료 카지노 게임 직업 다운 직업을 가지게 된 기분이다. 20% 할인이 되는 직원 카드를 가지고 쇼핑할 땐 그 기쁨이 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하루 한 끼 정크푸드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기뻤다.


이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 입성 1년이 넘어서야드디어,

조금은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먹고, 사람답게 살 수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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