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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Apr 20. 2025

영국카지노 게임 혈혈단신 살아남기(29)

마트카지노 게임 보는 그들의 삶.

2006년 봄


마트(Sainsbury's)에서 일을 하면 카지노 게임인의 삶의 패턴과 문화에 대해 자연히 알게 된다. 이들은 주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떤 날이 특별한지 그런 소소한 것들 말이다.


오늘은 팬케이크 데이다 (Pancake Day). 말 그대로 팬케이크를 먹는 캐주얼한 기념일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부활절을 기준으로 47일 전 화요일을 기념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 있는 꽤 심오한 날이다. 마트엔 온종일 팬케이크 파우더와 계란 등, 팬케이크 재료를 가장 앞면에 진열하느라 바쁘다. 밸런타인도 아니고 화이트 데이도 아닌 팬케이크 데이라니, 난생처음 알게 된 기념일에 학교에 갔더니 카지노 게임인 친구들이 팬케이크를 만들어 주겠다며 집에 초대를 했다. 한국에서도 물론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팬케이크를 먹어봤으니 딱히 큰 기대 없이 당연히 도톰한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얹은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이들은 얇은 부침개처럼 부쳐낸 팬케이크에 달달한 시럽 대신 비네거(식초)에 설탕까지 팍팍 뿌리더니 반을 탁 접어 카나페처럼 베어 문다. 빈대떡에 식초 찍어먹는 듯한 비주얼에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막상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있다. 카지노 게임인들의 비네거 사랑은 피시 앤 칩스에만 국한된건 아니었다.


물론 밸런타인데이도 큰 기념일 중 하나다. 우리나라처럼 화이트데이나 블랙데이 같은 날은 기념하지 않지만 밸런타인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쯤이면 마트에도 초콜릿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포장이 된 선물들이 잔뜩 매대를 매운다. 한 가지 좋은 점은 기념일을 겨냥해서 나온 제품들은 기념일 당일이 지나면 모두 엄청난 할인가에 판매된다는 점이다. 멀쩡한 제품들을 할인가로 득템 하는 기분이 정말 쏠쏠하다. 선물을 주고받는 날은 또 있다.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 우리처럼 어버이날로 합쳐서 기념하지 않고 구분해서 기념일을 챙긴다.


9월이 되면 아이들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Back To School 이란 섹션이 별도로 만들어져서 새 학기에 필요할 문구용품, 가방, 신발 등등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판매한다. 그렇게 새 학기가 시작되었나 싶으면 어느새 10월 말, 핼러윈이 찾아온다. 영화카지노 게임만 보던 사람 머리만 한 진짜 호박들이 매대를 가득 메우고 각종 유령 분장용 소품이 한 복도를 꽉 채운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줘야 하는 사탕과 쿠키들도 여기저기 그득하다. 작년 할로윈엔 우리 집에도 귀신 분장을 한 아이들이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도 먹던 사탕이 있어 망정이지 Trick or Treat!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왔을 아이들을 하마터면 실망시킬 뻔 했다.




계산대에 앉아있으면 무슨 물건을 많이 사는지도 보인다. 혼자 사는 가구가 많은 이들은 1인용으로 작게 소분된 음식들을 많이 구매한다. 구운 고등어 반마리, 훈제된 닭다리 한 개, 비행기 기내식으로 나올법한 소포장된 과일 몇 조각 등 모든 것들이 1인용으로 소포장되어 있다. 물론 이들의 주식인 빵과 고기도 엄청들 사간다. 그중 한 가지 빠지지 않는 건 바로 디저트다. 모양과 종류도 다양한 달달구리들이 정말로 많다. 나도 그중 하나에 맛을 들였는데 최근 늘어난 몸무게의 절반은 다 그놈 탓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과일이다. 사과가 우리나라처럼 부사, 이렇게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Golden Delicious, Granny Smith, Royal Gala, Braeburn 등등 맛, 모양, 가격이 다양한 종류가 엄청 많다. 같은 유럽 대륙에 있는 터키 등지카지노 게임 수입된 체리 가격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많이 저렴해서 나도 자주 사 먹는다.


이곳에서 일하면 신기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마트에서 많이 하는 이벤트 중 1+1, 즉 한 개 사면 한 개를 더 주는 행사가 있는데 제법 많은 고객들이 1+1이라고 해도 굳이 1개만 갖고 간다. 내 상식에는 하나라도 더 무료로 가져가려고 기를 쓰는 것이 정상인데 이들은 식구가 적어 안 먹으면 버리게 되니 아깝다며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는 게 맞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이런 게 선진 의식인 건가?' 하고 처음엔 엄청 놀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는 말이다. 버릴게 뻔한 물건을 가져가서 쓰레기를 만드느니 포기하겠다는 것이 정상이지 않을까? 또 하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Debit Card 라 불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는데 계산을 할 때 추가 결제를 통해 은행 ATM 기기인양 계산대에서 현금을 받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장 본 금액이 30 파운드면 50파운드를 결제하고 20파운드는 현금으로 받아간다. 한 마디로 카드깡인셈이다.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카드이기 때문에 가능할 테지만 한국에는 없는 생경한 시스템이다.


이곳 사람들은 참을성도 대단하다. 계산을 하다 보면 동전을 찾느라 하세월인 사람부터 가끔 기계가 오류 나서 슈퍼바이저가 와서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가 몸에 밴 민족은 차마 웃으며 봐주지 못할 상황이 자주 펼쳐진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곳 사람들은 얼굴 한번 안 찡그리고 꾹 참아낸다. 한국처럼 말은 안 해도 눈카지노 게임 시뻘건 레이저를 쏠 것처럼 노려보거나, 계산이 오래 걸린다며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모범적인 것은 아니다.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서 물건을 훔쳐가는 이들도 있다. 이런 말을 굳이 하고 싶진 않지만 안타깝게도 좀도둑들은 대부분 흑인이다. 나도 어느 날 갓난쟁이를 안고 한 손으로 비싼 연고를 훔쳐가는 흑인여자를 목격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연고를 구매하려고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찝찝한 기분에 잠시 뒤 다시 가보니 연고는 없고 빈 박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차 싶어 재빨리 상부에 신고하고 그 여자를 찾아 나섰다. 동료들과 함께 옅은 회색 운동복을 입고 아기를 안은 여자를 찾았지만 그새 도망을 갔는지 허탕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잡았어야 하는데 바로 눈치채지 못한 것이 꼭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너무 속상했다.


동네 마트다 보니 제법 익숙해진 단골 고객도 많아졌다. 낮시간에 주로 방문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국이나 카지노 게임이나 말 상대가 없으신지 계산대에 올 때마다 꼭 말을 시킨다. Were you born here?라고 물으며 여기서 태어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시고, 대학을 다닌다고 하면 여기까지 와서 학교를 다닌다고 신기해하시는 분도 계신다.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로 한국사람은 일본어를 사용하는지, 중국말을 사용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당당하게 한국은 한국어를 사용한다고 하면 그 조그만 나라가 별도의 언어가 있냐며 신기해한다. 북에서 왔냐, 남에서 왔냐는 질문은 양반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박지성 선수가 아니었다면 분명 지도상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한국에 대해 설명할 때 골치 꽤나 아팠을 것이다. 복잡한 설명 대신 Do you know Jisung Park, the football player? 하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친다.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박지성 선수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내게는 소중한 일터인 마트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직접 부딪히며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몫을 해내려고 노력 중이다. 언제어디서나 물에 둥둥 뜬 기름 같았던 삶이 이제는 리트머스지에 스며든 물처럼 자연스레 그들의 말을 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카지노 게임 것을 넘어 내 안에 런더너로서의 자아를 키워가고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들의 문화를 통째로 내 안에 심어야만 카지노 게임 것임을 알기에 이곳카지노 게임의 값진 경험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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