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을 느껴라, 나의 감각을 깨워라
민음사 고전은 지루하고 가독성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소설.이제껏 읽은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가장잘 읽혔던 이야기이다. 쉬운 문장으로 쓰여지기도 했지만 서사가 시종일관 예측불허이고충격적일 만큼 자극적이라(많이 야하다)눈이 번쩍 뜨인다.
'요리 문학'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는데 이 책이 요리 문학이라는장르의 시초라고 한다. 레시피가 상세하게 기술되는 것이 흡사 요리책 같기도.12개의 목차는 일 년 열두 달을 나타내고'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몰레'처럼요리명이 제목이다.이야기는이12가지 음식들과 함께 펼쳐지고 무르익는다.주인공 카지노 가입 쿠폰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마치 연금술사나 마법사의 묘술을보는 듯신비로울 지경이다. 곳곳에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과장된 표현과 관능적인 장면 묘사는 독자의 감각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잠자고 있는 우리의 오감을 흔들어 깨운다. 마구마구.
원제는 <Como agua para chocolate, '카지노 가입 쿠폰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는 영화로 먼저 소개되었고, 동명의 제목으로 책이 번역되었다. 1989년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Laura Esquivel이 발표한 이 소설은 33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450만 부 이상, 그중 미국에서만 200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 유명한 소설을 왜 나는 이제야 읽었지?)
줄거리만 보면 이런 막장드라마가 또 없다.
1910년대 멕시코, 마마엘레나의 집안에는 로사우라,헤르트루디스,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세명의 딸이 있다. 하녀 둘까지 포함한 이 집의 구성원은 모두 여성이다. 가문의 영광을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마마엘레나의 집안에는몹쓸전통이 하나 있다. 막내딸은결혼하지 않고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평생돌봐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티타이다. 하지만 바로 1장에서 티타와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페드로가 등장한다. 마마엘레나는 청혼하러찾아온 페드로에게 티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로사우라와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한다. 페드로는 사랑하는 티타곁에 있기 위해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한다. 이 모든 비극적 운명의 시작은 마마엘레나의악행일까, 페드로의 어이없는 선택일까.
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세 딸의 운명은 판이하게 다르게 펼쳐진다. 장녀인 로사우라는 마마엘레나에게 순종적으로 살아가며 점차 어머니의 가치관을 답습한다. 자존감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듯끝끝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그녀는 알고 보면 가엽다. 반면 둘째 헤르트루디스는 어느 날 갑자기 몹시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해방시킨다. 티타가 만든 요리를 먹고 몸에 뜨거운 열기를 느낀 이 여인은 들판에서 말 탄 남자와 조우하여 홀연히 사라진다. 그 장면이입을 틀어막을 만큼 관능적이고 충격적이다. 이 소설 전반에 당최 현실적이지 않은 '마술적 리얼리즘' 요소가 가득하지만헤르트루디스가 떠나가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꼭 읽어보길 바란다.) 티타는 마마엘레나의 딸이지만 사실상 부엌에서 일하는 나차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나차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 나차는 자기 삶에 애착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많은 인물이다. 그런 티타가 마마엘레나의 억압에 고통받으면서도 자신의 생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독자는 응원하게 된다.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너무 허무맹랑하여 도저히 이입이 안된다는 독자도 있을 테지만 나에게는 몹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흘린 눈물이 다 마르고 난 뒤 거기서 소금 오 킬로를 얻었다는 둥, 헤르트루디스의 몸에서 나온 열기 때문에 샤워장에 불이 붙어 활활 타버렸다는 둥..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마치 어른을 위한 한 편의 전래동화 같다. 한편으론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상황, 인물의 캐릭터가 꽤 생생하여 그 비현실적인 갭을 메꿔주기도.예측불허의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이야기에 내재된 여성 해방 서사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책의 키워드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감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주어진 과업들을 완수해 내느라 순수한 욕망을 억누르며 살고 있진 않은가.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고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면 이 소설에 풍덩 빠져 볼 것을 권한다. 입에는 침이 고이고 몸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어느새 불꽃같은 열정에 사로잡힌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