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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칼럼니스트 윤정 May 07. 2025

인생도 카지노 쿠폰처럼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마름모, 2024

카지노 쿠폰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들어가는 재료의 가짓수도 많을뿐더러, 간 맞추기가 까다로워 매번 할 때마다 맛이 다르다. 간을 본다고 집어 먹으며, ‘간장을 더 넣을까? 설탕을 더 넣을까?’ 하다 보면 금세 배부르고 맛은 산으로 가기 일쑤다. 어느 날 동서가 "형님, 잡채 쉬워요. 당면 봉지 뒤에 레시피 있잖아요. 그대로만 하면 진짜 맛있어요."라고 하기에 ‘어디 갓 시집온 새댁이 훈수야?’라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당면 봉지 뒤에 쓰여 있는 방법으로 잡채를 만들었다. 과연 결과는? 성공적! 그동안 내 음식 솜씨를 탓했는데, 어느 한정식집 잡채보다 훌륭한 맛이라니. 맛이 검증된 레시피가 있다면 어떠한 요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까. 부모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배우자 또는 친구와 상의하기도 한다. 때로는 책에서 도움 될 만한 방법을 찾기도 한다. 후배 A가 고민이 많다며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나 헤쳐 나갈 방법 같은 것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해답을 찾는 것은 오로지 자기의 몫임을 우리는 안다. 그녀가 당면 봉지 뒷면 레시피 같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를 바랄 뿐이었다. 후배에게 보내주고 싶은 책이 떠올랐다. 서문에 ‘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에 관한 책’이라고 밝힌 정지우 작가의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라는 책이다.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나는 꽤나 명료한 나만의 기준을 하나 갖고 있다. 그것은 두려운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심오한 이유나 냉철한 기준 없이 단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행복을 가져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두렵다는 것은 거기에 내가 진정으로 더 원하는 것이 있다는 신호이며, 두려운 것은 곧 어려운 것이고 이는 단순히 하기 싫은 일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혜안이 놀라웠다.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든 한 발자국 나아가면 그것이 삶을 만들어 나간다고 그는 말한다. 정지우 저자는 아무래도 카지노 쿠폰 2회차이거나, 저 안에 영감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밝고 즐겁고 신나는 것들이 카지노 쿠폰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나와 달리, 삶을 만드는 재료는 어려움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기만의 잡채 레시피를 갖고 있는 사람이 틀림없다.


저마다의 삶이 좋은 여정이 되게 하는 카지노 쿠폰을 제시하는 이 책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꼽으라면 단연 ‘쓰는 삶’이다. 여전히 쓰는 일이 어려운 내게만 그렇게 다가온 건지도 모른다.


“계속 쓰는 사람이 잠들 카지노 쿠폰은 없다. 어쨌든 계속 쓰면, 나아간다. 그래서 글쓰기는 걸음이고, 잠들지 않음이고,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며, 나아감이다.”


글에 새겨진 언어는 삶의 중심이 되고 자신을 지켜주며 이끌어 준다는 것을 믿고 있기에 그는 20년이 넘게 매일 밤마다 글을 쓴다고 한다. 글쓰기가 자신의 삶을 가장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는 그의 말을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동원되는 쉼표와 쉼표의 간극에서 그와 자꾸 호흡이 동기화되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가끔 싫을 때도 있었다. 붙드는 느낌이랄까. 문장의 완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글은 쓸수록 어렵고, 어렵기 때문에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정지우 작가를 만난다면 쉼표의 의도에 대해서는 꼭 물어볼 것이다.




카지노 쿠폰『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마름모,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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