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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칼럼니스트 윤정 May 07. 2025

된장, 고추장, 간장 말고 카지노 쿠폰 장을 만들자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지음미디어, 2024

요즘 흑백요리사를 보지 않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예능을 포함해 TV를 즐겨 보지 않는 나는 흑백요리사가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주변에서 말들이 많아서 종영된 후에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 첫 장면에 ‘요리 카지노 쿠폰 전쟁’이라는 흑백요리사의 부제를 보고 뒤통수가 띵했다. 아무리 먹방이 대세이고, ‘식’의 행위 자체가 오락이 된 현실이라고 해도 요리에 카지노 쿠폰이 있다니, 아니 요리로 전쟁을 하다니 놀랍고도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흑수저 요리사를 응원하고 있었다. 실력으로 카지노 쿠폰을 넘어서야 하는 흑수저와 실력으로 카지노 쿠폰을 증명해야 하는 백수저의 대결 구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뜻하지 않게 맘에 드는 부분이 생겼다. 흑과 백으로 카지노 쿠폰을 내세우는 만큼 경연에서 심사위원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오로지 맛! 다시 말해 맛으로 드러나는 실력이라는 것이다. 실력이 카지노 쿠폰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영웅 작가의『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다. 그렇다. 현대사회는 취향도 실력도 계급이 될 수 있다. 취향이라고 말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성적 취향이나 취향이 독특해,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선호하는 스타일 또는 취미와 비슷한 느낌으로만 생각할 뿐, ‘취향’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영웅 저자는 자신이 소득에 따라 소비하게 되며, 그 선택의 한계 역시 자본주의 논리에 잠식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취향’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취향에 대해 파고들다 보니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만나게 되었고, 사회 구조 속에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부르디외의 사회학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는 부르디외의 사상은 고급 위스키를 마시고, 명품 가방을 사는 이들과 소득에 따른 소비의 당위성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에 한 표를 던지게 했다. 부르디외가 진짜 원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에게 위스키는 비싼 술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이제 위스키는 고가의 술이 아니라 누구든 쉽게 마실 수 있는 주류의 한 종류가 되었다. 위스키를 마시는 행위 자체로 계급이 나눠지고 신분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쉽게, 생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하이볼을 마시는 행위는 내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치가 더 이상 돈으로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하나의 작은 물결이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본이 한 사람의 취향을 형성한다고 말한 부르디외는 경제 자본, 문화 자본, 경제 자본을 설명하는데, 나영웅 저자는 그중에서도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가치, 즉 사회 자본을 강조한다. 함께 책을 읽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고, 모여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개인이 모인 단체는 더 큰 영향력을 사진 사회 자본을 형성한다는 뜻이며, 저자가 강조한 부르디외의 장(field)이론 역시 그런 의미이다. 쉽게 말해 노는 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카지노 쿠폰 소우주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통해 그것을 확장한다. 다양한 장에 참여해 카지노 쿠폰 문화자본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장’이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우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목소리를 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흑백요리사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예선대결을 거쳐 8명의 요리사가 올라오는 자리에 ‘이모카세 1호’라는 요리사가 올라왔다. 국수와 수십 가지의 반찬을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에게 본선 팀 대결에서 김 굽기 임무가 주어졌다. 단지 김만 잘 구었을 뿐인데, 팀 대결에서 그녀가 속한 팀이 1위를 했다. 그 팀의 성공 원인은 요리도 요리지만 최현석 셰프가 뛰어난 전략을 펼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모카세 1호는 그 전 대결에서는 칼질을 잘하고, 재료를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하는 일로 팀에서 살아남았다. 그녀의 요리 실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금 어느 그룹에 속해 있느냐의 문제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이 곧 실력이었고, 앞서 말한 대로 실력이 계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같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르디외도 나영웅도 그리고 이모카세 1호도 보여준다. 장이론을 이야기하는 나영웅 작가의 말에 카지노 쿠폰, 고추장, 간장을 떠올린 내가 조금 부끄럽지만, 이제야 나는 그들이 말한 장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부르디외의 사회학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하는 나영웅 저자. 내가 읽어 보니 좋더라, 너도 한 번 읽어 보라고 글을 쓰는 내 마음이 그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우기며 우리의 이타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카지노 쿠폰『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지음미디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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